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테슬라의 순수 전기 스포츠카인 모델S를 지인에게 양도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왜 정용진 회장은 국내 1호 테슬라 자동차 소유주라는 타이틀을 포기했을까? 업계에서는 정용진 회장이 ‘국내 테슬라 1호 고객’이라는 주위 시선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부족한 충전 인프라도 테슬라를 포기하게 된 중요한 이유였다.

이런 관점에서 곰곰이 따져야 할 부분이 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해당 기술을 지원하는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하면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 테슬라 모터S. 출처=테슬라

아주 단순한 논리지만, 이는 사실 중요한 문제다. 도래하는 사물인터넷 시대를 연상해 보자. 현존하는 모든 기술이 완벽하게 생활밀착형으로 구현되어 연결되어 있다면, 당연히 기술은 365일 24시간 작동하거나 작동할 준비가 되어야 한다. 사물인터넷이 진정한 사물인터넷으로 작동하려면 필연적인 운명이다.

그런 이유로 ‘사물’과 ‘인터넷’을 ‘센서’로 연결해 유기적인 작동을 일으키는 스마트시티의 핵심은 저전력 기술에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저전력으로 준비하고, 고전력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하지만 저전력도 사물인터넷 환경의 전부가 될 수 없다.

상상해 보자. 본의 아니게 전력이 완전히 차단된다면? 기기상의 이유로 갑자기 모든 전력이 사라진다면? 현재 타이탄 프로젝트로 유명한 애플의 전기자동차와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가 연동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만약 애플워치나, 혹은 아이폰 전력이 갑자기 소진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날카로운 금속열쇠를 그리워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결국 충전기술이다. 완벽한 충전기술이 바탕이 되어야 사물인터넷 시대의 기기들이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이 분야에서 발 빠르게 대비하고 있다. 테슬라는 한번 충전에 600Km를 달리는 로드스터3.0을 출시하며 최대한의 지속력을 확보하는 한편, 북미를 중심으로 촘촘하게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심지어 자동차를 충전기 근처에 세워두면 충전 케이블이 자동으로 뱀처럼 기어나와 충전포트와 결합하는 시스템을 개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맞서는 전기자동차 업계의 반(反)테슬라 진영은 BMW를 중심으로 맞서고 있다. BMW는 폭스바겐과 협력해 미국 동부와 서부 해안가를 연결하는 고속도로에 전기자동차 충전소 100개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북미에만 2만개의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테슬라와 반(反)테슬라 진영은 각각 슈퍼 차지와 차지 포인트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충전시장을 위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사실 자동차를 예로 들었지만, 사물인터넷 시대의 충전기술은 사실상 전 영역에서 유효하다. 다만 미국에서 열렸던 CES 2015와 최근 스페인에서 열렸던 MWC 2015를 통해 사물인터넷 시대의 실제적 비즈니스 모델로 커넥티드카, 이후의 스마트카가 각광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충전 인프라’의 영역도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렴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충전기술 전반으로 시선을 넓혀보자. 케이블을 이용해 포트를 찾아 충전하는 방식은 이제 과거의 기술이며, 현재와 근미래는 무선충전기술을 바탕으로 근거리 유도 충전기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유도 결합(inductive coupling)이라는 알고리즘으로 진행되는 근거리 무선충전기술은 자기장을 활용해 전류를 생성시키는 방식이며, 두 개의 코일을 기기와 충전기애 내장시키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코일의 전극이 서로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근거리에 있는 기기가 충전되기 때문에 엄청난 전력은 발생되지 않는다.

현 상황에서 무선 충전 기술은 무선충전컨소시엄(WPC)과 무선충전연합(A4WP), 파워매터스얼라이언스(PMA)로 대립하며 치(Qi)와 PMA 등 두 가지 표준이 경쟁하고 있다. 일부 자동차 업계는 치(Qi)를 차용하고 있으며, 스타벅스는 PMA 방식을 지원한다.

이 대목에서 MWC 2015에서 공개된 갤럭시S6의 무선충전기술을 떠올려 보자. 가구 공룡인 이케아와 함께 무선충전기술을 선보인 갤럭시S6는 근거리 유도 충전기술의 전형이다. 무선충전방식은 PMA다. 대부분의 스마트폰이 치(Qi)를 사용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 출처=삼성전자

하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은 근거리에 무게를 두지 않는다. 장거리 무선충전기술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자동차와 같은 대형 기기의 충전 인프라는 자연스럽게 무선충전기술의 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전망이다.

근거리 무선충전기술은 코일에 의해 발생되며, 코일의 숫자와 지름에 따라 강력한 전력을 만들 수 있으나 이는 다양한 현실적 제약을 고려하면 비현실적이다. 그런 이유로 동일한 공진 주파수를 가진 재료를 사용해 유도 결합의 전력 도달 거리를 늘리는 방식의 장거리 무선충전기술이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무선충전기술은 근거리에서 장거리로 넘어 가며 자동차와 같은 대형기기들의 운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저전력을 넘어 사물인터넷 전반의 무선충전기술 인프라가 상당부분 진척될 확률이 높다.

사물인터넷은 사물의 크기와도 관련이 있다. 자연스럽게 무선충전기술이 새로운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스마트홈을 넘어 스마트시티를 움직이는 거대한 발판이 될 전망이며,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부상할 것이 확실하다. 어떤 사업이든 지속가능한 ‘인프라’가 핵심이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사물인터넷 및 전기자동차의 발전으로 기술부품의 수혜를 입을 확률이 높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