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3월 국내에 진출한다는 설이 파다하다. 모두의 관심은 e-커머스 시장에 쏠려있다. 아마존이 국내에 진출했을 경우를 가정하고 기존 오픈마켓 경쟁력이 얼마나 발휘될 것인가에 방점이 찍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마존은 전자상거래만 하는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도 만들고 콘텐츠를 제작하며 클라우드 인프라 강화를 노리기 위해 반도체 사업에도 손을 댄다.

특히 클라우드가 중요하다. 아마존웹서비스(AWS)로 명명된 아마존의 클라우드 경쟁력은 최소 100만 여 업체를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매출은 공개된 적이 없지만 아마존이 글로벌 클라우드 산업의 큰 손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전제조건을 바탕으로 국내시장과 아마존의 움직임을 분석하면 몇 가지 시사점에 도달할 수 있다.

아마존의 국내 e-커머스 진출 가능성

사실 아마존의 국내진출설 배경에는 ‘e-커머스 분야의 진출’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원점에서 생각해야할 대목은 ‘아마존이 국내 e-커머스 산업에 정말 흥미를 가지고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1994년 7월 제프 베조스가 설립한 아마존은 1995년 7월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닷컴으로 시작해 다양한 제품군을 섭렵하기 시작, 현재에 이르러 2억 명의 회원을 보유한 거대 전자상거래 업체다. 현재 국내 소비자들이 ‘직접구매의 대명사’로 아마존을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을 판다”는 슬로건은 그 만큼 강렬하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야할 지점은 아마존 입장에서 국내 e-커머스 진출이 ‘엄청나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성공 가능성이다. 국내 유통시장은 ‘해외 업체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글로벌 유통강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곳이다. 까르푸와 월마트와 같은 대형마트는 현지화 정책을 비롯해 다양한 패착을 겪으며 철수하고 말았으며 오픈마켓 이베이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간신히 시장진입에 성공했다.

게다가 기존 국내의 오픈마켓 및 유통업체는 아마존의 특화 서비스라고 불리는 무료배송 및 로켓배송와 비교해도 충분히 강점을 가진다. 온라인 및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국내 유통업체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아마존이 특유의 역마진 전략을 바탕으로 저가공세를 펼치고 해외 업체의 무덤에서 나와 나름의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코스트코의 전략을 참고하면 가능성은 있지만, 기회비용으로 따지면 맹공을 펼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결론은 ‘아마존의 국내 e-커머스 진출’이 국내 유통시장의 특성 상 아마존에게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혀 다른 해석도 있다. 최근 국내에서 고조되고 있는 직구열풍의 분위기를 타고 아마존이 국내에 진출할 경우 그 자체로 ‘성공’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아마존은 오픈마켓 수준을 넘어 ‘투데이 딜’이라는 소셜커머스 형태 서비스까지 넘나들며 외연을 넓히는 분위기다. 그 외연의 일부에 국내시장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국내 오픈마켓 시장 규모는 18조 원에 달하며, 트렌드 변화가 빨라 새로운 유통구조 실험에 나서기 적합하다는 점도 아마존의 흥미를 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의 간극에서 또 한 번 생각해야 할 대목은, 아마존의 국내 e-커머스 시장 진출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현재 업계에서는 진출설 자체에 의문부호를 다는 한편, 만약 진출한다고 해도 B2B 사업(AWS 중심)이나 전자책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3월 진출설의 기폭제였던 아마존 국내인력 구인공고도 자세히 따질 필요가 있다. 아마존 커리어 사이트에 등록된 구인 공고 25개 중 22개는 AWS관련이고, 나머지는 지난해부터 올라와 있던 한국 셀러 어카운트 관리자다. 조금 더 명확해진다. 아마존이 언젠가는 국내 e-커머스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뜻이다.

아마존은 이미 국내에 진출했다. 클라우드로

결론적으로 아마존 3월 국내진출설은 e-커머스 적 측면에서 다뤄지고 있으나, 이는 다양한 가능성으로 따졌을 때 확률이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아마존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까? 이 지점에서 클라우드에 집중해야 한다.

사실 아마존은 이미 국내에 진출한 상태다. 2012년 한국에 법인을 설립했다. 단, 클라우드 사업만 벌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현재 아마존의 AWS는 KT와 협력해 막강한 인프라를 자랑하고 있으며 B2B 클라우드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당장의 e-커머스 진출보다 B2B와 같은 클라우드 사업의 강화로 아마존의 공습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여기서 아마존의 국내진출을 재조명하면 아찔한 대목이 포착된다. 지난해 10월 28일 아마존은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리츠칼튼호텔에서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아마존웹서비스(AWS) 엔터프라이즈 서밋 2014’를 열었다. 본 행사는 아마존이 세계 10개 나라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해 클라우드 업계의 동향과 자신들의 비전을 공개하는 자리다.

▲ 출처=아마존웹서비스

이 자리에서 아마존은 KT와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통신사와 인터넷베이스센터(IDC) 공간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현재는 운용중이다) 저장공간인 서버와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IDC는 클라우드의 핵심 설비다. AWS의 IDC가 통신사와 협력해 국내에 설치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본격적인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공략’에 나서겠다는 천명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클라우드 업체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한국호스트웨이의 행보가 상징적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 엔터프라이즈 서밋 2014의 스폰서로 참가해 눈길을 끈 한국호스트웨이는 AWS와 공식 파트너 협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한국호스트웨이는 데이터 센터를 기반으로 서비스형 인프라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회사며, 이번 협력을 통해 아마존 상품과 한국호스트웨이가 직접 구축한 컨설팅을 비롯해 전문엔지니어가 직접 관리하는 메니지드(Managed)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공식 리셀러 계약을 맺은 셈이다. 글로벌 강점을 가진 AWS와 협력해 자연스럽게 그 경쟁력을 이어 받고자 하는 노력이다. 좋게 말하면 ‘윈윈’이고, 나쁘게 말하면 ‘잠식’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