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본격적인 핀테크 경쟁력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네이버 페이가 서서히 베일을 벗고 있다. 물론 정식 공개는 오는 6월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완벽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IT업계의 큰 손인 네이버가 보여줄 미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 일부 공개된 네이버 페이가 국내 스타트업인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가 보여주는 비즈니스 모델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나오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논쟁의 시작은 언론보도였다. 12일 한 매체는 네이버 페이의 비즈니스 모델이 토스와 유사하다고 밝히며 ‘거대 기업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베끼고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기업은 인수합병을 통해 스타트업의 비전을 품는다’는 취지의 말로 네이버 페이를 정조준하는 분위기를 풍겼다.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 페이는 “쇼핑검색을 통해 원하는 상품을 찾은 이용자에게 결제 단계까지 끊김 없는 쇼핑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 페이’를 6월 중 정식 선보일 예정이며 현재 금융기관 등과의 제휴를 확정하고, 순조롭게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기존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 체크아웃’, ‘네이버 마일리지’, ‘네이버 캐쉬’ 등을 하나로 묶어 원클릭 결제뿐만 아니라, 송금 등까지 모두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포부다.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대목은 송금 알고리즘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 페이는 강력한 보안기능과 더불어 “단 한 번의 계좌정보와 결제비밀번호를 등록하고, 이후에는 송금 대상의 계좌번호를 몰라도 네이버 ID, 휴대폰 번호, 지인 기반(과거 송금 이력이 있으면 ID나 휴대폰 번호 없이도 송금 가능) 만으로도 자유롭게 송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부분이 토스와 흡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토스의 경우 앱을 설치한 사람이 자신의 단말기에 저장된 지인에게 송금을 하며 돈을 받는 사람에게 링크를 보내면, 돈을 받는 사람은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링크를 통해 자신의 계좌번호를 설정하고 실시간으로 돈을 받을 수 있다. 비회원 송금 시스템이다. 언론보도는 네이버 페이도 비슷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특허 침해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여기에서 첨예한 대립이 시작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네이버 페이의 송금 서비스는 토스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먼저 휴대전화 송금 방식은 2011년 옐로페이가 특허 등록을 시도했으나 진보성이 없다는 이유로 특허 등록이 거절됐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즉 휴대전화 송금 방식은 특허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당연히 네이버 페이의 특허 침해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

여기에 또 하나의 특허 침해 주장, 즉 송금 과정에서의 ‘방식’도 특허 침해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금융결제원은 송금 과정에서 공인인증과 음성녹취, ARS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체 동의 과정 확인을 받아야 한다고 가이드 라인을 설정했으며 토스는 음성녹취 분야의 특허를 취득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네이버 페이는 ARS 방식이다.

이 대목에서는 비바리퍼블리카도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 네이버 페이 서비스가 정식으로 나오지 않아 예단할 수 없지만, 특허 분야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여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다만 토스와 네이버 페이 서비스 ‘플로어’가 비슷하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토스의 방식, 즉 돈을 이체받는 사람은 별도의 앱 설치가 없어도 링크를 통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비회원 송금기능과 네이버 페이는 상당히 유사하다”며 “거대기업이 스타트업의 서비스와 유사한 방식을 비즈니스 모델로 채택한다면, 결국 스타트업은 힘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리하자면 특허 측면에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으나 아직 완전하게 논란이 해소된 상황이 아니며, 추후 상황에 따라 몇 차례 변곡점을 맞을 확률도 있다. 다만 다소 불투명한 특허 문제와 더불어 서비스 플로어, 즉 서비스 방식에 대한 유사점은 네이버로 대표되는 대기업과 비바리퍼블리카로 대표되는 스타트업의 갈등으로 비화될 소지도 있어 보인다.

이에 네이버는 재차 반박에 나섰다. 네이버 관계자는 “토스가 문제로 삼고 있는 대목, 즉 비회원 송금 시스템은 많은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라며 “휴대 전화번호 송금 방식은 특허 자체가 아니기 때문에 차치하고, 비회원 송금 시스템도 특정기업의 핵심무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그는 “네이버 페이는 ID와 이메일로 송금할 수 있으며 휴대폰 번호로 송금할 수 있고 친구 및 지인에게도 송금할 수 있다”며 “전반적인 서비스의 범위가 넓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네이버가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토스의 서비스를 소개하며 ‘친구와 지인에게 송금기능이 없다’라고 한 점에는 “특허적 관점에서 송금을 보낼 때와 받을 때의 절차가 완전하지 않다는 점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 네이버가 공개한 유사 서비스 기능. 출처=네이버

네이버 관계자는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네이버 페이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이 송금방식에서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지만, 사실 네이버 페이는 핀테크 자체에 방점을 찍은 것이 아니라 포괄적 측면에서 도입된 로드맵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네이버는 검색의 30% 이상을 넘기고 있는 ‘쇼핑’을 무기로 삼아 모바일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 페이를 도입해 검색부터 쇼핑, 결제, 배송까지 아우르는 ‘아마존 모델’을 구축하려 노력하고 있다. 네이버 페이는 단순한 송금 인프라가 아니며, 향후 모바일 및 쇼핑을 중심으로 하는 큰 그림의 일부라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네이버는 네이버 페이를 통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한 무기로 모바일 및 쇼핑 플랫폼을 단번에 잡아가는 한편, 그 과정에서 ‘일부’인 네이버 페이를 통해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맞추려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 페이가 가지는 결제 인프라 중 송금 알고리즘 부분이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상황이 복잡해진 셈이다. 특허 문제는 해결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며 전반적인 서비스 플로우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해당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범용성을 가지고 있고 누구나 활용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과, ‘비회원 송금 서비스는 특화된 모델’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셈이다.

현 상황에서 해결의 단초를 찾기에는 어려워보인다. 비회원 송금 서비스 기술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남아 있으며, 네이버 페이가 포털 사이트 사업자라는 강점을 내세워 ID, 이메일로 원클릭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점도 분명한 강점이다. 감정적인 접근을 배제하고 냉정하게 상생하는 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가 스타트업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분명 도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