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대리는 인사팀으로부터 ‘징계위원회에 회부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지난번 팀 회식자리에서 무 대리가 운동을 통해 단련된 자신의 식스팩을 자랑한 것과 후배들에게 카카오톡으로 보낸 상반신 사진이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무 대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과체중에 속했으나 몇 달 동안에 걸친 운동과 노력의 결실로 식스팩까지 만들게 되었다. 이러한 자신의 변화를 주위의 친한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을 뿐인데, 이것이 성희롱이다? 팀원들은 모두 무 대리와 친하고 카카오톡 친구들도 마찬가지이다. 도대체 누가 인사팀에 직장 내 성희롱으로 제보를 했단 말인가? 주위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까지 느껴진다.

 

직장 내 성희롱은 가해자와 피해자로 분리가 되는데, 사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본인이 의도치 못한 상태에서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 가해자 입장에서 자칫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성희롱은 성희롱에 해당하는 법적 기준이 정해져 있고 항상 피해자 중심으로 판단한다. 이는 가해자의 의도치 않은 언행으로 피해자는 직장생활을 하기 힘들어지고, 근로의욕을 저하시켜 심한 경우에는 회사를 그만두거나 정신적인 충격에 빠뜨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직장 내 성희롱이란 무엇인지, 흔히 발생하는 성희롱 사례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직장 내 성희롱에는 육체적, 시각적, 언어적 성희롱이 있다

직장 내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법, 여성발전기본법,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규정되어 있고 의미는 비슷하다. 회사 대표,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 지위 또는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인 언동으로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일으키고, 여기서 성적인 언동에는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가 있다. 흔히 성희롱하면 남성 또는 직장 상사가 여성 또는 부하직원에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성 상사가 남성 부하직원에게, 남성 상사가 남성 부하직원에게 하는 경우, 즉 동성 간에도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다.

여성의 신체 특성을 거론하거나 여성성, 남성성을 부각시키는 경우는 ‘언어적 성희롱’

최근에는 카카오톡이나 카카오스토리 등에 여행사진이나 본인의 특별한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어떤 여성이 휴가기간 중에 친구들과 해변에서 짧은 반바지를 입은 사진을 보고 “다리가 매끈한데, 회사에도 그렇게 입고 다녀라”, 산뜻한 봄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에게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으니 섹시하고 다리가 길어 보인다”고 이야기를 하면 언어적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다. 여성 입장에서는 본인의 특정 신체부위에 남성의 시선이 고정됨과 동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성이 남성에게 “엉덩이가 섹시하다”라거나 “다리가 튼튼해서 하체가 강하겠다”는 이야기로 남성 근로자가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면 마찬가지로 역시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다.

여러 직원 앞에서 옷을 벗거나 자신의 신체 사진을 고의적으로 노출하는 경우는 ‘시각적 성희롱’

시각적 성희롱이란 성과 관련된 외설적인 사진·그림·낙서·음란출판물 등을 게시하거나 보여주는 행위, 직접 또는 컴퓨터 등을 통하여 음란한 내용이 담긴 편지·사진·그림을 보내는 행위, 성과 관련된 자신의 특정 신체부위를 고의적으로 노출하는 행위를 말한다. 운동 후 여러 사람 앞에서 옷을 벗는 행위도 이에 포함된다. 무 대리가 본인의 신체 노출사진을 보내는 행위도 이를 본 여성 근로자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시각적 성희롱에 해당될 수 있다.

상대방의 의지에 반하여 자신의 신체 부위를 만지게 하거나 만지는 행위는 ‘육체적 성희롱’

자신의 신체 부위를 만지게 하거나 만지는 행위는 육체적 성희롱에 해당한다. 가슴이나 특정 부위를 만지는 행위뿐만 아니라 회식 중 상대방의 손을 잡거나 손에 입맞춤을 하는 행위, 상대방으로 하여금 본인의 특정 신체를 만지게 하는 행위도 이에 포함된다. 무 대리가 회식 중 본인의 식스팩을 자랑하면서 자신의 몸을 만지게 했다면, 이 역시 성희롱에 포함될 수 있다. 통상 회식자리인 노래방에서 분위기가 들뜬 상태에서 블루스를 추거나 손을 잡는 행위 등도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회사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징계를 해야 하는가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한 경우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회사에서 징계나 기타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 성희롱 피해자가 신고한 경우에는 즉각 조사하여 징계해야 하며, 만약 가해자를 다른 부서로 이동시키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회사에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만약 성희롱 피해를 호소하는 근로자를 인사조치하거나 해고하는 경우에는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만약 회사 외부 고객으로부터의 성희롱을 신고한다면 업무를 조정해 주는 방법을 통해 고객에 의한 성희롱을 구제해 주어야 한다. 서비스 기관에서 콜센터 업무 과정 중 고객으로부터 성희롱이 발생했다면 해당 고객 상담은 남성 근로자가 처리해주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성적 불쾌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언행은 배려 차원에서 유의해야 하고, 성적 굴욕감을 느끼는 경우 중지를 요청해야

직장 내 성희롱은 과거와는 달리 전혀 의도치 않게, 친분관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농담을 하거나 신체 접촉을 하는 행위, 불필요한 동영상, 사진 등을 노출해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는 자중해야 할 것이다. 피해자 입장에서도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본인이 거부 의사를 밝히거나 즉각적인 거부 반응을 보이기 힘들다면 회사 내 고충처리 등을 통해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