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식업계는 자연주의 콘셉트의 메뉴가 인기다. 특히 인공조미료 대신 천연조미료만 사용해 제철에 나는 친환경 식재료로 정갈한 맛을 내는 사찰음식이 주목 받고 있다.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 중 장수와 극락을 상징한다 하여 신성시하는 연근은 사찰음식에서 가장 애용하는 식재료 중 하나다.

사각사각 씹히는 질감과 잘랐을 때 단면에 생기는 끈적끈적한 뮤신이 몸에 좋은 마와 그 성질이 비슷한 연근은 영양에서도 ‘마’만큼 뛰어나다. 뿌리채소로는 드물게 비타민C가 풍부하며 무기질, 식이섬유, 철분이 많아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 연근은 피를 맑게 해주며 몸의 독소를 빼주는 효능도 갖추고 있다.

연근에 들어 있는 아스파라긴산은 피로 회복제로 마음을 안정시켜 불면증, 우울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내게 연근은 간장에 조려 먹는 단순한 밥반찬으로밖에 취급 하지 않던 그런 심심한 채소였다. 그저 몸에 좋다는 이유로 어릴 적엔 강요에 의해 억지로 먹기 일쑤였던 연근은 전혀 달갑지 않은 음식이었다. 그러던 것이 얼마 전 다녀온 레스토랑에서 맛본 연근의 색다른 미각은 내게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연근을 곱게 갈아 만든 특유의 부드럽고 담백한 맛의 연죽은 추위에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함께 나온 연근 물김치는 무의 시원한 맛과 배의 단맛이 어우러져 입안을 깨끗이 정리해 주는 개운함으로 입맛을 사로잡았다.

얇게 저민 연근을 바삭하게 튀겨 알록달록 색감이 어여쁜 야채와 함께 나온 연근 샐러드는 겨울의 무료함에 지쳐 우울했던 마음에 싱그러운 봄의 설렘을 안겨줬을 만큼 고소하고 상큼했다. 덤덤한 맛 때문에 기피하던 연근이 이렇게 화려한 변신으로 재탄생 되어 다양한 맛의 향연을 부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날 저녁 흐뭇했던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유난히도 가벼웠던 기억이 난다.

각양각색의 변신이 가능한 연근으로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인기 있는 햄버거를 만들 수도 있다. 일반 햄버거보다 열량이 낮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곱게 다진 연근과 으깬 두부를 사용해 햄버거 패티(Patty:고기나 생선 등을 다져 동글납작하게 빚은 것)를 만들고 여기에 데리야끼 소스를 얹어 팬에 노릇하게 구워내면 불고기버거 못지않은 감칠맛의 연근버거가 완성된다. 서근서근 씹히는 연근의 질감이 부드러운 두부가 간간한 소스와 어울려 의외의 궁합을 이룬다.

햄버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감자 칩. 기름기 많아 칼로리가 높고 짠맛이 강한 감자 칩 대신 연근을 얇게 썰어 오븐에 구운 연근 칩을 곁들이면 다이어트용 웰빙 연근버거 세트가 완성된다.

연근버거 세트
패티 재료…연근 300g/두부 100g/돼지고기민스 또는 소고기민스 80g/양파 1/4조각/마늘 1쪽청주 2Tbsp/매실청 1Tbsp/소금 후추 각각 1tbsp
그 외 재료…햄버거 빵/치즈 슬라이스/양상추/토마토 슬라이스/팬에 구운 양파링 슬라이스
연근 칩 재료…얇게 슬라이스 한 연근/올리브 오일 약간/소금
만드는 방법
1. 연근은 강판에 갈아 물기를 제거한다. 두부도 물기를 제거하고 으깨 곱게 다진다.
2. 양파와 마늘을 다져 팬에 살짝 볶은 후 식힌다.
3. 1번과 2번 그리고 돼지고기민스, 청주, 매실청, 소금, 후추를 넣고 골고루 섞이게 잘 치댄 후 약 1~1.5cm 두께 햄버거 빵 넓이의 원형을 만든다.
4. 살짝 달궈진 팬에 3번 패티를 노릇노릇 속까지 잘 익혀준다.
5. 빵은 반으로 갈라 오븐 또는 기름기 없는 팬에 살짝 토스트 한 후 양상추, 토마토, 치즈 슬라이스, 잘 익힌 연근 패티, 양파링을 순서대로 올린다.
5. 연근을 최대한 얇게 슬라이스 한 후 레몬즙 또는 식초를 넣은 물에 담가둔 후 물기를 제거하고 올리브 오일을 바른 오븐용 쟁반 위에 가지런히 올려 올리브 오일을 바르고 소금간을 살짝 해 170도 오븐에 10~15분 정도 굽는다.
6. 완성된 연근버거와 연근 칩을 한 접시에 예쁘게 담으면 연근버거 세트 완성.
Tip…연근과 궁합이 좋은 요구르트로 드레싱을 만들어 토마토케첩 대신 연근 칩에 찍어 먹어보자. 맛도 맛이지만 연근과 요구르트의 조합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 혈액 정화에 도움을 주어 스트레스를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김애리
영국 Kent 지역 Thanet College 요리 제과부문 전공/런던 ST Martins Lane Hotel, Asia de Cuba 레스토랑/시드니 Hat 2개 Lucio’s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근무/푸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