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투자를 단행하며 파트너쉽을 다졌던 미국의 스타트업 루프페이를 전격 인수했다. 정확한 인수금액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루프페이 창업자인 윌 그레일린과 조지 월너 등 루프페이 임원진이 삼성전자에 합류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페이를 앞세운 애플에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는 반응이다. 네이버가 다음을 따라잡으며 패스트 팔로워의 가능성을 보였던 것처럼, 삼성전자가 근거리 무선통신을 탑재한 애플페이를 잡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출처=루프페이

루프페이란?
루프페이는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관련 특허를 보유한 미국의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본격적인 협력에 나서며 향후 삼성전자의 핀테크 전략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점쳐왔던 곳이다. 그런 이유로 루프페이가 삼성전자에 인수됐다는 점은 그리 놀라운 뉴스가 아니다. 애플페이와 같은 핀테크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한 루프페이의 이해관계가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루프페이의 기술은 쉽게 말해 디바이스로 간단하게 결제를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결제 인프라다. 신용카드 정보를 루프페이 카드 리더기에 긁어 마그네틱 정보를 루프페이 카드에 복사하면, 이를 상점의 단말기에 대고 결제하는 방식이다. 별도의 단말기가 필요없이 기존 단말기로 간편결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다. 신용카드 정보를 스마트폰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결제하기 때문에 기술적 융합을 위한 별도의 작업도 필요없다. 그냥 루프페이 카드를 스마트폰에 부착하면 끝이기 때문이다.

루프페이를 어떻게 활용할까?
현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갤럭시S6에 루프페이 카드를 지원하는 액세서리나 케이스가 부착되도록 가닥을 잡을 전망이다. 루프페이 기술을 갤럭시S6에 무리하게 내장하기 보다는 이를 지원하는 별도의 부가장비를 제작하는 쪽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MWC 2015에서 공개될 삼성페이와 루프페이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삼성월렛의 지지부진한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급진적인 추진력을 선보이기 위한 방안으로 간편결제 툴 자체를 루프페이로 가져갈 확률이 높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는 간편결제에 있어 '삼성페이=루프페이'의 공식을 완성하는 식이다.

하지만 삼성페이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구현 이야기도 조금씩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현 상황에서 삼성페이가 루프페이로 굳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반론도 있다. 결국 3월이 되면 밝혀지겠지만, 현 상황에서 루프페이가 삼성전자 간편결제의 중요한 가능성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 출처=루프페이

변수는 없나
현재 대다수의 언론은 삼성전자가 루프페이를 인수하자 '애플페이와의 한 판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물론 맞는 이야기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변수가 있다.

일단 루프페이 기술의 범용성이다. 현재 루프페이는 아이폰5용 루프페이 케이스를 양산해 판매하고 있다. 결국 근거리 무선통신 기반의 애플페이를 내세운 애플도 루프페이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단 삼성전자에 루프페이가 인수된 상황에서 이러한 협력구도가 이어질 가능성은 낮으며, 동시에 범용성 부분에서 강점을 가지는 루프페이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루프페이가 완전한 범용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검증이 필요하다. 별도의 단말기가 필요없다는 점에서 강력한 기술적 포용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분석은 맞는 말이지만, 마그네틱 기술을 복사해 전송하는 기술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법적인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루프페이는 단말기 호환성을 이유로 애플페이보다 폭 넓은 범용성을 가진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상용화된 국가는 미국과 호주,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상은 글로벌 무대를 노리는 삼성전자가 배터리 부담과 더불어 루프페이 기술을 내장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하며, 더 나아가 루프페이가 삼성전자 간편결제, 이후 핀테크 로드맵의 일부라는 점도 시사한다.

삼성전자, 패스트 팔로워의 능력을 보여야
네이버는 다음의 후발주자지만 정교한 전략과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국내를 대표하는 포털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삼성전자도 비슷한 흐름이 요구된다. 스마트폰 시장의 시작은 애플이 알렸지만 갤럭시 신화를 내세워 글로벌 무대를 평정했던 역사가 또 한번 필요하다는 뜻이다. 전혀 새로운 영역에 먼저 진출하거나 개척하지 못하는 부분은 지독하게 아쉽지만, 삼성전자는 패스트 팔로워의 DNA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를 동력으로 루프페이를 포함한 삼성페이의 완성, 이후의 핀테크 시장 공략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여기에 보안과 생체인식의 중요성, 그리고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까지 아우르는 복합적인 전략이 필요할 전망이다. 반도체 및 기타 하드웨어 인프라를 보유한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적절하게 녹아들면 글로벌 핀테크 시장 주도권도 충분히 잡아낼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루프페이가 삼성페이를 설명하는 대명사가 될 것인지, 아니면 루프페이의 범용성을 끌어 올려 다양한 방식의 핀테크 로드맵이 전반적인 흐름을 주도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인지, 삼성전자의 핀테크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핀테크는 디바이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삼성월렛-삼성페이-루프페이 등의 연결고리가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