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제대로 날개를 펴보지도 못한 드론 산업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간 '드론 선진국'으로 분류됐던 미국에서 드론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 충돌과 같은 안전 사고는 물론, 마약을 옮기거나 테러를 저지르는 등 드론의 악용 가능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덩달아 FAA가 발표한 상업용 드론 규제 기준은 업계를 더 침울하게 만들었다. 당초 업계는 FAA가 올해 드론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5년이 ‘드론 원년’이라고 여겨진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데 FAA는 섣불리 업체들을 위한 결정을 하진 않았다. 공개된 기준을 살펴보면 드론을 통한 택배 사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드론 산업이 이대로 레드오션이 될 것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지나친 단견이다. 드론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새로운 기술도 접목되고 있다. 드론이 진화할 여지는 얼마든지 남아있으며, 따라서 드론 산업은 더욱 강력한 모습으로 변신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뇌파로 조종 가능한 드론이 등장했다. 주요 외신은 25일(현지시각) 포르투갈에서 조종사의 뇌파만을 이용해 드론을 조종하는 시연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전했습니다. 조종사가 뇌전도 헬멧을 착용하면 뇌 활동 데이터가 드론으로 전송된다.

기술을 시연한 업체 테케버(Tekever)는 기술의 연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의료, 운송, 군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또한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무인 여객도 현실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리카르도 멘데스 테케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혁신적인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며 “뇌파를 이용한 조종이 항공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안전한 드론도 등장했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정부는 글로벌 드론(무인기) 경진대회를 열었다. '좋은 목적의 드론'을 뽑는 대회였다. 우승작은 스위스 팀인 플라이어빌리티가 개발한 짐볼(Gimball)이 선정됐다.

짐볼은 기존 드론에 탄소섬유 뼈대를 축구공 모양으로 에워싼 형태다. 이 뼈대로 인해 기체가 장애물에 부딪혀도 원형 축이 회전하면서 계속 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드론 내부에는 균형을 맞춰주는 자이로스코프와 나침반 등도 설치됐다. CNN은 짐볼에 대해 "충돌에도 끄떡없는(Crash-Proof) 획기적인 드론"이라고 평했다.

플라이어빌리티팀은 짐볼로 탄광 갱도나 잔가지가 많은 숲 속, 붕괴된 건물의 좁은 공간 등을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 팀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과 같은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나 좁은 곳, 장애물이 많은 곳을 자유롭게 찾아다닐 수 있는 게 짐볼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짐볼이 돋보이는 이유는 그간 제기된 드론의 안전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드론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군이 시범 운용에 들어갈 유선 드론은 주목해야 할 사례 중 하나다. 이 드론은 24시간 비행이 가능하다. 군은 국가 안보 시설에 배치해 시범 운용하고, 민간에서도 항만 감시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기존 무선 소형 드론의 경우 배터리 기술의 한계로 짧은 시간밖에 날릴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대부분의 드론이 1시간도 채 날릴 수 없어, 많은 제약이 따랐다. 유선 드론의 경우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무선 드론에 비해 조종 거리에 제약이 따른다는 것은 새로운 문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