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모바일의 미래가 소형화, 개인화로 수렴되는 현상이 빨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생활밀착형 모델에 집중해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시키는 쪽으로 새로운 시대의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다. 콘텐츠가 단방향에서 양방향의 속성을 추구하며 생긴, 철저한 개인화의 모델이다. 이제 우리는 굳이 지상파 방송을 본방사수하지 않으며, 내가 원하는 인터페이스를 구축해 나만의 모바일 환경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멀티플렉스를 비롯한 영화산업에 집중해 보자. 철저한 개인화에 따른 사용자 경험 중심의 시대와는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내 손안의 TV'가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나 우리는 여전히 멀티플렉스에서 타인과 어우러져 영화를 감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 기술의 발전으로 불특정 다수가 움집하는 극장의 시대가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천만영화의 시대가 아닌가.

원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먼저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가 빠르게 발전하며 대형 스크린의 장점이 여전한 생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극장가기’를 일종의 ‘놀이’로 여기는 문화적 측면도 기여를 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좌석의 차등화와 특별한 서비스로 기존 패러다임과 차별성을 두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으나, 적어도 전반적인 극장사업에서는 아직 ‘개인화’와 ‘사용자 경험’이 설 자리는 좁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분위기도 결국 마지막으로 치닫을 전망이다. OTT(오버더탑)를 비롯해 다양한 온라인을 매개로 하는 영화산업이 급격히 발전하며 영화를, 극장을 대하는 사업자와 대중의 태도에 상당부분 변화가 일고있기 때문이다.

헐리우드, 온라인 선개봉 영화 연이어 등장

이제 영화 자체보다 해킹으로 더 유명해진 소니픽처스의 영화 ‘더 인터뷰’는 온라인으로 활로를 찾은 대표적인 작품이다. 물론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소니 픽처스가 ‘더 인터뷰’를 정식으로 개봉하기 전에 온라인에서 먼저 공개한 것은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옛날같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아틀러스 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개봉을 앞둔 영화 ‘스크린’이 극장개봉 3주를 앞두고 애플의 아이튠즈,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 구글의 플레이 무비를 통해 먼저 개봉된다고 한다. 아이튠즈의 경우 SD화질 기준 렌털비용은 10달러, HD화질은 11달러로 책정됐다는 소식이다. 1930년대 대공항시대의 미국을 무성영화 형태로 풀어낸 영화가 21세기 최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통적인 극장 유통 시스템을 파괴한다는 점이 새롭다.

이러한 ‘파괴적 변화’는 OTT를 통해 펼쳐지고 있다.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드라마를 제작하며 콘텐츠 제공자로서의 입지를 구축한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넷플릭스는 유명 배우이자 감독인 아담 샌들러가 그의 프로덕션인 해피 매드슨에서 제작한 영화 4편을 자신들에게 독점 공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으며, 최근에는 와호장룡 속편을 극장개봉일에 맞춰 자사의 플랫폼으로 방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플랫폼과 콘텐츠의 경계가 사라진다

결론적으로, OTT와 같은 강력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등장으로 극장사업이 일대 변화를 맞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더 나아가 플랫폼 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자를 자임하며 그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마존도 이러한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다. 올해부터 매년 12개의 영화를 제작한다고 밝힌 아마존은 극장에서 우선 개봉한 영화를 4주에서 8주후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제공한다고 밝힌 상태다. 드라마 분야에서 경쟁해온 넷플릭스를 경쟁하는 한편, 더욱 구체적인 콘텐츠 사업의 영역으로 뻗어 가겠다는 의지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분위기는 기존 극장사업의 모델을 바꾸고 있다. 제작사와 극장의 관계에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가 개입하는 한편 이들이 각자와 협력하거나 대립하며 사업 전반을 바꾸고 있다는 해석이다. 아마존과 넷플릭스가 콘텐츠 사업자 겸 플랫폼 사업자로 나서 제작사와 협력하거나 대립하고, 이들이 전통적인 극장과 협력하거나 반발을 무마하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을 모자라 극장사업까지 하겠다고 나서는 아마존과 넷플릭스. 일단 전통적인 제작사 및 극장은 탐탁치않은 반응이지만 온라인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협력하거나, 혹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가 시사하는 것은 명확하다. 이제 우리는, 멀티플렉스로 대표되는 극장사업의 영광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순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