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를 앞둔 대학가에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대거 돌리면서, 전세방을 구하려는 대학생들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 서울지역 대학가의 평균적인 원룸 시세는 보증금 500만∼1000만원, 월세 30만∼40만원 정도. 관리비·전기세 등까지 포함하면 40∼50만원 가량이고, 전세는 거의 찾기 힘들다.

전세→월세, 집주인 입장에선 당연한 것?

가뜩이나 요즘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  여기에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까지 사라졌다. 이에 월세만 고집하는 집주인이 계속해서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부착물이 가득 붙은 전봇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월세 매물' 광고만 가득하기 때문.

전세 품귀현상이 겪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저금리에 있다. 전세금을 은행에 맡겨봤자 받는 이자는 연리 2% 수준이어서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는 것이다.

원룸이 밀집한 대학가 주변 주택가에는 학생들이 전셋집을 찾기위해 일주일동안 발품을 팔았지만 방 구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신촌 인근 대학가 주변에 전세를 구하려는 이 씨는 "요즘 대학 근처에는 전세 물건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중개업소든 어디든 다 그런 것 같다"고 토로했다.

서강대 인근 이레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은행에 돈을 넣으면 집주인이 이익이  줄어버리는데, 누가 전세 받으려고 하겠느냐"며 "솔직히 전세는 우리나라에서만 통하는 개념이지, 들어올 때 주고 나갈때 받으면 남 좋은 꼴만 하는 거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해 전월세 전환율이 높은건 당연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직장인·신혼부부도 대학가 선호? 대학가 전세 품귀 가속화

최근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직장인과 신혼부부까지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시설이 갖춰진 대학가로 몰리고 있다. 게다가 대학생들은 학교 기숙사를 입사 신청을 하지만 경쟁률이 높아 대학가 주변 '원룸'을 구하려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인근에 보증부월세로 원룸을 구한 김 씨는 “요즘 대학가 월세는 부르는 게 값이다. 결국 가난한 대학생들은 고시원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불평을 쏟아냈다.

대학정보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서울 주요지역 4년제 대학생들의 기숙사 경쟁률은 꽤 높았다.

특히 신촌 인근 대학가 이화여자대학교는 (지난해 기준) 수용가능 인원이 1678명인데도 불구하고, 기숙사 신청인원이 2657명으로 1대 1.6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강대학교도 역시 1222명 수용인원에 이보다 많은 1792명이 기숙사 신청을 해 1대 1.5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화여자 대학교에 재학중인 김 씨는 "매달 많은 돈을 월세로 지출하고 있고, 기숙사를 구하고 싶어도 신청자가 많아서 힘들다"며, "특히 최근 대학가 주변 원룸에서는 집주인이 월세를 6개월∼1년치를 한번에 요구하는 곳까지 사례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홍익대학교 인근에서 부동산 중개업자를 찾아 신혼집 상담을 하던 예비부부 한 쌍은 "집을 사려면 대출을 받아야 하니까 부담스러워서 일단 전세로 살고 안되면 나중에 월세로 전환할 생각"이라며 "그런데 전셋집이 많이 없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