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표가 주식시장을 농사에 비유하는 까닭은 좋은 종자를 가꿔서 주식시장이란 농장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그에게 기업은 종자다.
공장·고학·증권맨·프리랜서 투자가 파란의 인생 수백억 자산가 인생 역전

[사진 : 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시장의 본질을 알면 돈의 흐름이 보인다’. 박영옥(52) 스마트인컴 대표가 강조하는 투자 철칙이다. 박 대표는 주식을 통해 기업을 대리 경영하는 주식농부다. 농부가 밭에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농사에 주식 투자 과정을 비유하며 이러한 필명을 얻게 됐다. 투자자 스스로가 우리 삶의 터전에 투자해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 주식 투자의 본질이라고 설명하는 그의 ‘농심(農心) 투자철학’과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외환위기 때 빚잔치 또 한번의 좌절

현재 투자자문회사 스마트인컴과 한나라당 재정금융분과위원장을 맡아 건전한 투자 문화 조성에 힘쓰기까지 박 대표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과거를 되짚어 보면 그는 4남매 중 장남으로 8세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와 함께 가난한 어린 시절을 겪었다. 중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그는 이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고향인 전라북도 장수에서 서울에 올라와 섬유공장에 취직했다. 이곳에서 3년 7개월간 일하며 박 대표는 공장장이 되려는 꿈을 가졌다.

그러나 박 대표는 학업에 대한 열망을 버릴 수 없어 방송통신고등학교를 통해 중등교육을 받았고, 3학년이 되던 해에 공장을 그만뒀다. 이후 서울 은평구 불광동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오전에 신문을 팔고 오후에는 학원에 다니며 공부를 해 중대 경영학과에 특수장학생으로 합격했다.

그는 대학교 3학년 때 증권분석사 시험에 합격하며 증권 시장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대학교를 3년 만에 조기졸업하며 현대투자연구소에서 주간지 기자 생활을 했고, 대신증권에 입사해 4년간 일했다. 또 국제투자자문회에서 2년간의 펀드매니저 생활을 거쳐 1994년에 교보증권에 입사했다. 이어 1997년 38세의 나이에 교보증권 압구정 지점장을 맡게 됐다.

증권시장에 발을 내딛은 후로 승승장구해 오던 그가 다시 고비를 맞게 된 것은 이 시기다. 외환 위기가 터지고 주가가 폭락한 때였다. 투자한 회사가 도산해 깡통계좌로 남거나 빚내서 주식을 산 사람들의 가계가 무너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그는 어머니의 집을 팔아 고객의 손실을 보전해 줬다. 자신의 모든 자산을 정리하고 아파트 월세를 얻을 정도의 돈만 남긴 후 그는 1999년 신촌 지점장직 권유를 거절하고 프리랜서로 나섰다. 이때부터 전업투자자로 활동하며 2006년 스마트인컴을 설립했다.

미래 1등기업 찾아 주인으로 나서라

박 대표가 스마트인컴을 설립한 이유는 우리나라 주식 투자자들의 단기투자문화를 장기투자와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문화로 바꾸기 위함이었다. 주식 투자를 어렵게 생각하는 일반인들의 인식 또한 개선하기를 원했다.

이를 위해 박 대표는 아는 부분에 대해서만 투자할 것을 권한다. 주식 투자에 대해 큰 리스크를 부담하는 것은 확실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다 보면 내·외부 변수에 흔들려 단타 매매에만 치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박 대표는 “단순히 투자한다는 개념에만 머물지 말고 투자하는 기업을 대리 경영한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경쟁력 있는 1등 기업을 스스로 찾아 주인으로 나설 것을 권유한다.

또 “주식을 매입해 가격이 빠졌다고 금세 팔지 말고 기업의 장기적 전망과 가치를 정확히 파악해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기업의 실적 뿐 아니라 경영자의 능력, 기업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지표를 기준으로 기업을 가려내면 업계 1위의 기업이 남는다는 것. 그가 장기투자 마인드를 가지도록 권하는 이유다.

박 대표가 프리랜서로 나선 후 처음 주식시장에 투자하기 시작한 금액은 4000만 원가량이었다. 처음에는 박 대표도 업계 2,3위 기업에 투자하는 등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현재는 1,2위 기업을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화장품 회사인 태평양, 자전거 제조업체인 삼천리 자전거, 참좋은 레저 등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냈고 현재 약 20개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 달에 한 개 기업 정도를 심도 있게 공부하라”고 말하는 박 대표는 이제 “기업을 보면 투자 가치가 보인다”고 확신한다. 지금도 특정 기업의 직원과 인연을 맺으면서 내부 소식이나 작은 정보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까닭에서다.

독특한 점은 박 대표는 투자할 때 종합주가지수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을 농사에 비유하는 이유는 좋은 종자를 가꿔서 주식시장이라는 농장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종자에 해당하므로 종합주가지수보다 기업을 보고 투자할 것을 권하는 것. 경기나 나빠도 잘 나가는 기업이 있기 때문에 종합주가지수는 크게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다.

박 대표는 IMF 때 외국 투자자본이 우리 시장으로 들어와 높은 이득을 본 사례를 들며, 이제는 우리 금융투자회사들이 외국 자본에 투자해 돈을 벌 때라고 강조한다. 그가 삼성증권,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증권주에 비중을 두고 투자한 이유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사태로 은행에는 현재 투자를 보류하고 있지만 결국 자금을 확보하는 업계가 은행이므로 장기투자의 가치가 있다”고 설명한다.

또 환율이 1100원대에 머무는 등 과거 1400원대를 기록하던 시절에 비해 원화 가치가 높아졌으므로 수출보다 내수 관련 업종에 투자할 것을 권유한다. 앞으로 중소형 가치주들이 장을 리드할 것이라고 믿는 박 대표는 자산 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된 극동유화, 조광피혁, 조일알미늄 등의 회사를 눈여겨볼 것을 주문한다.

세 자녀에 증 주식 억대로 불려

박 대표는 어린 시절 자신의 삶을 돌이켜 봤을 때 일찌감치 경제 교육을 받지 못한 일이 가장 후회스럽다고 표한다. 따라서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경제 관념을 주입시키려는 시도를 했다.

자녀 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그가 얼마 전 펴낸 책 <얘야, 너는 기업의 주인이다>에 자녀 경제교육 노하우를 담은 것은 이러한 연유에서다. 이 책이 출간되자 지난 해 펴내 1만4000부가 팔린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자>라는 그의 첫 저서도 다시금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고등학생, 중학생, 초등학생 세 자녀를 두고 있는 박 대표는 지난 2007년 세 자녀에게 각각 나이대별로 2500만, 2000만, 1600만 원씩 증여를 했다. 그리고 이 자산을 직접 주식 투자로 관리했다. 주식투자는 경제 흐름을 놓치지 않고 감각을 길러주는 스승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자녀들의 나이가 어려 관리를 박 대표 본인이 해 주고 있지만 “자녀의 자산으로 주식을 살 때는 반드시 상의를 한다”고 박 대표는 말한다. 투자 방법은 각 자녀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의 기업주를 사들이는 것. 따라서 그는 여행을 좋아하며 현재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첫째 딸에게는 참좋은여행이나 호텔신라 주를 사줬다. 둘째 자녀에게는 안철수연구소, 삼성증권 주를, 막내에게는 현대자동차 주를 사준 것도 각 자녀의 관심사를 반영한 결과다.

놀랍게도 그는 “아이들이 본인이 투자한 기업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자녀들이 가진 주식의 가격이 오르거나 떨어지면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났는지 설명해 준다. 마트에 가서도 자녀들이 투자한 기업의 물건을 함께 찾아보는 등 실생활에서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그러자 자연히 자녀들도 물건을 살 때 그 물건을 생산한 기업에 관심을 가지며 경제에도 가지게 됐다.

그 결과 현재 박 대표의 자녀들은 모두 2억 원대 자산가로 자리 잡았다. 박 대표는 “1000만 원을 투자해 30년간 매년 25%의 수익률을 내면 누적된 결과가 78억 원이 된다”고 설명한다. 상속문화를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최대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박 대표는 10만 원이라도 학생인 자녀들에게는 큰 돈이므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시작이 반인만큼 액수에 상관없이 아이 명의의 주식을 사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그는 주식 투자에서 규모보다 시간의 중요성을 피력한다. 시간이 지나 자녀들이 더 자라면 그 때는 스스로 투자할 것이라고 박 대표는 확신한다.

박 대표는 이러한 교육 방식의 모티브를 세계적인 자산가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의 삶을 통해 얻었다. 어린 시절 가난한 환경에서 스스로 신문배달을 하며 경제를 배운 워런 버핏과, 가난을 모르고 자랐지만 부모님을 통해 조기 경제 교육을 받은 빌 게이츠가 훌륭한 자산가로 성공한 배경에는 조기 교육이 있었다는 판단 덕분이다.

주식농부 박영옥의 투자 원칙
1. 주식도 농사라는 마음으로 임하라
2. 기대한 수익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라
3. 사업체를 운영한다고 생각하라
4. 꾸준한 관찰과 소통을 고수하라
5. 자기만의 가치 기준을 세워라
6. 위기 이후를 보는 혜안을 길러라
7. 계란은 확실한 바구니에 담아라
-분산투자 통해 위험을 줄여라
8.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라
9. 절대 빚내서는 하지말라

투자 기업 선정 노하우
1. 경쟁력 있는 1등 기업에 투자하라
2. 좋은 사업 모델을 가진 기업에 투자하라
3. 건강한 재무구조와 좋은 지배 구조를 가진 기업에 투자하라
4. 열린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에 투자하라
5.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는 기업에 투자하라

백가혜 기자 lit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