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15 직전 열린 모바일 언팩에서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6를 전격 공개했다. 갤럭시S6 엣지로 대표되는 디스플레이 기술의 혁신과 무선충전 및 급속충전, 업그레이드된 디자인은 물론 기어VR2의 등장과 더불어 루프페이를 품은 삼성페이로 핀테크 시장까지 넘보겠다는 야심이 묻어난다. 현 상황에서 흐름은 좋다. 갤럭시S6가 공개되자 국내는 물론 외국언론은 일제히 “가장 혁신적인 스마트폰”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올 뉴 갤럭시'(All New Galaxy)

1일 삼성전자의 모바일 언팩 현장. 무대에 선 신종균 사장은 갤럭시S6를 공개하며 말했다. “올 뉴 갤럭시'(All New Galaxy)를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제로베이스에 시작한 스마트폰입니다."

그의 말 그대로다. 갤럭시S6는 이름 빼고 모든 것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완벽하게 제로(0)에서 재탄생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다. 후발업체의 도전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방황하는 삼성전자의 성장동력을 책임질 마지막 승부수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바꾼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야심차게 출시한 갤럭시S5의 흥행실패로 2008년 아이폰 쇼크와 비슷한 대내외적 충격을 한 몸에 받았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패권은 흔들렸으며 아이폰6를 내세운 애플의 공세는 심해지고, 샤오미와 같은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의 반격은 시간이 갈수록 날카로워졌다. 매출은 급감하고 수익성은 악화됐다. 시장 점유율은 추락을 거듭했으며 삼성전자의 동맹인 전자계열사들도 위태로운 도미노처럼 흔들렸다.

“새로운 갤럭시를 만듭시다” 지난해 10월 갤럭시노트4가 출시된 직후, 신종균 사장을 비롯한 무선사업부 임원들은 한 자리에 모여 갤럭시S6를 위한 정지작업에 돌입했다.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대표 프리미엄 라인업인 S시리즈를 살리자는 뜻이었다. 모두의 눈빛이 날카롭게 부딪친다.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제로베이스에서 바꾼다’는 원칙이 정해졌다.

약간의 시간이 흘러 지난해 말, 갤럭시S6의 메탈 프레임 및 소재의 변화라는 큰 줄기는 잡혔으나 여전히 ‘모든 것을 바꾼다’는 원칙만 남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조직개편에 착수한다. 몸집을 줄이고 선택과 집중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한편 갤럭시S6에 사활을 걸기 위한 워밍업에 돌입한 것이다.

지난해 5월 무선사업부 디자인팀장이 교체되고 무선사업부 내부에서 상품전략팀이 통합 운영되기 시작한 바람을 타며,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신종균 사장이 무선사업부를 계속 맡는 쪽으로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 과정에서 차기 무선사업부의 수장으로 유력하던 이돈주 사장이 물러나는 파란도 발생하는 한편, 고동진 기술전략팀장(부사장)과 ‘새내기 임원’ 이현율 상무, 이영희 부사장이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갤럭시S6를 위해 TF를 꾸려 본격적인 개발작업에 착수했다.

이후 신종균 사장은 제품 개발 및 마케팅, 유통 정책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며 실제 소비자단의 판매량과 출하량까지 모두 챙기는 꼼꼼행보를 보여줬다. 자체 엑시노스AP 및 디스플레이 기술력은 물론, 오픈 생태계를 지향하는 갤럭시S6의 틀이 차곡차곡 쌓이는 과정이었다.

그동안 모바일 언팩에서 보여줬던 모범생 스타일을 버리자는 의견도 이때 나왔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모바일 언팩에서 아이폰6와 갤럭시S6를 직접 비교하는 파격적인 프리젠테이션을 보여줘 신선한 충격을 안긴 바 있다. ‘갤럭시’라는 이름도 쓰지 말자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로 처절한 자구책도 나왔다.

그리고 올해 3월, 갤럭시S6는 공개됐다.

▲ 출처=삼성전자

“갤럭시S6, 눈물로 만들었다”

신종균 사장은 모바일 언팩 종료 후 MWC 2015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어 갤럭시S6의 비전을 설명했다. 그는 “갤럭시 S6는 전략 제품인 S시리즈의 역사를 새로 쓸 것이며, 나아가 갤럭시 스마트폰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기념비적인 제품이 될 것”이라며 “초심으로 돌아가 완전히 새로운 도전을 했다”고 회고했다.

동시에 신종균 사장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성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며 "앞으로 갤럭시를 사용한다는 것은 현재 가장 뛰어난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는 자부심과 동의어가 되도록 만들겠다"라고 강조했다. ‘눈물’이라는 단어까지 나올 정도로 갤럭시S6에 사활을 걸었다는 말도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신종균 사장은 갤럭시S6에 쏠리는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 원형 스마트워치 오르비스의 공개를 뒤로 미뤘으며, 갤럭시S6가 스마트폰 및 모바일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가할 것이라는 말로 자신감을 비췄다.

 

갤럭시S6, 이재용 부회장의 승부수

냉정하게 말해 삼성전자가 갤럭시S6에 거는 기대의 본질에는 ‘실적’만 있는 것이 아니다. 흔들리는 스마트폰 시장의 패권을 재장악하고 자존심을 찾는 한편,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갤럭시S6에 담겨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넓게는 제조 DNA에 갇힌 자사의 경쟁력을 소프트웨어의 영역까지 확산시키고 좁게는 스마트폰 전체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해 신성장 동력을 품겠다는 뜻이다.

게다가 갤럭시S6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담겨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일각에서 갤럭시S6를 이재용 부회장의 이니셜을 따 ‘JY폰’이라 부르는 이유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반도체 기술 인프라에 방점을 찍는 한편, 최근 B2B 및 기타 사물인터넷 관련 기업들을 연이어 인수하며 성장동력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스마트싱스를 비롯해 프린터온, 루프페이, 1988년에 설립된 LED 상업용 디스플레이 전문 회사 YESCO Electronics를 인수한 배경에도 이재용 부회장의 이러한 의지가 배어있다는 후문이다.

이는 결국 갤럭시S6의 성공이 이재용 부회장의 새로운 삼성시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만든다. 경영전반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와 갤럭시S6의 비상을 연결하는 대목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