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자국인 미국의 지원속에 든든한 클라우드 인프라를 확보한 상태다. 실제로 미국은 중앙정보국(CIA)이 아마존과 6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고 AWS를 정보 분석에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더그 울프 CIA 최고정보책임자는 “정보기관 임무는 나날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아마존이 보유한 최고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세를 불린 아마존이다.

재미있는 점, 유료방송 합산규제 법안의 변수

하지만 여기에 변수가 생겼다. 다른 분야지만 KT를 겨냥했다고 여겨지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법안이 변수로 작동했다. 하나의 회사가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33%를 넘기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법안이 탄력을 받으며 그 동안 국회에서 잠자고 있던 클라우드 발전법도 함께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발전법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국가 및 공공 기관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 허용을 골자로 하며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통한 전산시설 등의 구비는 물론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신뢰성 향상 및 이용자 보호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사실상 고사 직전인 국내 클라우드 산업을 부흥시킬 최후의 카드다.

하지만 클라우드 발전법의 역사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관련업계와 협회의 지속적인 법 통과 요구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런 이유로 지난 1월 16일 클라우드기업 더존비즈온에서 열린 간담회는 클라우드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정부와 국회를 비판하는 성토의 장이었다.

윤종록 미래부 2차관과 최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등이 담당 공무원 및 클라우드 사업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클라우드 발전법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했다. 송희경 KT 공공고객본부장(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장)은 "클라우드는 양질의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반드시 필요한 사회 자본으로 인식하고 반드시 발전 법안이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기야 같은 달 21일에는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가 발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협회는 "최근 국내에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이 클라우드 기반 없이 성장할 수는 없으며 자동차·조선·금융·의료 등 기반산업의 첨단화에도 필수요소로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하며“(여야의 정쟁과 무관하게 클라우드 발전법이)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월, 결국 클라우드 발전법은 첨예한 대립의 논란에 묻힌 유료방송 합산규제 법안과 함께 국회 통과 카운트 다운에 돌입했다. 국내 클라우스 산업 발전에 방점이 찍혔기 때문에 외국 기업이 수혜를 받기는 어렵고, 유료방송 합산규제로 명목상인 제재를 받게 되는 KT가 풍부한 IDC 인프라 덕분에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아마존, 어떻게 될까?

아마존은 현재 클라우드로 국내에 진출한 상태며, 당장 e-커머스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은 낮다. 이런 상황에서 클라우드 발전법이 통과되면 아마존 입장에서 또 한 번 난관에 직면하는 셈이다. 물론 클라우드 발전법을 아마존이 교묘하게 유리한 방향으로 잡아갈 여지는 있지만 현 상황에서 AWS도 중요한 기로에 섰다.

그러나 상술했지만 마지막 가능성, 국내 e-커머스 시장에 아마존이 진출하는 시나리오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마존은 국내 오픈마켓 및 기타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가 ‘유통’에 방점을 찍은 것과 달리 명실상부 ‘IT 인프라 중심’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상당한 강점이다. 다양한 기술적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먼저 빅데이터다. 현재 업계에서는 아마존이 국내 이용자들의 직구현황을 파악해 방대한 빅데이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거의 정설로 여기고 있다. 아마존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2010년 4월 제프 베조스는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452개의 목표를 공개했는데, 여기에서 360개가 이용자 경험 개선에 집중한 목표였다. 막강한 빅데이터 수집과 이를 적절하게 나누는 큐레이션, 즉 클라우드 알고리즘까지 접목한 아마존의 능력이다.

아마존 쇼핑 도우미인 킨들과 같은 디바이스 제조능력도 강점이다. 최악의 디바이스로 꼽히는 불명예를 감수하고 아마존이 킨들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존 전자상거래 유통 플랫폼 확보’에 있다. 언제든지 아마존에서 쇼핑할 수 있는 다양한 디바이스가 이용자의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 혹은 스마트홈의 구성품이 된다면 아마존의 노림수는 적중하는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조금 넓게 접근하면, 아마존이 특정 소수제품 박리다매 전략으로 e-커머스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

아마존이 국내 e-커머스 시장에 진출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국내시장이 아니라 중국시장을 노리려는 사전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의 좋은 제품을 아마존 플랫폼을 통해 해외로 소개하는 방식으로 거대한 중국시장을 노린다는 복안이다. 중국시장은 알리바바로 대표되는 높은 진입장벽을 가진 시장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국내제품에 대한 선호도는 높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제대로 된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를 만들지 못하는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 아마존이 국내상품의 가능성에 주목해 이를 선봉장으로 삼아 중국시장 진출을 타진한다는 뜻이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존은 지난해 말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GS타워 12층 일부와 13층 전체에 대한 임차 계약을 2024년 2월까지 맺었다. 사무 공간만 약 3200m²(약 970평) 규모다. 당연히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하지만 그 목표가 e-커머스일지, 클라우드 강화일지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일단 후자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는 점이다. 아마존의 국내진출을 말할 때 e-커머스와 클라우드는 분리해야 한다는 점도 명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