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포스코

1970년대 ‘오일 머니(중동 석유자본)’는 한국 경제성장의 밑거름 역할을 했다. ‘오일 쇼크’라는 국가적 위기가 닥쳤을 때 건설사들이 중동에 진출, ‘오일 달러’를 벌어들이며 국내 경제의 위기를 딛고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는데 기여한 것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4개국 순방을 성공적으로 마친 가운데 오일 머니가 국내 건설·부동산 시장에 다시 유입되고 있다. 국내 건설사 인수나 지분 참여가 속속 이뤄지는데다,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자국 내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나서 국내 건설·부동산 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 Public Investment Fund)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건설·자동차를 포함한 전 산업 분야에 걸쳐 포괄적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이번 제휴로 PIF는 신도시, 철도, 인프라 등 다양한 건설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의 계열사인 포스코건설에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의 지분을 투자하고,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와 자동차 등의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합작사(JV) 설립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그동안 중남미지역 플랜트공사를 주력사업으로 해외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온 포스코건설은 이번 PIF의 지분참여로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중동지역에 진출에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포스코 관계자는 “상반기 중 본 계약이 체결되면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 건설과 자동차 부문에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함으로써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쌍용건설을 인수한 두바이투자청(ICD)도 쌍용건설 인수합병과 관련된 절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맞춰 인천 검단에 4조원 가량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두바이투자청이 최근 유정복 시장에게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하고 검단지역 1단계 사업부지 386만㎡에 36억 달러(약 4조원) 규모의 기업도시인 ‘퓨처시티’를 조성하기로 했다. 퓨처시티가 조성되면 검단은 산업·연구·관광 등의 기능과 함께 주택·교육·의료·문화 등 복합 기능까지 갖춘 도시로 탈바꿈수도권 서부의 신흥 거점도시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아직은 인천시와 맺은 투자계약이 MOU(양해각서) 수준이어서 두고 봐야 하지만 두바이투자청의 계획이 실현되면 일대 부동산 시장에도 확실한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중동 국가들이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 원전 건설을 늘리고 플랜트나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며 “국내 건설업계의 주력시장인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카타르 등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던 시기에 이미 재원을 충분히 확보했기에 핵심 프로젝트의 발주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일머니는 국내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도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4월 아제르바이잔 국영석유기금이 서울 중구 을지로 파인애비뉴 오피스빌딩 A동을 4억4700만 달러(약 4775억원)에 사들였고, 8월에는 세계 2위 국부펀드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투자청이 서울 중구 퇴계로 오피스빌딩 ‘스테이트타워 남산’을 5000억여원에 매입했다.

부동산컨설팅업체 세빌스코리아 관계자는 “서울 도심빌딩은 임대수익률이 연 4.5~5% 수준으로 일본의 3%보다 높고, 중국 등 신흥시장과 비교해 수익성도 안정적인 편이어서 중동 투자자들에게 한국 부동산 시장이 ‘핵심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중동 자본 특수에 ‘장미빛 전망’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국제유가 급락으로 중동 시장의 상황이 나빠져 신규 발주가 취소되거나 프로젝트 자체가 연기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내 건설기업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60억2000만달러로 당초 우려를 넘는 실적을 보였으나 전통적 수주 텃밭인 중동 지역은 2800만달러 수주에 그쳤다. 이는 아시아, 북미, 태평양, 유럽, 아프리카, 중남미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되고 있는 저유가로 중동 국가들이 추진하던 각종 프로젝트가 잇달아 연기되거나 취소되어 건설사들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며, “최근 국내 건설기업들의 해외진출 지역 다변화로 중동 시장 수주 비중이 감소하고 있지만 중동은 여전히 핵심 시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