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이름은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고객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상품의 이름은 사업 성공에 꽤나 많은 영향을 미친다. ‘야채가 신선한 집’이라는 의미를 가진 채선당이 대표적인 사례다. 얇게 썬 쇠고기와 다양한 야채를 살짝 데쳐먹는 메뉴에 그보다 더 좋은 이름을 찾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부러움 섞인 평이다.

치열한 경쟁 위에 있는 업종이라면 상품이나 업종의 특성을 드러내는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브랜드 네이밍은 소비자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네이밍 전략은 단순한 이미지메이킹을 넘어서 마케팅의 핵심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이름은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쉬워야 하지만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아내야 한다는 본래 목적도 놓쳐서는 안 된다. 기왕이면 브랜드가 지향하는 철학을 잘 담아내는 것이 좋다.

 

브랜드의 가치를 담은 이름

프리미엄 오븐구이 치킨을 내세우는 ‘돈치킨’(www.donchicken.co.kr)은 ‘돈키호테’라는 소설 주인공에서 가져온 브랜드로 돈키호테의 열정을 닮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맛에 대한 ‘열정’과 국내산 냉장육과 산지 제철무만 사용하는 ‘고집’이 돈키호테 캐릭터를 통해 브랜드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 열정이 가진 ‘온도’의 이미지는 오븐구이라는 요리방식 특성으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올해 초에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에도 그 열정을 담기 위한 ‘2015 열정의 맛 서비스 선포식’ 행사를 열기도 했다. 돈치킨은 이 선포식과 함께 컨셉트에 맞는 로고와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새 단장 했다. 유행에 따라 순간적인 주목을 얻기보다 10년이 지나도 남을 브랜드 정체성을 넣고자 한 것이다.

2013년 론칭된 맥주전문점 ‘바보스’(www.babos.co.kr)도 아이덴티티를 잘 표현해낸 브랜드 이름이다. 본사인 ㈜대대푸드가 운영해왔던 ‘바비큐보스’에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 감성을 담아 업그레이드시킨 이 브랜드에는 ‘정직’이라는 기업정신이 녹아있다.

동네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친근함과 동시에, 고객에게는 바보처럼 저렴하고, 창업자에게는 바보처럼 정직하다는 느낌을 안겨주고 있다. 똑똑한 분별력과 판단력을 요구하는 현대사회 속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의 안식처가 되겠다는 것이 이 이름의 포인트다.

국내 최대의 반찬전문식품기업인 도들샘에서 운영하는 ‘오레시피’(www.orecipe.co.kr)의 경우 홈푸드의 모든 것을 안전한 먹거리로 제공한다는 것을 사업 컨셉으로 하고있다. 맛에 대한 감탄사인 ‘오’와 조리법을 의미하는 ‘레시피’라는 단어의 결합한 고급스러우면서도 주부들에게 ‘반찬전문점’이라는 사업내용을 쏙쏙 각인시키는 좋은 이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사가 안 되는 중대형 한식업소들을 업종 전환시켜 리모델링 창업을 주도하는 ‘수제갈비’의 경우 스테이크처럼 두툼한 갈비의 두께가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특징인 업종이다. 수제라는 의미에서 주는 핸드메이드 정성의 느낌은 이 브랜드의 핵심 상품과 잘 어울린다. 창원에서부터 시작된 업소라는 의미에서 창원이라는 말을 수식어처럼 브랜드에 사용하기도 한다.

남자들을 위한 감자탕이라는 남성 컨셉을 강조하는 ‘남다른 감자탕’은 유별나고 톡특 튀는 차별화된 맛과 남자컨셉을 결합한 브랜드명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과감한 역발상 네이밍

부정적인 의미 혹은 반어적인 이름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브랜드도 있다.

부대찌개, 보쌈 등 외식 프랜차이즈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놀부’가 바로 이 경우에 해당된다. 고전 소설 속 부정적 등장인물이었던 ‘놀부’에게 ‘욕심 많은 사람의 밥상은 푸짐하다’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것. ‘흥부와 놀부’ 이야기 속에서 동생 흥부에게서 얻은 화초장을 손수 지고 가는 놀부의 끈질긴 모습을, 성공으로 향하는 브랜드 이미지에 더한 것이기도 하다. 이 독특하고 재미있는 상표는 세계시장 진출을 통해 그 이름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배우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패션잡지 편집장. 깐깐한 그녀의 성미는 부하 직원들이 견디기 힘든 것이었지만, 이 성격을 통해 그녀의 잡지는 패션업계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한다.

깐깜함이 미적 감각의 발전을 가져온다는 역설은 패션 업계에서 종종 애용되는 이야기다. 패션 액세서리 브랜드 ‘못된고양이’에도 이 역설적 의미가 담겨 있다. 못된고양이의 브랜드를 키워가는 사람들이 더 빼어난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까다로운 감각과 도도함으로 가꿔나가고 있음을 본사의 브랜드 스토리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못된’이란 말은 부정적 의미가 아니라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아가려 한다는 의미로 승화되고 있는 것이다.

죠스떢볶이 역시 ‘항상 즐겁다’는 슬로건을 내걸면서도 정작 브랜드명은 무시무시한 식인상어를 내세운 역설적인 브랜드로 고객들에게 어필했다. 이는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는 사업자에게 엄격한 품질관리와 자기 절제가 필요함을 강조하는 측면도 담고 있다.

 

두 의미를 하나에 넣다

가장 원초적인 입맛은 어릴 때 고향에서 어머니가 해주던 손맛이다. 그래서 성공한 외식업소들은 어머니의 정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오븐구이치킨인 땡규맘치킨의 주타겟은 자녀의 건강을 고려하는 주부들이다. 그래서 브랜드도 더 좋은 것을 주려는 어머니의 마음을 담아서 땡큐맘이라고 표현했다. 청소년과 젊은 대학생에게 인기가 높은 치킨패스트푸드인 맘스터치도 비슷한 케이스다.

한편 2000년대 초반 등장한 세계맥주 전문점 ‘와바(WABAR)’. ‘와 봐!’를 연상시키는 단도직입적인 브랜드명은 소비자들에게 잘 각인되었고,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업체로 자리 잡았다.

‘와바’에는 이것 외에도 여러 가지 의미가 동시에 내포되어 있다.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이라는 뜻으로 ‘와글와글, 바글바글’이라는 의성어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세계 최고의 술집이라는 ‘World Ace Bar’라는 뜻도 있다. 즉, 세계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는 것도 이 의미 속에 있는 것. 브랜드 이름이 간결해 기억하기 쉽다는 것도 주효했다.

와바를 운영 중인 ㈜인토외식산업의 이효복 대표가 처음 이름을 정할 때 후보 브랜드가 60개나 됐다고 하니 브랜드 이름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로스트치킨 프랜차이즈 ‘오븐에빠진닭(오빠닭)’도 역시 마찬가지 사례. 모든 메뉴가 오븐에 구워지는 메뉴의 요리법을 기반을 활용해 지어진 이름 속에 ‘오빠’라는 친숙한 의미를 더하면서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고 있다. 덕분에 고객에게 재미와 관심을 유도하는 이 이름은 해당 브랜드가 가진 또 하나의 상품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훌라라치킨은 즐거움을 준다는 느낌이 강한데 이는 주점업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식브랜드중에 지역색을 가진 상호가 많은 이유는 80년대 팔도음식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외식 시장에서 크게 번성했던 것에 기인한다. 또 한식은 맛의 정통성과 역사를 강조하는 상호가 많은데 고객들이 한식을 선택할 때 ‘맛’을 가장 중요한 선택 요소로 여기기 때문이다.

반대로 서양식 음식점의 경우 90% 이상이 서구식 상호를 가지고 있는데 이 또한 음식의 출신지를 강조함으로써 정통성을 내세우려는 의도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