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가지 못할 것이다. 싸니까 불안해…” 2006년 제주항공의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첫해 매출은 118억 원에 그쳤다. 대형 항공사의 텃새가 심했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외면이 컸다. 툭 하면 거론되는 비행기 안전 문제는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제주항공을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고객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출범한 지 6년 만에 제주항공은 많은 변화를 이끌어 냈다. 우선 매출이 늘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1584억 원. 출범 첫해보다 13배가 증가한 수치다. 연평균 91.5% 성장을 한 결과다. 5년 동안 금융 위기 등 좋지 않은 경제 상황을 겪은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확이다. 출범 초기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외부의 평가를 보기 좋게 깨버린 셈이다. 특히 저가 항공사를 외면했던 고객층을 확보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제주항공의 성장에는 고객의 신뢰가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출범 초기 운행했던 프로펠러기나 제트기가 작다는 이유로 안전성 문제가 지적 받는 등 힘든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주항공 취항 이후 저가 항공사의 진출이 활발해지는 등 제주항공 효과가 엄청나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국내선 운임 동결 효과도

제주항공의 효과는 국내선 운임의 안정과 여행객 증가를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1996년 이후 연평균 8.5% 안팎의 인상률을 기록했던 국내선 운임은 제주항공 설립 논의가 본격화 된 2004년 이후 현재까지 동결되고 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연평균 1%대에 불과했던 제주 방문 관광객 증가율은 제주항공 취항 이후인 200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9%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저가 항공사에 대한 고객 신뢰가 쌓이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제주항공의 사업모델을 벤치마킹해 진에어와 에어부산 등을 설립하는 등 후발주자의 진입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엔 국내뿐 아니라 해외 노선 운임의 안정화도 이끌어 내는 중이다. 2008년 7월 부정기편 운항을 시작으로 국제선에 뛰어든 제주항공은 2009년 3월 인천 기점 일본 오사카와 기타큐슈에 2개의 정기노선을 개설, 국제선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항공은 일본, 태국, 필리핀, 홍콩 등 4개국 7개 도시 노선을 운영하며 항공료 안정과 이용객 증가란 변화를 이끌고 있다. 오사카와 나고야 기타큐슈 등의 노선에 취항한 2009년 3월부터 2010년 2월 말까지 1년간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양국 관광객은 모두 474만명으로 취항 이전 1년간인 2008년 3월부터 2009년 2월까지 방문객 431만명보다 약 10% 증가했다. 신규 취항 이후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와 합리적인 운임으로 인한 여행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래서일까. '제주항공 효과'는 일본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상태다. 김종철 사장은 “지난해 1월 일본항공(JAL)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대형 항공사들의 문제점이 불거지자 NHK와 같은 일본 언론들이 그해 5월부터 제주항공의 성공 신화를 취재하기 위해 잇따라 찾아왔다”고 말했다.

2015년 매출 5100억 목표

제주항공은 2011년 일본 시장의 입지를 굳혀 글로벌 저가 항공사로 성장을 꾀하고 있다. 미국에 사우스웨스트, 유럽에 라이언에어가 있다면 아시아에선 제주항공이 저가 항공사의 대표주자로 우뚝 서겠다는 것. 2대의 항공기가 올해 도입되는 만큼 노선 확대를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또 2012년부터는 수익선 다변화를 위해 아직까지는 검토 단계에 있는 중국 노선 개설을 전략적으로 검토하고, 2013년부터 중국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를 위해 2013년부터는 미국 보잉사에 신규 제작 주문한 항공기 6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등 기단 규모를 확대한다. 제주항공은 이 같은 기단 확대와 신규 노선 개설, 기존 노선 증편 등을 통해 창립 10주년을 맞는 2015년에는 510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전성을 바탕으로 고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제주항공의 설명이다.

제주항공의 안전성은 입증 된 바 있다. 취항 3년 만인 2009년 저가 항공사로서 국제항공운송협회 항공운송 표준평가제도인 IOSA(IATA Operation Safety Audit) 인증을 받았고, 지난해 새롭게 개정된 ‘3rd Edition’을 신청해 ‘무결점(Zero Finding)’으로 인증을 통과했다. IOSA 인증을 받은 국내 항공사는 제주항공을 비롯해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등 4개사로 이중 ‘3rd Edition’ 인증을 받은 항공사는 제주항공이 최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한층 강화된 3rd Edition 인증 절차에도 불구하고 단 한 건의 지적 사항 없이 ‘무결점(Zero Finding)’으로 인증을 마무리했다는 것은 제주항공이 2006년 취항 이후 지속적으로 투자하며 독자적으로 구축한 안전운항 관리시스템이 국제 공인되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또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항공기 정비를 위한 격납고 건설과 일본항공(JAL) 출신의 베테랑 조종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노선 증편에 따른 안전성 확보와 성장 속도 증가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일환이다. 도쿄를 비롯한 일본 공항은 고도의 숙련도가 요구되는 곳이 많아 현지 공항 사정에 정통한 이들의 영입은 제주항공의 운항 안전성을 한층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지난 6년 동안 잠재됐던 새로운 여행 수요를 이끌어 낸 만큼 10년을 지켜보면 더 놀랄 만한 항공의 역사가 새로 써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항공은 현재 인천~오사카(주7회), 김포~오사카(주7회), 김포~나고야(주7회), 인천~기타큐슈(주3회) 등 일본에 4개 정기노선을 운항하고 있으며 이밖에도 인천~방콕(주7회), 인천~홍콩(주3회), 인천~마닐라(주5회), 부산~세부(주2회) 등 4개국 7개 도시 8개 정기노선을 개설하며, 국적 저가 항공사 중 가장 많은 국제선을 취항하고 있다.

이벤트형 소통 서비스 고객만족 UP
제주항공의 파괴 본능은 기내 서비스에서도 찾을 수 있다. 친철하지만 다소 딱딱했던 일방향 기내 서비스를 소통형 서비스로 바꿔 놓았다.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에 맞춰 승객들이 프로포즈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식목일에는 꽃씨를, 어버이날에는 카네이션도 제공한다. 운항 중 승무원이 골든벨과 같은 이색 퀴즈대회를 진행하는 등 흥미 요소를 더해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특화된 기내 서비스를 위해 지난해 10월 기내특화서비스팀인 JJ팀을 출범시켰다”며 “현직 승무원들이 비행 경험을 바탕으로 참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놔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객들에게 제주항공만의 재미있고 신선한, 그리고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벤트형 소통 서비스 고객만족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