전방위로 뻗어간 한류(韓流)에 편승해 ‘의료 한류’의 주인공을 꿈꾸며 중국에 진출했던 한국 의료서비스 업체들이 속속 성과없이 돌아오고 있다.

서울 내 성형외과들이 중국으로 직접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벌써 15년 전인 2000년 초다. 보건산업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관은 주로 프렌차이즈 형태로 진출했고, 진료과목은 피부과와 성형외과가 가장 많다.

중국은 생각처럼 만만한 시장이 아니었다. 2013년 기준으로 38개 기관이 중국 내 심사비준을 통과하고 개설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실제 진료 등 영업활동을 거의 하지 못하는 곳도 있고 대부분의 병원이 연매출 100만 달러 미만으로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출처=나우중의컨설팅

2004년 ‘한중합작 1호 병원’이었던 SK아이캉병원이 파트너사와의 불화와 현지화 실패로 2009년 철수하고 상하이 우리들병원도 현지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아직까지는 중국 진출에 성공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데 성공한 한국 의료기관을 찾아보긴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의 의료시장은 매년 18%의 성장세를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2013년 10월 중국 의료시장을 2020년까지 8조 위안(한화 약 1400조 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올해에만 약 2.68조 위안(약 483조 원) 규모의 시장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2011년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버슨마스텔러(Burson-Marsteller)의 조사 결과 중국의 중산층은 소비 지출에서 건강(67%)이 음식(66%)과 자녀교육(55%)보다 중요한 지출항목으로 꼽았다. 또 중국의 대표적인 IT업체 BAT(Baidu, Alibaba, Tencent)가 주축이 된 모바일 헬스케어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보통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의료기관과 헬스케어 관련 기업에서는 전문인력(의사 혹은 개발기술자)을 제공하고, 중국에서의 병원 및 법인 설립·운영에 필요한 제반 사항은 중국 파트너사들이 전담한다. 때문에 우리 업체들은 약 15년의 진출경험이 있음에도 실제적으로 운영과 관련된 인허가 사항과 노무 관리, 사고 처리 등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제품 디자인 등 기술만 빼앗기고 중국 시장에서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중국 의료 분야와의 협업이나 제휴에 있어서도 대부분 MOU 단계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 출처=나우중의컨설팅

한국 의료서비스 업체들이 중국 진출에 실패하는데 대해 중국 의료·헬스케어 전문 컨설팅업체 '나우중의컨설팅' 신영종 대표는 “중국 의료시장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에서의 한국 의료서비스는 미국, 일본, 싱가폴 병원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짐에도 한국 업체들은 선진 기술에 대한 자신감으로 중국 시장을 쉽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에 따라 명확한 차이를 보이는 중국 특성상 중국 전문 컨설팅, 로펌 등을 통한 사전조사와 운영 지원이 필요하다며 한국 업체의 현지화를 시급한 과제로 삼았다.

신 대표는 개별적으로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의료서비스 업체를 ‘모래알’에 비유했다. 그는 “비슷한 규모 유사한 아이템으로 각자 진출하다 보니 중국 내에서도 한국 기업의 제안 자체를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의료서비스의 여러 분야의 아이템을 융합해서 서비스의 볼륨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그는 만성질환과 공공보건에 대한 투자가 시급한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성형과 미용에 집중하는 한국 병원의 진출 전략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대표는 "중국 정부가 의료 분야를 대외 개방한 것은 어디까지나 자국민이 선진 의료서비스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향후 의료관광 사업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함이다”라며 지나친 고급화로 특정 부유층만을 공략하기 보다는 현지 중산층이 접근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진출할 것을 권유했다.

중국이 가장 해결하고 싶어하고, 가장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는 분야는 의료서비스 양극화, 공공보건시스템 미비, 공립병원 서비스 개선 등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대부분의 정책과 의료 서비스 관련 예산은 이 3가지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 의료서비스 업체들은 중국 투자 방향을 재설정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