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메신저 시장에서 ‘카카오톡’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많은 메신저가 카카오톡 앞에선 주저앉았다. 일부는 서비스 종료를 알리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물론 시대별로 왕좌를 차지한 메신저는 따로 있었다. 그런데 성공은 짧았고 잊히는 것은 금방이었다.

모두 카카오톡의 조상들이다. 이 중엔 조용히 반등의 기회를 엿보는 메신저도 존재한다. 이제 와서 지난날을 들추는 것은 무익한 일이 아니다. 실패의 기록은 더 완벽한 미래를 위한 자양분이 된다. 그래서 준비했다. '카카오톡의 시대' 이전의 메신저에 대한 기록이다.

버디버디는 야하다?

전성기는 2003~2004년이었다. 날개 달린 초록색 신발 아이콘은 10대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과거 메신저 3파전 당시 학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아기자기한 아바타 꾸미기와 채팅 서비스가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다 급격하게 쇠퇴했다. 결국 2012년 4월 19일부터 단계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했다. 사춘기 시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을까. 서비스 종료 소식이 알려지자 각종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버디버디’가 올랐다.

이유 없는 몰락은 아니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채팅방이 퇴폐의 온상이 됐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꼽는 원인이다. 인터넷 백과사전 엔하위키 미러는 “2005년 전후로 심각한 막장화가 진행됐다”고 기록한다.

특히 채팅 서비스 ‘사랑채널’은 온라인 ‘암흑의 핵심’이었다. 원조교제, 성매매, 음란화상채팅 등이 암암리에 이뤄졌다. 이는 버디버디 운영진의 ‘미필적 고의’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남아있는 이용자를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 자체 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용자는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타키는 살아있다

'사이버 친목의 장' 세이클럽은 지난 2002년 메신저 '타키'를 출시했다. 전성기 시절의 이용자는 주로 10~20대였다. 다른 메신저가 지인과 소통하는 기능에 집중했다면, 타키는 새로운 인맥을 만드는 능동적인 메신저로 평가받았다.

타키는 지금도 서비스 중이다. 그러나 예전만큼의 활기는 없어 보인다. 2000년대 중반 세이클럽이 부분 유료화를 단행하자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고, 메신저 이용자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당시 이용자들은 세이클럽의 존재의의였던 자유로운 채팅을 유료 전환한 정책이 치명적이었다고 지적한다.

유서 깊은 MSN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만든 메신저로 1995년 윈도95와 함께 출시됐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기능과 디자인을 무기로 빠르게 이용자를 확보했다. 한때 전 세계 3억30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메신저 분야에서 선두를 유지했다. 지구촌 곳곳의 이용자를 하나로 연결해주며 세계화의 상징처럼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3년 한국에서 서비스가 완전히 종료됐다. 기존 메신저 기능은 스카이프와 통합됐다. 서비스 종료의 원인은 이용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인데 그 요인은 다양하다. MSN은 초기에 프로그램이 가볍다는 것이 강점이었지만 버전 업그레이드를 거듭하면서 부가기능이 늘어나 프로그램이 무거워졌다.

일반적인 국내 서비스와 달리 본인 인증을 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에 아이디를 잊어버리면 찾기가 까다롭다는 것도 단점이었다. 아울러 MS의 정책상 마지막 접속 이후 1년이 지나면 계정이 완전히 삭제돼 불편함을 야기했다. 새로운 메신저들이 속속 등장하자 서서히 밀려나기 시작했다.

‘국민 메신저’ 네이트온

이후 왕좌를 차지한 것은 ‘네이트온’이었다.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에서 서비스하는 메신저다. 전신은 넷츠고 시절 있었던 메신저 ‘미니고’이다. SK컴즈가 싸이월드를 인수한 이후 미니홈피 기능과 연동돼 이용자가 급증했다. ‘국민 메신저’의 자리는 영원히 네이트온 몫일 것 같았다.

그런데 입지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모바일 메신저가 급부상한 까닭이다. 네이트온은 서둘러 대응했지만 위기는 계속됐다. 여기에 지난 2011년 'SK컴즈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치명타였다. 개인정보와 함께 이용자도 유출됐다. 이후 네이트온은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등 반등을 꾀하고 있다. 부활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톡 이후?

이제 절대 강자는 카카오톡이다. 국내는 물론 필리핀, 베트남 메신저 시장에서도 독점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메신저 기능 이외에도 게임, 뉴스, 웹툰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하며 운신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그렇게 '스마트폰 킬러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스멀스멀 위기론이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은 카카오톡이 성장통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모바일게임과 뉴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상당수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아울러 해외시장 성적이 기대만큼은 아니다. 주변국에 강력한 경쟁업체들이 포진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것이 카카오톡이 안고 있는 숙제다.

더군다나 지난해 불거진 ‘감찰 논란’은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이 사태는 “메신저 대화 기록은 통신감청의 대상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남겼다. 많은 이용자들이 반발했고, 프라이버시에 대해 우려했다. 그러다 텔레그램과 같은 메신저로 '사이버 망명'을 시도하는 이용자도 생겨났다.

그럼에도 아직 미래를 비관하기는 이르다. 지난해 포털 업체 다음과 합병한 카카오는 본격적으로 시너지를 발휘할 태세다. 카카오페이, 뱅크월렛카카오 등 신규 사업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중이다. 물론 메신저 이용자는 언제든 밀물과 썰물처럼 ‘사이버 대이동’을 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