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지난주 열린 회장단 간담회에서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 차기 무역협회장 인선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5일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덕수 회장은 회장단 간담회에 참석해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정상적으로 이행돼 양국 교역이 크게 늘었고, 한·중 FTA 협상 타결, 코엑스몰 리모델링 프로젝트 완료가 성사된 지금이 무역협회를 이끌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지난 2012년 2월 제28대 회장직을 맡은 한 회장은 이달 말 임기 3년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같은 한덕수 회장의 입장 표명에 따라 오는 26일 열리는 무역협회 정기총회에서 추대할 차기 회장 문제는 민간 기업인이냐, 관료 출신이냐는 이슈로 옮아가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덕수 회장을 포함해 역대 28대 회장을 거쳐간 인물은 총 16명에 이른다.

28대 가운데 온전히 3년 단임으로 물러난 회장은 21대 박용학 회장(1991.2~1994.2), 26대 이희범 회장(2006.2~2009.2), 27대 사공 일 회장(2009.2~2012.2)에 이어 28대 한덕수 회장(2012.2~2015.2, 예정) 등 4명뿐이다. 그나마 1987년 민주화를 거쳐 군부 권력에서 민간 권력으로 교체된 이후에 배출된 사례였고, 이전에는 2대 이상 연임이나 중임, 재선출 회장들이 훨씬 많았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창립 초기 2년제 회장직에서 단임으로 끝난 회장들이 없지 않았지만, 대부분 2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특히 1980~1981년 신군부의 권력장악 시기인 17대 회장의 경우, 박충훈 회장(1979.2~1980.5)에 이어 김원기 회장(1980.9~1981.5)을 거쳐 유창순 회장(1981.6~1982.1)에 이르기까지 3명이 교체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또한 역대 무역협회장들 가운데 순수 민간인, 즉 기업인 출신은 21대 박용학 회장(1991.2~1994.2), 22~23대 구평회 회장(1994.2~1999.2), 23~25대 김재철 회장(1999.2~2006.2) 등 3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13명은 정치인이거나 관료 출신들이었다.

이런 순수 기업인 출신 무역협회장 시대는 26대 이희범 회장이 취임하면서 다시 관료, 즉 ‘관피아’들로 다시 채워졌다. 산업자원부 장관 출신의 이희범 회장의 바통을 청와대 경제수석 및 재무부 장관 출신인 사공 일 회장이, 그 뒤를 역시 청와대 경제수석, 경제부총리, 국무총리를 역임했던 한덕수 회장이 이어받았다.

이들 고위 관료 출신의 무역협회 수장들의 장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민간 기업인 회장보다 정부의 수출지원 정책을 꿰뚫고 있고, 수출기업들의 애로점을 정부에 다이렉트로 전달하고 중개하는데 유리한 관료출신들이 훨씬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게 사실이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지난해 세월호 침몰 사건을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관피아’ 적폐가 드러났고,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시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무역협회도 민간체제의 자율적인 수출기관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이 기업인 출신 무역협회장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기업인들이 선뜻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앞서 3명의 기업인 출신 회장들은 내부 후계승계 작업이 잘 정리돼 협회 일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이라며 “반면에 지난해 기업들 실적이 워낙 좋지 않아, 기업 대표들이 이번에 선뜻 협회 일에 나서겠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관피아’ 거부감에 대한 반대급부로 정치인 출신의 ‘정(政)피아’ 득세를 우려하는 비판도 제기되는 만큼 무역협회 회장단이 내부 사전작업을 통해 현명하게 뽑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