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은 한국재건축의 잠룡이다. 1980년대 한국의 어퍼이스트사이드(Upper East Side, 미국의 대표 부촌)로 전통적 부촌(富村) 중 하나다. 입주한 지 30년이 훌쩍 넘은 아파트들이 즐비하지만, 여전히 압구정은 부를 상징하는 동네다. 지금도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등을 보면 압구정동에 아파트 한 채 마련하는 게, 부의 최종 목표처럼 묘사되어 방영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압구정의 재건축은 단순히 오래된 아파트를 새로 짓는 개념이 아니다. 한국의 대표 부촌을 새롭게 만드는 프로젝트다. 압구정 아파트들의 재건축은 주변 부동산시장과 주택시장의 판을 바꿀 수 있는 사업이다. 다른 재건축 지역들처럼 단순히 수익성이나 계산해 투자하는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압구정동은 한국을 대표하는 아파트 부락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압구정이 어떻게 지어지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재건축되는 아파트들의 트렌드나 가격, 수익률 등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압구정지구는 총 115만1000여㎡ 규모로 총 4개 주구로 구성돼 있다. 현재 압구정동에는 현대·한양·미성아파트 등 총 24개 단지 1만334가구가 들어서 있다. 압구정지구는 △1주구 5개 단지 3157가구 △2주구 10개 단지 3934가구 △3주구 6개 단지 2572가구 △4주구 3개 단지 672가구 등이다.

압구정의 입지는 주거지역으로 단연 으뜸이다. 단지 북측으로 한강이 흘러 한강시민공원 등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데다 기부채납을 하더라도 그 부지에 공원이 들어서 주거쾌적성이 뛰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압구정초·중·고, 현대고 등 강남 8학군이 속해 교육여건이 우수하고 업무지구의 중심인 테헤란로와 로데오거리, 청담동 명품거리 등이 인접해 있다. 이런 주변 환경으로 인해 개발 후 압구정의 미래가치는 백지수표란 말이 나올 정도다.

그동안 압구정지구는 많은 재건축 정책 변화에 따라 울고 웃었다. 압구정동은 지난 2005년 구현대, 한양 등이 위치한 3개 주구를 통폐합해 60층 높이의 재건축을 추진했었지만, 집값 불안 등의 이유로 정부가 반대해 무산된 적이 있다. 당시 참여정부는 집값의 폭등 요인으로 강남권 재건축아파트를 지목해 규제를 강하게 시행했다. 특히 85㎡ 이하 소형평형 의무건설비율을 20%에서 60%까지 확대 적용한 정책은 재건축 시장에 큰 타격이었다. 소형평형 의무건설비율은 재건축 진행 시 전용 85㎡ 이하의 주택을 60% 이상 짓게 한 정책이었다.

전용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아파트로만 구성된 압구정지구는 재건축을 하더라도 기존에 살고 있던 집보다 줄여서 가야만 했다. 압구정지구의 위기였다. 하지만 재건축 사업의 매력이 떨어지자 소형평형 의무비율이 없는 리모델링 사업으로 대체 추진이 됐었지만,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한강르네상스’ 개발계획이 발표되면서 압구정지구는 전화위복을 맞이하게 된다. 압구정지구는 최고 50층까지 짓게 만들어주는 대신 기부체납을 통해 한강변 공공성과 재건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목표였다.

정책이 발표되자 압구정지구는 부동산의 단연 ‘뜨거운 감자’로 꼽혔다. 실제 한강변 초고층 개발로 지정된 2009년 압구정 아파트의 거래량은 지정 전인 2008년보다 4배(2008년 147건→2009년 592건) 이상이나 늘어났을 정도다. 가격도 폭등했다. 당시 대지지분이 넓었던 압구정1주구 신현대의 경우 3.3㎡당 5000만원을 사상 처음 돌파할 정도로 가격상승이 높았다.

또 압구정지구 북측에 놓인 한강변 올림픽대로(2.2㎞)를 지하화해 한강변을 바로 접근할 수 있도록 보행통로가 만들어져 한강 접근성을 강화할 계획도 내놓았다. 기부채납된 부지에는 녹지공원과 복합문화시설 등 공공시설이 들어서게 됨에 따라 압구정지구는 한국판 센트럴파크로 다시 태어나는가 싶었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한강르네상스’ 계획은 무산됐다. 부동산 경기불황과 규제에 따른 재건축의 낮은 사업성이 발목을 잡았다. 박원순 시장은 ‘한강변 관리 방향’ 발표를 통해 압구정지구를 최고 35층까지 재건축할 수 있도록 했다. 기부채납 비율은 기존 30%에서 15%까지 낮췄다.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많아 보인다. 우선 용적률 문제다. 현재 3종 주거지역인 압구정지구는 재건축 시 최대 300%까지 받을 수 있다. 압구정지구는 대부분 15층 이상의 고층이 많은 데다 개발면적의 15%가량을 기부채납 해야 한다. 여기에 서울시가 소형의무비율이나 임대의무비율 등을 적용할 경우 사업성이 낮아 용적률 상향 조정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하지만 압구정지구는 쉽게 합의점을 못 찾고 있다. 공공성과 수익성을 함께 고려해 지으려는 탓에 주민과 지자체 간의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압구정지구 재건축에 적용할 건폐율, 용적률, 층수(높이) 등에 대한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연구용역을 진행 중에 있다. 오는 2015년 하반기에 용역 결과가 나오면 재건축을 진행할 예정이다. 용역 결과에 따라 앞으로 압구정지구에 대한 개발 가이드라인이 계속해서 다시 바뀔 전망이다.

압구정1주구는 16만2000여㎡ 규모로 신현대(현대 9차, 11차, 12차)와 미성 1~2차 등 5개 단지 3157가구가 들어서 있다. 압구정지구의 서측에 위치한 곳으로 현대백화점과 신사동 가로수길 등의 상업시설과 마주해 있다. 또 1주구 신현대는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역세권에 위치해 있고, 한강시민공원 이용도 수월해 재건축 기대가치가 높다.

압구정1주구의 대지지분은 36~102㎡이다. 미성 1차는 △112㎡의 대지지분은 61.65㎡ △165㎡는 90㎡ △191㎡는 106㎡, 신현대는 △115㎡가 18.6㎡ △128㎡가 66.9㎡ △168㎡는 86.7㎡ △198㎡는 102㎡ 등의 수준이다.

압구정2주구는 37만2000여㎡ 규모로 압구정지구에서 개발규모가 가장 크다. 현대 1~7차, 현대 10차 등 10개 단지 3934가구로 구성됐다. 주구 내 압구정초·중·고가 모두 위치해 있다. 또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역세권인 데다 성수대교와 동호대교 사이에 위치해 교통여건이 뛰어나다. 대형 상업시설들과는 거리가 있어 주거여건으로는 4개 지구 중 가장 뛰어날 것으로 보인다.

압구정2주구의 대지지분은 42~121㎡다. 대표적인 단지별로는 현대 1차 △142㎡가 58㎡ △178㎡가 72.6㎡, 현대 2차 △178㎡가 72.6㎡ △214㎡는 86.8㎡, 현대 3차 △109㎡가 42.2㎡, 현대 4차 △145㎡가 121㎡, 현대 7차 △158㎡가 73.9㎡ △214㎡는 100.5㎡ 등으로 1주구에 비해서 지분율이 다소 낮았다.

압구정3,4주구는 압구정로데오거리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3,4주구는 22만8000여㎡ 규모로 한양 1~8차, 현대 8차 등 9개 단지 3244가구가 들어서 있다. 압구정3,4주구는 분당선 압구정로데오거리역 역세권에 있다. 갤러리아백화점과 압구정로데오거리 등 상업시설과 인접해 있다.

압구정3,4주구는 한양아파트로 대부분 구성돼 있으며, 대지지분은 29~120㎡다. 단지별로는 한양 1차 △66㎡가 29㎡ △89㎡가 36.3㎡ △105㎡는 46.2㎡, 한양 2차 △195㎡가 97.6㎡, 한양 4차 △228㎡가 119.2㎡, 한양 5차 △115㎡는 63.2㎡ 등이다.

대지 지분 등으로만 보면 압구정동은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압구정지구가 통합 재건축이 진행된다면, 대지지분은 무의미해질 가능성이 높다. 대형아파트로만 구성된 데다 대표적인 부촌으로 개발 후 가치상승은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의 문제는 조합원들 간의 이익과 공공성을 어떻게 버무려 재건축을 추진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려 있다.
 

리얼투데이 김광석 실장(www.Realtoday.co.kr)

리얼투데이 김광석 센터장은 현재 영암, 해남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주택과 산업단지, 계량분석 전문가로 부동산 정보업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닥터아파트 정보분석팀장, 유니에셋 리서치센터 팀장, 스피드뱅크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