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부하의 강·약점을 10개 이상 판단할 수 있는가. 공감을 위한 각개격파는 돌아가는 길이 아닌 지름길.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배려를 갖고 대우해줄 때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자기를 인정받는 것은 기쁜 일이다. 연말연시 인사에서도 그렇다. 신년 초에는 각종 문자, 연하장이 쏟아진다. 김정운 교수의 새해 인사 문자는 차별성이 있었다.

“새해를 맞이하는 내 습관 주소록 정리. 누군지 기억나지 않은 사람 너무 많음, 그대는 아주 명확히 소중히 기억함, 해피 뉴 이어” 당신을 명확히, 소중하게 기억해준다는 것은 그냥 불특정 다수로 날린 문자보다 확실히 차별성이 있었다. 드라마에서도 명품 트레이닝복의 값어치를 표현할 때는 “한 땀 한 땀 정성을 기울여 수놓은 옷”이라고 하지, 재봉틀로 드르륵 박은 옷이라고 하지 않는다.

자신만 존중해준다는 느낌은 사람을 우쭐하게 기분 좋게 한다. 조직에선 더욱 그렇다. 덩치가 큰 ‘조직’의 나사 하나로 취급된다고 생각할 때 일할 맛을 잃는다. 직원들이 상사에게 관심 있어 하는 것은 자신들에 대한 배려이지, 상사의 지식이 아니다.

G사에서 일하는 후배가 최근 사표를 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회사 내의 과로, 그리고 소통 부재의 숨 막힐 것 같은 조직문화가 그 같은 선택을 하게 했다는 대답이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 회사의 조직문화를 짐작할 수 있었다. 입사 후 3년여 일하면서 자신이 속한 조직의 임원과 한 번도 개인적인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고 한다.

면접 때 한 번, 퇴사 때 한 번, 그동안 일하면서 두 번의 만남이 전부였단다. 구성원의 의기소침, 소외의식은 그만의 손해가 아니라 조직의 손해다. 리더의 개별적인 관심 표현을 통해 직원들은 자신이 특별한 존재로 대우받는다는 느낌을 체험하게 된다. 직원에게 먼저 이야기하자고 손을 뻗지는 못할망정 “용건이 뭔가” 하고 물어 김새게 하지 말라.

회사에 다닌 지 1년 이상 된 직원의 이름과 성을 옆 직원과 헷갈리게 말하지 말라. 그 순간, 당신이 그동안 해온 부하 평가와 지시의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다. 모 회사에는 지금도 웃지 못 할, 그러나 눈물겨운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외부 행사를 위해 직원들이 지원을 나갔다.

자사 직원을 알아보지 못한 경영자가 자기 회사 직원을 외부 인사로 착각, 악수를 청하며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고 90도 인사를 깍듯이 한 것. 해당 직원은 신원을 밝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진땀을 흘렸다. 당한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모두 뒷맛이 씁쓸했다고 한다.

스타벅스의 前 CEO 짐 도널드는 매일 아침 지역 매니저 5명과 직원 3명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개인적 관심을 표현했다. 심지어 한 매니저는 “진짜로 짐 맞냐”고 콜백 전화를 걸어 확인하곤 했다고 한다. 에드워드 젠더 전 모토롤라 CEO는 직원이 보낸 500통의 이메일에 답장을 각각 쓰느라 팔이 떨어져나갈 뻔한 경험을 한 언론 대담에서 밝힌 바 있다.

하인리히의 법칙이 있다.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힌 법칙이다. 다시 말하면 큰 재해는 항상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발생한다는 것으로, 큰 재해와 작은 재해 그리고 사소한 사고의 발생 비율이 1:29:300이라는 것이다. 부하와의 1대 1 개별 배려는 바로 이 미세한 시그널을 사전에 읽고 방지하게 해준다.

어쩌다 회식 한번 거하게 하고 폭탄주 몇 번 돌아가고 3차 노래방 가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부하에게 “오늘 내가 우리 부서 분위기 살렸다, 나만한 상사 없지?” 하고 생각하면 왕착각이다. 공감적 관계는 수식으론 답이 안 나오는 비효율적인 것이다. 효율적인 것을 따지자면 모든 전달사항을 한번에 1대 다수로 조회를 하는 게 최선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개별적으로 ‘당신은 소중한 사람’ 할 때 리더를 따르고 공감을 형성하게 된다. 성과 높은 리더들이 회의와는 별도로 1대1 개인 미팅, 소수 간담회를 별도로 가져 공감의 침투력을 높이는 것은 개별적 배려의 효험 때문이다. 1번 면담이 10번 회식보다 공감력이 세다. 부하직원이 갖고 있는 업무상 고민이 무엇인지, 이를 위해 도와줄 것이 있는지 찾아보라. 복도나 엘리베이터에서 잠깐 마주쳤을 때 어깨를 두드려주며 격려를 하는 등 관심을 보이는 것도 좋다.

정 바쁘다면 개인 면담이나 이메일, 전화 등을 활용하거나 간단히 점심을 함께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방법이다. N회장은 중간관리자들에게 직원의 능력 등 각종 평을 숫자가 아닌 문장으로 써내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다.

마치 초등학교 때 생활기록부처럼 부하에 대한 평가를 문장식으로 시시콜콜 써보라는 것이다. N회장이 이 같은 문장으로 부하 평을 시시콜콜 쓰게 하는 것은 하향 평가를 정기적으로 하긴 하지만 등급화 하니, 사실은 상사들이 부하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병폐가 있다고 생각해서다.

당신은 부하의 강점, 약점을 10개 이상씩 쓰고, 구체적 판단 이유를 쓸 수 있는가. 나의 막연하고 추상적 느낌이 아닌 팩트를 중심으로 정리해보면 한결 부하들의 점수, 아니 나의 부하 관찰-이해 점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공감을 쌓기 위해 각개격파로 돌파하는 것은 돌아가는 길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지름길이다. 1대 1배려는 직원을 단지 관찰(sight)하는 것을 넘어 통찰(insight)하게 해준다. 당신은 직원들과 1대1로 얼마나 자주 대화를 갖는가? 아니 소통의 통로를 마련해놓고 있는가. 정기적 스케줄로 뽑아놓고 있는가.

바쁘다고? 무엇 때문에 당신은 바쁜가. 일하기 좋은 조직의 특징은 “상사가 부하들에게 언제나 자신의 시간과 스케줄을 개방할 뿐더러 환영한다고 인식되는 것”이다.

혹시 당신은 직원의 위기 시그널이 울리는데도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물코만 당기면 될 것을 그물을 세러 다니느라고 바쁘지는 않은가. 성과 높은 조직을 만들려면 부하를 1대1로 개별 배려하라.

김성회 리더십 칼럼니스트
연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으며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계일보>에서 활동한 기자 출신의 리더십 전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