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천재라고 불리는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독특한 버릇을 가지고 있다. 신사업을 모색할 때 의미없는 글로 채운 카드를 늘어놓고 이를 무작위로 뽑아 연결시켜, 실제 투자 및 확장에 나선다. 만약 '야구-소녀-축제'라는 카드를 뽑았다면, 야구장을 찾는 10대 소녀들을 위한 이벤트 프로젝트를 런칭하는 방식이다.

만약 손 회장이 공유경제 기업 우버의 CEO 트래비스 캘러닉이였다면 어떤 카드를 뽑았을까? 아마 스마트폰-배달-플랫폼이라는 카드를 뽑았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는 현재의 우버를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단서다.

▲ 출처=우버

확장하는 우버
택시를 잡기 어려운 시대다. 낮이라면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밤 11시를 넘기면 택시의 숫자도 줄어들고 기사도 피곤하며, 몇몇 택시는 승차거부까지 저지르며 손님을 가려 태우는 시대다.

트래비스 칼라닉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그는 미국의 대도시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며 '필요하면 보이지 않는 택시'에 분통을 터트리던 평범한 사업가였다. 하지만 그는 우리와 달랐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짜증'의 에너지를 사업의 동기로 연결해 전혀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 바로 우버다.

칼라닉은 2001년 창업한 P2P 서비스 레드스우시가 기나긴 성장통을 거쳐 2007년 대박을 치자 이를 1900만 달러에 매각해 우버를 창업했다. 이후 오바마 캠프 홍보책임자였던 데이비드 플루프 전 백악관 고문을 영입해 다양한 논란을 성공적으로 차단하는 한편,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 출처=우버

가장 많이 알려진 사업은 역시 콜택시 서비스다. 콜택시 서비스는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상당한 파열음을 일으키고 있지만 400억 달러로 추정되는 시가총액이 증명하듯 현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다.

기사에 의한 성폭행 사건이 벌어지고, 기사가 테러현장에서 손님들에게 높은 가격을 부르는가 하면 우버에 비판적인 인사를 GPS로 추적하겠다는 아마추어같은 사건이 소소하게 벌어졌으나 시장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국내에서도 서울에서의 서비스는 지자체의 직접적인 압력과 다음카카오 등의 비슷한 서비스 라이벌로부터 맹공을 당하고 있지만, 인천에서 조심스럽게 안착하는가 하면 대대적인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들의 입장도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우버가 택시 서비스에만 나서는 것이 아니다. 아직 시범 운영이지만 음식을 배달하는 우버프레시(Uber Fresh)’와 인근 약국 및 주요 점포에서 생필품 구매를 대행해주는 ‘우버코너스토어(Uber Corner Store)’, 여기에 자전거 택배 서비스 ‘우버러시(UberRush)’도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심지어 헬기도 등장한다. 9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 메일은 우버가 고담항공과 함께 앱을 활용, 헬기를 이용한 운송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219달러에 달하는 고액이지만 사용자 요청에 맞춰 근처 공항까지 6분 안에 도착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4명에서 6명이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으며 현재는 JFK와 뉴욕 공항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급하게 공항에 도착해야 하는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 출처=고담항공

성폭행 사건과 일부 기사의 부적격 논란을 의식해서일까. 우버는 아예 무인택시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로봇 연구로 유명한 카네기 멜론 대학 연구팀을 고용하는 한편,'NREC(National Robotics Engineering Center)'와 협력해 지도(mapping)와 무인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 대목에서 구글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무인자동차와 차량공유 앱을 타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버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차량공유 앱은 구글 사내용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구글의 부사장인 드루먼드는 우버 이사회 멤버이기도 하다. 현 상황에서 드루먼드가 우버 이사회에서 퇴출당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와전일 가능성이 높다. 가장 설득력있는 시나리오는 구글이 차량공유 앱과 무인자동차의 시너지로 정부의 규제를 완화시키는 작업을 마무리하면, 우버가 그 과실을 온전히 챙기는 알고리즘이다. 결국 우버 입장에서 '꽃 놀이패'다.

우버가 원하는 것
우버는 공유경제 기업이지만, 이를 기점으로 스마트 생태계와 운송 플랫폼이라는 테마를 규정하고 아예 '스마트 종합운송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택시부터 자전거, 헬기까지 총망라하며 운송의 대상도 사람과 생필품으로 확장하는 한편, 그 주체도 인간과 로봇을 아우르고 있다. 이런 분위기면 조만간 무인 조종사가 국가적으로 민감한 무기를 운송하는 잠수함 대행 서비스를 런칭할 태세다.

우버는 확고한 비즈니스 모델이 확립되지 않아도, 자신이 테마로 정한 아이템을 연결해 '총망라'의 의미를 부여하는 쪽으로 사업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사업과의 마찰이 벌어지며 공유경제 패러다임 전쟁이 불거지고 있다. 유례없는 스타트업 대항해 시대에 돌입한 우리가 곰곰히 따져봐야 할 훌륭한 사업 모델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