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용성 안국수치과 원장.

플로오린, 원자번호 9번의 원소로 원소기호는 F다. 주기율표에 있는 할로겐 원소(17족 또는 7A족 원소) 중에서 가장 가벼운 원소다. 또한 녹는점 -219.62℃, 끓는점 -188.12℃, 밀도 3.1g/L인 연한 황갈색 기체이다. 원소 상태의 플루오린은 이원자 분자인 F2로 존재하며, 독성과 부식성이 큰 연한 황록색 기체다.

플루오린은 원소 중에서 가장 반응성이 크고, 가장 강한 산화제이며, 전기음성도가 가장 큰 원소이기도 하다. 지구 껍질의 0.065%를 차지하는, 13번째로 풍부한 원소이다.

‘수헤리베붕산질산플네나마알규인황’ 누구나 한번쯤 읇어 봤을 만한 구절이다. 고등학교 화학시간에 외웠던 원소 주기율표이다. 전부 다 외울 순 없었지만, 앞부분에 저 정도까지는 외우는 것은 그 당시에 필수적이었다. 이 가운데 아홉번째 ‘플’에 해당하는 것이 플로오린, 즉 불소이다. 할로겐족 원소들인 불소, 염소, 블롬, 요오드, 아스타틴중에 가장 먼저 나오는 원소이다. 염산으로 유명한 염소만큼, 멀티 비타민 미네랄에 빠지지 않는 요오드만큼 친숙하진 않지만 치과에서는 다른 여타 할로겐족 원소들보다 소중한 원소이다.

하지만 대중에서는 불소 하면 이미지가 좋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2012년 9월 27일 경북 구미시 산동면 산동리 구미산단 4단지 내 휴브글로벌에서 불산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그 결과 5명이 사망하고 반경 700m 이내 지역의 숲과 들이 불산에 노출돼 오염이 되었다. 이 때문에 그해 10월 8일 피해지역이 특별 재난 지역으로 선정될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그리고 대중들에게 불산의 위험성을 각인 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불소의 위험성은 불소를 발견하기 위한 화학자들을 죽음으로 이끌어 ‘불소 순교자’라는 말을 만들 정도였다. 하지만 모든 물질엔 양면이 있듯이 이렇게 위험한 물질이기도 하지만 실상은 몸 안에서 꼭 필요한 물질이기도하다.

불소는 우리 몸에서 대부분 치아와 뼈에 들어 있으며 치아와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 준다. 치아와 뼈는 무기질과 유기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가운데 무기질의 성분이 같다. 치아의 경우 구강 내에 보이는 최외각층인 법랑질에 96%에 이르는 무기질로 구성되어 있다. 뼈가 45~50% 정도인 것에 비하면 상당한 양이다.

무기질의 주성분은 칼슘과 인산으로 이루어진 수산화인회석이다. 여기에 불소가 섞여 들어가면 인산칼슘 일부를 불화인회석(fluoroapatite)로 바뀌어 진다. 그로 인해 무기질의 격자 구조가 더욱 치밀해지게 돼 강도가 높아지고 내산성이 높아지게 된다. 그 결과 치아와 뼈가 튼튼해지게 되는 것이다. 불소에 의해 튼튼해지게 된 치아는 충치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지게 된다.

치아에 미치는 불소의 이런 작용은 생각보다 우연히 발견되었다. 미국의 콜로라도주 온천지역 주민에서 치아에 ‘반점치’(음용수 중 과량의 불소 성분이 함유된 것을 식수로 장기간 사용하였을 때 치아에 백색 또는 갈색의 반점이 나타나는 증상)가 많은 것을 보고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해 원인을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반점치는 음료수 중 과량의 불소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부가적으로 반점치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이미 알지만) 놀랍도록 충치에 저항이 높다는 것도 밝혀졌다. 그 이후로 불소와 치아우식 저항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로 불소를 이용한 다양한 치아우식 예방법이 발견되었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가장 우수한 치아 우식예방제로 세계 어디에서나 널리 쓰이게 되었다.

불소를 이용한 치아우식 예방법은 크게 불소를 저농도로 음료수나 시럽 또는 정제를 복용하여 장에서 흡수된 후 혈관을 타고 구강 내 치아에 침착되는 ‘불소 복용법’과 비교적 고농도의 불소화합물을 직접 치아 표면에 발라서 일부가 치아 법랑질에 침투되도록 하는 ‘국소 도포법’이 있으며, 그 밖에 ‘불소 자가도포법’이 있다.

불소 복용 가운데 대표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상수도 불소화법이다. 음료수로 사용하는 물에 저농도의 불소를 첨가하여 치아에 반점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충치의 발생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많은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음용수에서 1ppm의 농도에서는 인체에 아무런 해가 없으면서 충치는 60%가 감소하는 것으로 연구되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에서 시행하여 우식예방에 좋은 효과를 보여왔다.

우리나라도 지난 1981년부터 경남 진해시와 충남 청주시를 시작으로 현재 10여개의 도시에서 시행 중에 있다. 유아들과 산모를 대상으로 섭취하기 쉽도록 불소시럽과 정제가 개발되어 시판되었으나 현재 국내에는 유통이 되지 않고 있다.

국소 도포법은 주로 ‘불소 도포법’이라 불린다. 치아에 불소용액을 바르는 방법과 불소겔을 트레이에 담아서 구강 내에 3-4분간 물고 있게 하는 방법이 있다. 이외에도 불소를 이온화 시켜 치아에 불소를 침투시키는 ‘불소이온 도입법’이 있다. 기존에는 불소겔과 일회용 트레이를 이용하여 도포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였으나, 현재에는 바니쉬의 형태로 좀 더 간편하게 불소도포를 받을 수 있다. 주로 치과를 방문하여 받게 된다. 상수도 불소화 법은 상시 복용하게 되어있기에 특별한 시기가 없지만 불소도포는 우식 활성도가 적은 아동의 경우, 만 3세부터 청소년기까지 매 6개월에서 매년마다 불소도포를 받도록 권장되고 있다.

불소 자가도포법은 환자 스스로 치아에 도포하는 과정을 말한다. 뭔가 말이 거창한 거 같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 이미 자기도 모르게 시행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불소가 함유된 치약을 사용함으로써 매일 스스로 불소를 치아에 도포하는 것이다.

간혹 친환경, 웰빙 또는 차별화를 목적으로 불소가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 치약들이 있는 데 별로 바람직스럽지 않다. 오히려 치약에 불소 함유량이 국제 권고치에 미달이 되어 문제가 된 기사가 나올 정도이니 불소가 함유된 치약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약과 다른 방법으로는 ‘불소용액 양치’가 있다. 말 그대로 불소용액을 환자 스스로 양치하는 방법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지자체별로 또는 초등학교 별로 불소용액 양치사업을 진행을 하고 있다.

9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부상당한 고양터미널 화재 사고,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된 세월호 침몰 사고,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당한 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 이 사건들은 모두 2014년에 일어난 안전관리 소홀로 발생한 대표적인 큰 사건들이다. 안전관리는 이런 대형 사고를 예방하는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관리한 표가 잘 나지 않고, 예방효과가 눈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인지 사고가 나서야 여기저기 오르내리며 서로 소홀했다며 서로 비난하고 책임을 회피하곤 한다.

불소도포 또한 실란트와 함께 치과진료실에서 시행되며 충치를 예방하는 중요한 술식으로 안전관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안전관리처럼 시술한 흔적이 남지 않고 예방효과가 알기 쉽게 나타나지 않아 환자나 보호자들이 술식의 당위성을 잘 이해하지 않고 소홀히 여기곤 한다. 하지만 이런 예방 진료가 환자나 보호자의 자녀의 소중한 치아를 지키는 일임을 명심하고 정기적으로 치과에 방문하여 불소도포와 같은 예방 진료를 받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