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10년 장기 불황(1991~2002년)과 은행의 저금리를 배경으로 2000년 무렵 ‘와타나베부인’ 이 등장했다. 와타나베 부인은 월급쟁이 남편의 수입으로 가정의 재정을 담당하는 일본 가정주부를 칭하는 말로, 가사에 전념했던 부인들이 사회로 진출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대란이 시작 되면서 일본과 마찬가지로 남편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려는 부인들이 늘고 있다. 그 중 재취업이 힘든 30대 후반부터 50대 중반 여성들은 창업 전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그녀들은 직장에 다니는 남편을 대신해 창업교육을 받거나, 창업박람회 방문은 물론 아르바이트를 통해 경험을 쌓는다. 그 후 퇴직한 남편과 함께 가족 창업의 한 형태인 부부 창업으로 제 2 인생의 막을 올린다. 부부창업은 인건비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일해 효율성이 더 높다.

신개념 반찬가게 전문점 오레시피’(www.orecipe.co.kr) 청주 율량점 김상희(여, 39)점주는 남편과 함께 창업한 부부창업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김 점주는 남편과 함께 경제 불황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을 찾다가 창업을 결심했다. 많은 창업아이템 중 맞벌이부부, 1인 가구의 증가로 반찬가게 전망이 밝다고 생각해 여러 반찬 가게를 조사해 방문했다. 김 점주의 눈에 들어온 건 오레시피. 본사에서 완제품 공급은 물론 전처리가 모두 완료된 야채와 소스가 제공되어 재료를 구입해 씻고 다듬는 준비과정을 생략할 수 있고, 주방이 작아도 매일 다양한 종류의 반찬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남편과 함께 운영하기에 안성맞춤이라 생각했다.

청주 율량점은 오전 10시에 오픈해 오후 9시에 마감한다. 부부 중 한명은 7시에 출근해 반찬 요리를 하고 한명은 9시에 출근해 매장운영 준비를 한다. 매장이 아담하고 깔끔해 고객들이 많이 찾아주신다고.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은 주부에만 해당 되지 않고 맞벌이 부부, 애기를 키우는 주부, 혼자 주거하는 남성, 직장 다니는 여성고객 등 다양한 연령층으로 매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해 높은 효율

남편과 함께 일하는 장점으로 가장 먼저 사람에 대한 걱정이 없다는 것을 꼽았다. 김 점주는 “다른 사람과 일을 하다보면 갑자기 그만 두는 경우도 있고, 자신의 가게가 아니다 보니 대충 하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남편과 함께 하면서 작은 것 하나하나 신경쓰다보니 단골고객들이 자연스레 늘어났다. 또한, 사업적인 부분을 혼자 고민하지 않고 함께 고민하면서 좋은 아이디어를 더 많이 낼 수 있다. 내가 생각지 못했던 것을 남편이 채워주고 있어 든든하다.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 지겨울 것 같지만 일에 대한 얘기를 끊임없이 하면서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인건비가 따로 들지 않아 전체 매출의 40% 이상 순이익으로 남길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음식의 맛은 물론 위생에 심혈을

자주 찾아주시는 고객분들 대부분 맛은 물론 '깔끔하다' 라는 이유를 꼽는다. 그만큼 김 점주 부부는 음식의 위생과 매장의 청결함에 신경 쓴다. 오픈형 키친을 통해 고객들에게 청결하게 조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고객들이 반찬을 구매하고 나가면 반찬 재배열은 물론 음식물이 떨어지진 않았는지. 기본적인 것이지만 놓치기 쉬운 것들을 하나하나 체크한다.

본사의 가르침 대로 충실하게

김 점주는 60가지 이상의 반찬을 판매하고 있다. 50%이상의 완제품을 본사에서 제공받고, 나머지 간단한 나물류의 밑반찬은 김 점주와 남편이 본사에서 교육해준 그대로 조리한다. 다른 반찬 가게들은 양념이나 재료를 구입할 때 좀 더 저렴한 것을 찾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김 점주는 본사에서 제공해주는 양념이나 식재료가 조금 더 비싸더라도 본사 물품을 선호한다. 이유인즉슨 돈 조금 아끼려다가 맛이 변해버린다고.

오픈당시 본사는 청주 율량점에 누룽지 무료 제공, 반찬 ‘4팩에 만원’ 등의 오픈 이벤트를 지원 사격 해주었다. 또한 신제품이나 제철 반찬이 출시되면 그때마다 할인 행사를 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한다. 김 점주는 “본사의 가맹점에 대한 관심과 지원으로 불경기에도 고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고 언급했다.

익숙함을 발판 삼아 새로운 발전을

2013년 11월에 청주 율량점을 오픈한 이래로 주기적인 패턴을 파악해 완제품과 비완제품의 판매 비중에 심혈을 기울여 모자라거나 남지 않게 합리적으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 김 점주는 “현재 이 일에 많이 익숙해져 이제는 새로운 반찬을 연구할 때라 생각한다.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연구해서 고객들에게 더 맛있고 새로운 반찬을 선보이고 싶다.” 라는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예비창업자들에게 “당분간 우리나라의 경기 침체가 지속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그 속에서 반찬가게의 전망이 밝기 때문에 본인이 부지런하다면 오레시피에 한번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라는 말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