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불치병 아닌 치료 가능 만성질환… 조기 진단이 필수

사람들은 암을 인류 최악의 불치병으로 꼽는다. 한 번 투약받기 시작하면 그 위력이 어마어마하다는 항암제, 항암 치료 때문에 아까운 머리를 모두 깎고 병원에서 퀭한 얼굴로 누워있는 모습, ‘걸리면 무조건 죽는다’는 두려움 …. 이는 그동안 현대인들을 짓눌러왔던 암에 대한 이미지다. 그렇다면 정말 암은 정복할 수 없는 불치의 고지일까?

국내 최고의 암 치료 명의(名醫)로 알려진 이진수 국립암센터 원장은 고개를 젓는다. 그는 “암도 감기처럼 치료될 수 있는 만성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암에 갑자기 걸린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암은 태생적으로 품고 있는 병입니다. 생활습관의 악화 때문에 점점 커지죠. 암은 조기에 진단한다면 완치가 가능합니다. 설령 진단이 늦다고 해도 치료하면서 생명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이 원장은 폐암 치료에 있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명의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82년부터 20년간 세계 최고의 암 치료 전문 병원인 미국 휴스턴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종양내과 교수로 근무하면서 실력을 쌓아왔다. 특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고 정세영 전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고 박성용-박정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형제 등 재계 거물급 인사들의 폐암을 치료한 명의로 더욱 유명하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


“금연은 자신 생명연장의 의지”

이 원장에게 암의 근원을 묻자 그는 지체 없이 ‘담배’라고 대답했다. 담배야말로 암을 키우는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흡연자가 흡연자에 비해 10년 정도 평균 수명이 길다”면서 “오래 살고 싶다면 무조건 담배부터 끊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의 평소 생활습관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술과 담배입니다. 특히 담배는 폐암뿐만 아니라 모든 암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물질입니다. 담배는 장기를 새까맣게 태우는 것입니다. 장기가 타 들어갈수록 암 세포의 침투는 더 쉬워집니다. 담배는 마약이자 독약입니다. 담배를 가까이 하는 것은 곧 죽음으로 향하는 지름길입니다.”

그는 “순한 담배라도 아예 입에 대지 말아야 암을 예방하고 장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순한 담배도 쌓이면 독이 되기 때문에 아예 담배를 접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는 뜻이다.

이 원장은 “자신만의 강력한 의지만이 금연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의지만 있다면 보조도구 없이도 금연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있죠. 마음만 먹으면 쉽게 담배 끊을 수 있다는 말. 그 말을 뒤집어서 생각해봅시다. 의지가 없다는 말과 다를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흡연은 그 자체로 중독입니다. 중독을 끊는 힘은 자신의 의지 외에는 없습니다. 정 힘들다면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의 도움을 빌려서라도 의지를 키워야 할 것입니다.”

“암 세포 빨리만 찾으면 완치 가능”

이 원장은 암을 ‘완치할 수 있는 병’이라고 정의했다. 물론 여기에는 ‘조기에 진단할 경우’라는 전제가 깔린다. 그는 “암의 완치를 원한다면 암 조기 검진이 답이다”라고 설명했다. 암에 대한 조기 진단은 암 생존율을 높이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암은 빨리 발견할수록 더 오래 살 수 있다. 그동안의 데이터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질병에 대한 조기 진단은 암뿐만 아니라 모든 병을 이기는 첫걸음입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암은 발병 여부를 알기 힘든 병입니다. 암 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견되면 완치가 가능합니다. 그때 치료를 들어가야 하는데 막상 이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죠.”

암을 조기에 발견할 경우 생존율은 거의 100%에 육박한다. 완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암 세포의 발생 이후 우리 눈에 보이는데 걸리는 기간은 약 3개월 정도. 정기적인 검진을 거르지 않는다면 암 세포의 발생 여부를 알 수 있다.

이 원장은 “조기 진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생활 습관을 바꿔서 암이 못 오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암 예방을 위한 10대 생활수칙을 지키면서 살아간다면 암을 키우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암 예방 10대 수칙에는 금연, 금주 등 가장 기초적인 생활수칙의 기준이 포함되어 있다.

“암은 포기하는 순간 죽음 달려든다”

우리나라의 암 치료 기술은 세계에서도 최상위권이다. 끝없는 발전과 연구를 거듭한 끝에 일부 증상에 있어서는 의학 선진국들을 뛰어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암 생존율 향상에는 조기 검진의 대중화 위력도 있지만, 암 치료 기술의 진화도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불가능이 없을 것 같던 첨단 의학에도 옥의 티는 존재하는 법. 일부 암 환자들은 첨단 기술을 동원한 양방의학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기도 한다. 이 원장은 “암에 대한 두려움과 치료에 대한 불만이 암을 더 키우고 있다”면서 “의사들의 진단에 대해 믿음을 갖고, 희망을 갖는다면 암은 분명히 정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암 때문에 고통 받으시는 분들께 가장 큰 적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아직도 암의 치사량이 다른 병 때문에 높기 때문에 생기는 두려움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암의 사망률보다 생존율이 더 높은 시대입니다. 포기하지 마십시오. 늘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면서 즐겁게 살아간다면 암은 반드시 정복될 수 있습니다.”

암 예방 10대 생활수칙

■ 담배 근처에도 가까이 가지 말자!
■ 균형 잡힌 식단으로 장수 인생을 맞이하자!
■ 맵고 짠 음식, 탄 음식을 멀리 하자!
■ 술은 딱 하루에 두 잔만 ‘건배’
■ 하루 30분, 일주일에 5번 이상 운동하자!
■ 비만은 만병의 적, 적정 체중을 유지하자!
■ B형 간염 예방접종을 꼭 받자!
■ 안전한 성 생활로 내 몸을 스스로 지키자!
■ 일터에서도 암 예방에 만전을 기하자!
■ 꾸준한 검진으로 내 몸을 돌보자!

정백현 기자 jjeom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