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이 낯설지 않다. 올해 초 서울시에는 도시재생본부가 출범했다. 내년부터 국토교통부는 도시재생 기업 가운데 일정 요건을 갖춘 사업에 한정해 선별적으로 주택도시기금을 지원한다. 실제 울산, 광주, 군산등의 지방에서도 도시재생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도시 재생에 나서는 이유는 도시재생이 지역 주민 삶의 질을 향상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 및 경제적 파급효과로 소득을 향상은 물론, 공공기반 시설 등의 정비·개선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규모 물리적 개발방식에 익숙한 우리에게 도시재생은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다. 도시재생은 도시가 계속적으로 확장되면서 기존 시가지의 노후, 쇠락으로 발생하는 도심 공동화를 방지하고 침체된 도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시를 물리 환경적, 산업 경제적, 문화적으로 재활성화 또는 부흥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는 그동안 일정 구역 내의 단독주택이나 노후된 공동주택을 헐어버리고 아파트와 같은 높은 공동주택을 짓는 도시재개발이나 재건축과는 다른 개념이다.

즉, 도시의 구조를 완전히 바꾸지 않고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시설을 첨가하거나 지역이 갖고 있는 물리적 환경 외에 인문, 사회, 역사, 문화등 모든 것을 포괄해 지역을 바꾸는 일종의 리모델링 사업이다. 비용부담이 큰 재개발과 재건축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이기도 하다.

 

도심 자투리 공간에 문화로 활력 불어넣은 '한화그룹·서울시 도시생생프로젝트 ' 

▲ 마포구 대흥동 경의선 숲길에 설치된 '오다가다놀다가는' 2014년 72시간 도시생생프로젝트 우수작으로 뽑혔다. [출처=서울시]

도시재생의 대표적인 예로 한화그룹과 서울시가 작년 10월 진행한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작은 것이 아름답고, 작은 것이 삶을 바꾼다'는 슬로건으로 작년 3회를 맞이했다. 72시간 동안 서울시내 자투리 공간을 찾아 120여명이 넘는 시민과 전문가들이 참여해 자투리땅 12곳을 새롭게 재 조성한 공간 재창조 시민 참여형 사업으로 진행됐다.

이 사업은 시민공모와 구청의 협조로 33개의 후보 대상지를 찾아 조직위원회에서 효과가 크다고 판단된 12곳에, 공모를 통해 선정된 디자인팀들이 작년 10월 23일부터 26일까지 3일 밤낮 동안의 공사를 통해 방치되어 있던 자투리 공간의 누적된 이야기를 담았다.

실제 서울시내 영등포구, 마포구, 중구 등에 위치한 12개의 조성물은 해당 공간에 설치돼 서울시내 볼거리와 데이트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예장동 문학의 집 주변에는 ‘꽃갈피’라는 책갈피 쉼터가, 정동 배재공원에는 ‘기지개를 펴다’라는 재미있는 모양의 조형물과 마포구 경의선숲길 1단계 완성구간에는 옛 기억의 흔적을 추억하는 ‘연경원(戀景園), 그리운 풍경이 있는 정원’등이 시민들의 삶에 스며들었다. 12개 작품은 해당 자치구 또는 공원녹지사업소에서 관리하고 있다.

 

한화그룹, 방치된 대학가에 '젊음·사랑의 에너지 채워'... 올해도 도시 재생 참여

▲ 이대 대현문화공원 계단 시공전 모습(왼), 홍대 야외무대 광장 시공전 모습(우) [출처=한화그룹]

이에 한화그룹은 버려진 자투리 공간을 시민들의 내일을 키우는 에너지로 바꾼다는 이번 프로젝트 취지에 공감, 신진 건축가들과 2개의 연합팀을 꾸려 한화의 ‘에너지를 채우다’ 라는 캠페인으로 직접 사업에 참여했고 나머지 열 곳에는 작업 비용을 후원했다.

한화그룹 도시생생프로젝트 담당자는 “도심 번화가 곳곳의 소외된 공간을 대학생 및 신진 아티스트를 위해 새로운 휴식공간으로 리뉴얼 하는 것은 그룹의 사회공한 철학 ‘함께 멀리’와 연결되는 가치가 있다”라고 참여 계기를 설명했다.

한화그룹은 해당 캠페인을 통해 20대들이 자주 모이는 지역 중 해당 지역의 특색을 살리지 못하고 방치된 곳을 찾던 중 홍대 거리와 이대 부근 공원에 주목했다.

한화그룹은 먼저 이대역 2번출구 앞 대현공원을 첫 번째 리뉴얼 장소로 선정했다. 과거 연인들의 약속장소로 각광받던 대현공원이 시간이 흐르며 다소 썰렁한 공간으로 변한 것을 보고 그룹측은 이 공간을 도시생생 프로젝트를 통해 20대의 청춘을 키우는 에너지 ‘썸’을 테마로 꾸몄다.

▲ 시민들이 이대 '썸타는 계단'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한화그룹 페이스북 팬들의 실제 썸이야기와 대학생 100여명이 선정한 ‘난 이럴 때 설렜썸 Best 5'가 그려진 <썸타는 계단> 주변에는 벽화를 중심으로 영화 클래식, 건축학개론 속 순간을 담은 포토존도 만들었다. 또한 태양광 충전 벤치를 설치하여 낮 시간 휴식을 취하는 동안 동안 스마트 폰도 함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에 한화그룹 도시 생생 프로젝트 담당 매니저는 “도시생생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 최소한의 설치물로 기존 공원의 원형은 유지하되 친환경 벤치를 추가로 설치해 인근 대학교 및 학생들의 조모임 장소로 활용 될 수 있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 다음 조성된 공간은 홍대역 8번출구 인근 광장이었다. 이 광장은 해가 저물고 나면 거의 매일 소규모 버스킹이 이뤄졌지만 마포구가 지정한 야외무대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특색이 없었다. 이에 한화그룹은 꿈을 키우는 청춘은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에너지를 심어주고자 관객의 시야와 보행자들의 통해를 받지 않는 설계를 고려해 개방형 돔의 형태의 무대를 조성해 <한화 꿈의 스테이지>를 만들었다.

▲ 홍대 야외무대 광장에 조성된 '한화 꿈의 스테이지' 전경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 프로젝트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상도 받았다. 서울시 아름다운 서울을 만들기 위해 친환경 녹색 문화운동 확산에 기여한 시민단체 및 기업을 대상으로 시상하는 ‘꽃 피는 서울 유공자 표창’을 받았고 ‘72시간 도시생생 홍대 꿈의 스테이지 편’을 담은 광고영상은 모바일 웹 사이트, 디지털 PR/광고 영상 등 디지털 서비스 산업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둔 기업 및 단체에게 시상하는 ‘&어워드 PR film 부분’의 트로피도 거머쥐었다.

시민들의 반응이 좋은 만큼 공급자들의 보람도 남달랐다. 해당 프로젝트 담당 매니저는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시민들이 도시를 변화시키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리뉴얼후 공간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며 “겨울철이라 야외 공간의 활용도가 낮을 기간인데 개인 블로거들의 후기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어서 놀랍다”고 감회를 전했다.

홍보팀 관계자에 의하면 작년 프로젝트 성공에 이어 한화그룹은 올해도 작년과 동일하게 서울시와 업무 협조를 통해 도시재생에 참여할 계획이다.

해당 관계자는 "공공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은 신진 건축가들과 손잡고 유동인구가 많으나 버려진 공간들을 지역 특색을 살린 매력적인 공간으로 재탄생시킬 예정이다"라며 “올해 새롭게 조성된 공간에서는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무대, 이벤트 등을 진행해 삶의 즐거움과 활력을 얻는 시간을 나눌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