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의 복고를 넘어선 트렌드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최근 유행했던 예능 프로그램 ‘토토가’의 시대도, 우리의 부모님 시대도 아니다. 그보다 훨씬 앞에 있었던 ‘한복’ 문화다. 한복은 ‘너의 시작은 미약하지만 네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유명한 구절처럼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은 시장이 작지만 역사 속 우리 전통 옷인만큼 향후 정말 한복을 일상에서 입을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을 키우게 만드는 긍정적인 움직임이다.

▲ 리슬 사이트. 출처=리슬 사이트 캡쳐

 

한복,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한복을 입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위에서 본 적이 없는데 무슨 트렌드냐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한복의 이미지는 ‘우리나라 전통 옷’, ‘명절에 입는 옷’ 혹은 이를 넘어 ‘이제는 명절에도 입지 않는 옷’까지 넘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현재 한복을 찾는 움직임은 미세하지만 빠르게 보이고 있다. 오픈마켓 옥션이 이번 설(1월1일~12일) 한복과 한복 장신구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에 비해 한복은 235%, 한복 신발은 52%나 증가했다. 그것도 아동 한복이 아니라 성인 한복의 착용이 늘고 있다는 놀랄만한 데이터다.

이를 증명하려는 듯이 최근 한복 관련 SNS도 굉장히 활발하다. 한복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최근 몇 년간 ‘한복입기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한복입기 좋은 날 hanbok’, ‘한복 입는 날’, ‘한복데이’ 등 한복과 관련된 커뮤니티가 다량으로 생성됐다.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해당 커뮤니티의 소식을 정기적으로 듣고 있다. 최근 인기 있는 아이템은 다 올라온다는 사진 중심 SNS 인스타그램에도 한복 게시물이 약 10만개에 달한다. 주로 직접 입거나 입고 싶은 한복 사진을 찍어둔 사진들이다. 그 외에도 한복을 입고 해외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올라와 있으며 한복 쇼핑몰까지 생겼으니 한복에 대한 관심이 이전과는 다르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이제는 대학생부터 입는다

▲ 한복놀이단 퍼포먼스. 출처=유투브

이런 관심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있으면 하나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바로 이런 인기가 젊은이들로부터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초는 ‘한복놀이단’이다. 해외에서 공부를 하던 학생들이 ‘전통복이 없는 나라도 많은데 우리나라는 한복이 있으면서도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상황에 탄식하며 한복을 입고 놀아보자는 취지로 이 단체를 만들었다. 그들은 한복을 입고 대규모 플래쉬몹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으며 현재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비영리단체로 지정되기까지 했다.

이후 한복 입는 날을 만들자며 전주에서부터 시작된 ‘한복데이’부터 ‘한복입기 좋은 날’, ‘한복, 세상을 꿈꾸다’ 등 다양한 동아리와 커뮤니티들이 등장했다. 한복놀이단 권미루 단장에 따르면 “2011년도 한복놀이단이 처음 시작했을 때는 한복에 관련된 동아리나 단체가 거의 없었다. 얼마 전 조사해보니 현재는 관련 동아리가 30개 정도까지 늘어났다”며 한복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이화여대, 숙명여대 등 대학교에서도 한복 입기 바람이 불며 동아리와 모임들이 탄생하고 있다.

민간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이 나오기에 앞서 정부는 한복을 포함한 전통 문화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육성계획을 시행하고 있었다. 2005년 ‘한브랜드’, 2007년 ‘한스타일’이라 하여 한복, 한글, 한식, 한옥, 한지, 한국음악 등 6가지 분야의 전통 문화를 한국의 브랜드로 만들자는 취지를 담았다. 해외에서 한복 전통 복식 발전 기관을 구축하고 한복 전시, 해외패션쇼 개최 등의 활동을 시행했지만 그 당시 정부의 주도만으로 문화를 주도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민간에서 움직이기 시작하자 정부의 지원도 빛나기 시작했다. 대학생들이 한복데이를 만들 때도 문체부의 지원이 있었으며 지난해 6월 계획대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인 ‘한복진흥센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현재 한복진흥센터는 국내외로 한복과 현시대의 접촉면을 넓히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한복을 좀 더 보편화시키는데 이바지한데는 전통 한복뿐만 아니라 생활한복의 힘이 컸다. 한복을 입고 싶어도 남들의 시선과 한복의 비용 등이 부담스럽기 십상이다. 평소 자신의 개성을 살리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이에 전문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의 세컨드 브랜드이자 생활한복 브랜드 ‘차이킴’과 생활한복 온라인 쇼핑몰 ‘리슬’과 같은 생활한복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생기고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리슬의 경우 사이트에 올라온 의류들에 ‘sold out(완판)’이 걸려있는 경우도 많다.

 

한복 + 변형 = 한복?

▲ 이노주단이 '신한복 프로젝트'로 제작한 도라에몽 한복. 출처=한복진흥센터 '2014 신한복 프로젝트 도록' 중

최근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설 기념으로 한복을 입는 사람들에 대한 기사가 올라왔다. 기사 안에는 한복을 개량해 입고 생활한복을 입은 사람들의 사진이 올라와 있었고 댓글에는 한복을 변형하면 그것도 과연 한복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아함이 녹아있었다.

현재 한복에 대한 기준은 따로 없는 상태다. 영국의 빈티지 꽃무늬가 들어간 리버티 천으로 만들어도, 데님 소재로 만들어도 생활 한복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한복진흥센터에서 진행한 ‘신(新) 한복 개발 프로젝트’에서 한복 브랜드 이노주단은 일본 만화 캐릭터 도라에몽이 잔뜩 그려진 천으로 저고리를 지었다. 깃과 고름 등의 요소에서 한복의 느낌이 나면서 동시에 발랄함까지 느껴졌다. 이노주단은 본래 17~19세기의 조선 한복을 고증하며 전통 한복을 디자인하는 곳이다.

이런 다양한 아이디어의 생활 한복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복진흥센터 전민정 팀장은 한복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는 이때 오히려 기준은 필요 없다고 이야기한다. 지금 ‘한복’의 개념은 역사 속 옛 의복이 아니라 새로운 패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전 팀장은 “한복을 ‘옛 양식’이라고 제한한다면 역사 속에 나온 그대로 고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 제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실험과 제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행하는 한복은 역사에 나오는 전통 옷을 재해석해 현대 미감에 맞는 보편성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것이다. 옛 단어들이 쓰인 고전문학을 지금에 와 읽기 쉽기 해석해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그 중 다수가 좋아하기 시작하면 새로운 의류 트렌드가 생기는 것이다. 전민정 팀장은 “개성의 표현으로 한복을 봐야지 예전 한복으로만 보면 한복의 발전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복 열풍 시작? 혹은 이대로 끝?

▲ 전주 한옥마을에서 개최된 한복 퍼레이드. 출처=리슬

한복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한복을 쉽게 입을 수 있는 날이 오길 원한다고 입 모아 말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이상이 이루어지기까지 어려운 요소가 많다.

지난해 한복진흥센터가 전국 5000명을 대상으로 한복의 아쉬운 점을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답변이 ‘관리와 세탁이 어렵다(25.7%)’는 것이었다. 그 외 입는 방법이 복잡하거나 활동하기 불편하다는 점들이 뒤를 이었다.

이런 어려움이 기존 한복에 대한 불편함이라면 최근 젊은 층에서 한복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고서 새로운 난관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가격’이다. 한복은 기성복에 비해 몇 배, 심하면 몇 십 배는 비싼 고가의 의류다. 고가라는 것은 비싼 재질의 섬유를 사용했다는 것이며 이 또한 물세탁을 하거나 세탁기에 돌리지 못해 관리가 어렵다는 악순환의 고리를 돌게 된다.

최근에는 리슬과 같은 중저가 한복 쇼핑몰이 나왔지만 아직도 선택의 폭이 좁은 것이 사실이다.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의 한복을 입기 위해서는 비싼 돈을 주고 맞추는 수밖에 없다.

한복을 또 하나의 트렌드로 만드는데 또 하나의 요구사항이 있다면 바로 한복인들의 성향 변화다. 한복인들은 주로 공방에서 한 작품, 한 작품 마다 최선을 다해 작품을 만드는 장인이다. 이들의 실력은 전문가로서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새로 뜨고 있는 트렌드로서의 한복은 대중화 시설 및 기반을 필요로 한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빠르게 유통하고 판매까지 일사천리로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심지어 서비스도 필요하다. 그러나 일부 한복인들은 한복의 변형뿐만 아니라 이런 시스템 자체에 거리낌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며 이런 흐름에 동의한다고 해도 자금 문제와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접하지 않은 환경에 대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한 전문가는 “한복인들은 현재 먹고 살기에도 빠듯한 사람이 많아 자본력이 큰 문제가 된다”며 “또한 마케팅, 경영의 문제는 기존 공방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많은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한복에 대한 시도는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한복을 찾는 이들 또한 계속 늘고 있다. 정부 또한 한복진흥센터를 통해 한복의 대중화를 위해 계속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복진흥센터는 지난해 ‘신 한복 개발 프로젝트’를 열어 한복과 친숙함을 느끼게 하는데 주목했으며 올해는 생활 한복의 유통, 판매까지 도전할 생각이다. 또한 여러 한복 동아리, 커뮤니티들의 증설과 함께 관심도 커지는 만큼 현재 걸림돌이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