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중한 업무, 집안일 등으로 피곤함에 지친 당신. 아무 곳에서나 눕기만 하면 금방이라도 잠이 들 것 같았는데, 막상 누우니 잠이 오지 않은 적이 있지 않은가. 피곤하다고 무조건 숙면을 이루는 것이 아니다. 수면의 질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외부 환경요인이 작용한다. 쾌적한 업무환경이 일의 능률을 높이듯 안락한 수면환경은 수면의 질을 높인다. 수면환경은 생각보다 쉽고 간단하게 개선할 수 있다. 필자가 안락한 수면환경을 위해 당장에라도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쾌적한 침실 온·습도를 유지하라. 수면환경에 가장 크게 작용을 하는 것이 침실의 온도와 습도다. 계절에 따라 사람이 쾌적함을 느끼는 온도는 달라진다. 개인 차이는 있겠지만 주로 실내를 기준으로 겨울에는 17~18도, 여름에는 25도 정도를 쾌적하다고 느낀다. 실내 쾌적 온도와 달리 침상 속 쾌적 온도는 약 33도로 이는 1년 내내 비슷하다. 또한, 수면에 적절한 습도는 약 50%로, 습도가 높아지는 여름철에는 습도 조절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침실에 온·습도계를 설치해 수시로 적정 온·습도를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둘째, 빛을 차단해 멜라토닌 생성을 증가시켜라. ‘수면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멜라토닌은 망막 외부로부터 빛이 없을 때 만들어지므로 수면환경에서 빛 차단은 숙면을 돕는 멜라토닌 생성에 매우 중요하다. 멜라토닌은 잠자리에 들기 1~2시간 전부터 혈중농도가 서서히 상승해 새벽 2~4시경이 되면 최고치에 달한다. 따라서 멜라토닌이 만들어지는 취침 1~2시간 전부터 잠자리가 밝은 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취침 전 형광등을 소등하고 밝지 않은 따뜻한 색의 조명기기를 사용해 멜라토닌 생성을 높이는 것이 좋다. 특히,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데, 스마트폰 화면에서 방출되는 블루라이트는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수면장애를 일으키므로 가급적이면 취침 전에는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또한, 취침 중 일어나 화장실을 가는 경우 거실, 화장실 조명 등에 노출되어 숙면에 방해가 되므로 취침 전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을 권한다.

셋째, 개인의 수면 습관에 따라 소음을 적절히 활용하라. 한번 잠들면 누가 업어가더라도 모를 사람이 있다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수면 중에는 작은 소리에도 민감해진다. 보통 조용한 사무실의 소음이 50dB(데시벨)인데, 이 정도의 소리도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빗소리처럼 연속적인 소리는 오히려 수면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문을 여닫는 소리, 자동차 엔진소리, 냉장고 모터소리 등 돌발적인 소음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게 한다. 소음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능한 한 소리가 닿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선인데, 외부로부터 소음이 많다면 창문에 두꺼운 커튼을 치는 것이 소음 경감에 도움이 된다. 실내에서 소음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면 수면 시 귀마개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반면, 너무 조용하면 적막해서 잠이 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럴 경우 잠이 올 때까지 라디오 등을 작은 음량으로 켜놓는 것도 방법인데, 잠이 들 때쯤 전원이 꺼지도록 예약해 두는 것이 좋다.

넷째, 은은한 향으로 숙면을 유도하라. 최근 들어 향초, 디퓨저와 같은 향기 시장이 성황이다. 향은 그 자체가 수면을 직접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심신에 안정을 주어 결과적으로 수면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라벤더와 카모마일 향은 진정효과가 있어 수면 유도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향에 대한 취향이 사람마다 달라 향이 가진 효과보다는 개개인의 기호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라벤더 향을 좋아하지 않음에도 진정효과가 있다고 해서 억지로 맡아봤자 거부감만 든다. 자신의 기호에 따라 향초 또는 디퓨저를 선택했다면, 강렬한 향이 수면에 방해되지 않도록 머리 위치와 너무 가깝지 않은 침실 내에 비치해 은은한 향으로 안락함을 조성해보자.

단순히 형광등 불만 끄면 수면환경이 조성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외부환경에 상관없이 형광등 불만 끄면 순식간에 깊이 잠드는 사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요즘 수면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한 번쯤 내 수면환경은 어떤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대수롭지 않게 그냥 지나쳤던 부분들이 오랫동안 나의 수면건강을 방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작은 노력으로도 수면환경을 정비할 수 있다. 오늘 밤 잠드는 순간까지 놓지 못하던 스마트폰을 멀리 두는 것부터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