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가 위험에 직면했다. 중국 정부와 ‘짝퉁상품 문제’로 문제를 일으키더니 시가총액도 무려 45조원이나 증발해 버렸다. 4일(현지시각) 알리바바 시가총액은 238조원으로, 지난해 9월 뉴욕증권거래소 상당 당시의 시가총액보다 16%나 줄어들었다. 정점이던 지난해 11월과 비교하면 무려 110조원이 허공에 날아가 버렸다.

여기에 대만 정부는 알리바바에 420만 달러의 벌금을 물리는 한편, 중국 본토기업이면서 싱가포르 법인으로 기업을 등록했다며 퇴출명령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JD닷컴은 지난해 4분기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6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실질적 위협’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알리바바는 고군분투하고 있다. 짝퉁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 인사들을 차례로 만나 읍소하는 한편, 대만에 직접 날아가 “글로벌 기업이라 사정이 있다”는 호소를 남겼다. 호시탐탐 중국 진출을 노리는 아마존과 협력해 티몬에 아마존 상점을 오픈시키며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기도 했다. 알리바바와 특별한 인연을 가진 야후가 최근 알리바바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도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최근 알리바바가 보여주는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무엇을 시사할까? ‘매직’이라는 찬사를 받는 한편, 중국인이지만 가장 세계인에 가까운 인물로 여겨지던 그가 추락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분위기를 이해하려면 알리바바라는 기업으로 대표되는 경제인과 중국 정부, 즉 공산당의 관계를 재조명해야 한다.

결국은 ‘연줄’

중국에서 재계와 정계의 유착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는 거대한 기업은 거대한 권력과 연결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리바바도 마찬가지다. 대기원시보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전 국가 주석인 장쩌민의 손자와 손을 잡았다. 장 전 주석의 손자인 장츠청이 자신이 소유한 사모펀드인 보위캐피탈을 움직여 2012년 알리바바가 야후 소유의 알리바바 지분 40%를 되사는데 자금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보위캐피탈을 중심으로 구축된 투자 컨소시엄은 43조 원에 불과한 알리바바에 7조6314억원을 투자했다.

문제는 알리바바의 연줄이 현재의 체제와는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 국가주석인 시진핑은 부패척결을 기치로 걸고 지금까지의 중국과는 '다른 중국'을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우융캉 전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을 비롯해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 등을 숙청한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시진핑 주석은 부패척결을 기치로 내걸며 기존 중국의 근간을 이루던 세력과 신경전을 벌일 수 밖에 없으며 이런 상황에서 장츠청과 손 잡은 알리바바는 ‘거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反) 중국 매체인 보쉰은 2012년 시진핑 주석에 반감을 가진 인물들이 아직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그를 축출하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점진적 쿠테타’를 일으키려 했으며 알리바바가 ‘머니 파트너’였다는 다소 급진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매직은 없다. 기획경제만 있을 뿐?”

알리바바를 중심으로 중국의 경제를 이해하면 재미있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즉 알리바바도 거대한 게임의 법칙에서 ‘움직이는 말’에 불과하며, 모든 법칙은 결국 공산당이라는 중국 정부가 정한다는 뜻이다. 냉정히 생각하면, 무일푼의 영어강사이던 마윈이 갑자기 단기간에 세계적 전자상거래 업체의 수장으로 부상한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엄청난 사업수완에 글로벌 감각을 가졌으나, 그것만으로 ‘알리바바의 회장’이 되기 어렵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공산당이 기업인들을 어떻게 장악하고, 또 어떻게 연결하고 콘트롤하는지 알아야 한다. 중국 공산당은 최근 강력한 경제개혁 드라이브를 걸며 글로벌 무대를 호령하는 기업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BAT라고 불리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같은 거대 ICT 기업이 탄생했다는 것이 정론이지만, 중국 공산당은 체제의 안정과 당국, 즉 당의 입장에 반하는 기업가들을 가차없이 쳐내는 일에도 손속이 없다. '말을 듣지 않으면 부숴버리고 다시 만들어 버리면 된다'는 관념이 강하게 박혀있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사형된 쓰촨성 재계 거물, 한룽그룹의 류한 형제다. 류한은 1993년 쓰촨성에서 도박업소를 통해 부를 축적해 건축업까지 손을 뻗친 '숨은 부호'다. 권력도 막강해 쓰촨성의 정협 상무위원을 역임하며 '제2의 조직부장'으로 불릴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그가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많은 사람을 죽이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신비상인'이라 불리는 권력의 윗 선과 결탁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당장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중국 소식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그 신비상인이 현재 위기에 몰린 저우융캉 전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이며, 류한 형제의 비극은 그 원죄를 비롯해 저우융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본인은 부인하지만 끊임없이 망명설이 나오고 있는 아시아 최고의 부자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도 있다. 지난 9일 리카싱 회장이 홍콩에 있는 그룹 지주사 등록지를 조세피난처로 알려진케이먼 제도로 옮긴다고 발표하자 중화권 매체는 사실상 '그가 망명을 준비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리카싱 회장과 시진핑 주석 사이에 불편한 기류가 감돈다는 것은 오래된 상식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지난해 2014 AFC 챔프언스리그에서 중국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프로 축구팀, 광저우헝다 지분 50%를 인수했다.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다. ‘언제든 한 방에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 사업 다각화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그 외 일반적인 시나리오, 즉 스포츠 마케팅 및 이윤 극대화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알리바바가 지역 축구팀 투자를 통해 내수경제를 활성화시켜 공산당과 긍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경제적으로 해석한 알리바바의 ‘액션’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의미심장한 것은, 시진핑 주석은 2012년 아일랜드를 방문해 구두를 신고 축구장에서 공을 차는 사진이 공개될 정도로 축구팬이라는 점이다.

이제 결론을 내릴 차례다. 대한민국 정부는 최근 많이 좋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많은 규제로 새로운 산업의 발전과 진흥을 가로막고 있다. 여기에 기존 기업들은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기득권만 나눠갖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신선한 충격을 원하고 있으며, 이러한 충격이 내부보다 외부에서 극적으로 몰아치길 바라고 있다. E-커머스 분야에서 아마존의 국내입성을 원하는 사람들의 의식은 이러한 ‘충격파’를 기다리는 단적인 사례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발효된 한중 FTA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일단 전제할 점은, 긍정적인 협력요소가 상당하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기서 깊게 생각해야 한다. 한중 FTA를 바탕으로 중국의 자본이 국내에 유입되고, 이러한 분위기가 경제모델의 형태로 자리매김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공산당의 콘트롤에 완벽하게 움직이는 기업의 자금이 국내경제를 휘어 잡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는 경제적 문제에서 벗어나, 정치적 종속의 문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 화웨이의 국가재난망 논란과 비슷하다.

6일 국회에서는 한중FTA에 따른 방송환경 개방의 영향과 전망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는 한중 FTA가 거대한 쓰나미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 FTA를 문화적 현안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공미디어연구소 박상호 연구팀장은 방송분야 협력에 대해 “중국 자본의 국내 투자는 단기적으로 이득을 가져올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잠식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가 빨라지면, 결국 그의 표현대로 우리는 전혀 다른 경제모델을 접할 것이다. 한류(韓流)가 한류(漢流)로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