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서 타워스왓슨 한국 사장
■ 13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고 전 세계 34개국에서 활동 중인 세계 최대 글로벌 컨설팅 기업의 최고 전문가로 타워스왓슨의 한국 지점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인사, 조직, 경영자 평가, 보상 분야에서 세계적인 전문가로 손꼽힌다.

신묘년 새해가 밝았다. 이맘 때가 되면 기업들은 새로운 경영 계획과 목표를 발표하고 직장인들 역시 저마다 새해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직장인들의 새해 계획에 대해 들어보면 ‘자기 계발’ 또는 ‘경력 개발’이 매년 빠지지 않고 꼽힐 만큼 이에 대한 관심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반면, 회사의 지원이나 관심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타워스왓슨이 한국을 포함, 전 세계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글로벌 인적자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 중 회사를 마지못해 다닌다고 답한 비율은 10%로 글로벌 평균을 훨씬 상회했다.

이와 함께 직장인들은 직장에서의 몰입도를 향상시키는데 ‘자기 계발’이 도움이 된다고 답하며, 경영진의 리더십 다음으로 ‘자기 계발’ 또는 ‘경력 개발’에 대한 지원을 회사에 남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기도 했다.

반면 업무 스트레스, 과도한 업무량, 일과 삶의 균형 등 그 동안 인재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로 여겨졌던 요인들은 오히려 경력 개발보다 그 중요도가 낮게 나타났다.

72%의 한국 직장인들은 현 직장에서 기술과 능력을 개발하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41%만이 실제로 그러한 경력 개발이 현 직장에서 가능하다고 답했다.

직원의 몰입도를 향상시켜 고객만족, 매출 증대 및 수익성 등 성과를 이뤄내야 하는 기업이 직원의 경력 개발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 채 이들이 회사를 떠나는 것을 보고만 있는 것이다.

혹자는 이미 많은 기업들이 직원 역량 개발을 위해 큰 돈을 투자하고 이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직원들이 이를 효용성 있게 받아들이고 이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많은 인사 담당자들은 직원 개발이라고 하면 몇 박 몇 일의 연수 프로그램, 유명 강사를 초빙한 강연을 떠올릴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직원들이 원하는 것은 관리자 차원에서의 세심한 관심에서 시작된다.

자신의 경력에 대해 팀장이나 매니저와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체계적인 멘토링 시스템을 통해 단계별로 경력 개발 상황을 검토하고 계획을 세워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업무와 관련한 경력 개발 외에도 개인적인 자기 계발을 수용하고 지원해 줄 수 있는 기업 문화 또한 중요하다. 점심시간에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운동을 하는 등 개인적인 활동을 하는 ‘런치투어(lunch tour)족’과 공부하는 직장인 ‘샐러던트(saladent)’ 등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이미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하루 일과를 쪼개며 자기 계발에 매진하지만 일부 상사들은 ‘요령을 피운다’고 생각해 눈치가 보인다며 고민을 토로한다.

기업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듯 기업 문화도 함께 진화해야 한다. 수직적인 조직 안에 갇혀 오직 단기 성과만을 지향하는 문화를 가진 기업은 직원 성장을 유도하고 인재를 유치하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다.

경력 개발은 물론 개인의 자기 계발을 위해 쓰는 시간을 존중하는 기업만이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가진 차세대 인재를 길러낼 수 있음을 기억하자.

유연근무제 도입과 스마트 워크 확산 등 최근의 업무 환경은 이미 기존의 근무 형태를 바꾸어 놓음으로써 직원들의 자기 계발에 대한 시공간적 지원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제 경영자의 인식 변화만이 남은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