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5에서는 사물인터넷 및 5G, 다양한 모바일 생태계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뜻을 모아 협력에 나서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며 경계감을 숨기지 않는 기업들도 있었다. 국내에서 절찬리에 방영됐던 ‘사랑과 전쟁’이 연상된다.

삼성전자와 구글의 미묘한 관계가 대표적이다. 양사는 지금까지 안드로이드 동맹의 주축으로 활동하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제패하는 한편, ‘밀월’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타이젠OS를 품고, 구글이 제조 인프라를 키워가기 시작하며 양사의 관계가 삐걱이고 있다.

MWC 2015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구글의 선다 피차이 부사장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6를 칭찬하는 한편, 삼성페이의 강력한 기능을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간편결제 시장의 라이벌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양보한 셈이다.

이는 구글이 통신사와 협력해 미국에서 구글월렛 선탑재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색적인 장면이다. 더 나아가 선다 피차이 부사장은 안드로이드 페이 출시계획까지 밝히며 “안드로이드 페이를 모바일 결제 서비스의 중심으로 삼겠다”는 말을 남겼다. 앞에서는 칭찬하지만, 뒤에서는 자신들의 경쟁력을 강화하며 시장 지배력을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노골적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일도 벌어졌다. 화웨이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부스 맞은편에 최대 수준의 부스를 마련한 화웨이는 아예 “갤럭시S6는 경쟁력이 없다”는 도발적인 발언을 남겨 화제의 중심에 섰다. 심지어 화웨이는 자국의 경쟁자인 샤오미에 대해서도 “곧 사라질 것”이라는 예언을 남기기도 했다.

지금까지 서로에게 관심이 없었으나,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빠르게 ‘썸’을 타기 시작하는 기업도 있었다. 사물인터넷을 노리는 통신사와 제조사들의 만남이 대표적이다. KT는 코웨이와 협력해 스마트홈 MOU까지 체결하며 보폭을 넓혔으며, SK텔레콤은 구글글래스와 비콘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실험에 나서는 한편, 대형마트와 손 잡고 무인카트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스마트워치와 스마트카(커넥티드카)의 만남도 화제였다. LG전자의 어베인은 아우디와 연동되는 기술을 바탕으로 참관객들의 관심을 끌었으며, 포드는 자동차 업계 중 유일하게 단독부스를 마련해 스마트 기술을 공개했다.

퀄컴도 부스의 상당부분을 자동차 제어기술에 할애했으며 화웨이도 차량 내부의 와이파이 및 기타 기술을 지원하는 알고리즘으로 호평을 받았다. 보다폰도 포르셰와 ‘사랑’에 빠지는 분위기였다.

핀테크 인프라를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썸’도 관심사다. 삼성전자와 비자의 만남이 대표적이다. 삼성페이를 발표한 삼성전자는 비자의 막강한 금융 인프라를 원했으며, 비자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비전을 찾기 위해 삼성전자를 선택했다.

삼성전자는 삼성페이를 통해 국내에서 신한카드, 케이비(KB)국민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등 6개 카드사와 협력하며 해외에서는 비자를 비롯해 마스터 카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카드사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 씨티 등 금융권과도 동맹체제를 구축했다.

통신사의 경우 외연적 확장을 위한 필사적인 파트너 찾기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네트워크 및 기타 통신, 사물인터펫 인프라 확보를 위해 노키아와 차이나모바일 등 다수의 기업들과 협력했으며 이를 자사의 경쟁력으로 수렴하기 위한 노력에도 전사적인 열정을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