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 ‘MB정부의 자원외교’에 대한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 및 공공기관 등의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자원외교 국조특위)’는 MB정부가 해외 자원개발에 무분별하게 투자해 낭비한 자금이 무려 31조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호주(5조8111억원), 캐나다(5조5619억원), 영국(5조4527억원), 미국(3조9570억원), 중동(3조2138억원) 등 세계 각국에 투자했지만 대부분 손실만 입은 상태라는 것이다.

특히 지난 12일 열린 첫 국조특위의 대상이었던 한국석유공사의 투자사례는 가히 충격적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2010년 캐나다의 하베스트 정유공장 날(NARL)을 1조2000억원에 인수했다가 3년 만인 지난해 미국계 은행에 불과 338억원에 되 팔았다.

국내 대기업에 인수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후 이뤄진 거래다. 당시 국내 대기업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폐공장 수준을 넘어 고철덩어리로 보이는 하베스트 정유공장 시설물 사진들이 담겨 있다.

투자원금 전액을 날리다시피한 '투자 참사'라는 점에서 해외 자원투자 전반에 대한 불신을 낳게된 시발점이기도 하다.

만약 국조특위가 집계한 대로 '31조원의 낭비'가 사실로 결론난다면 국민이 느낄 허탈감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 같다.

지난해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였던 초·중·고 무상급식 예산과 3~5세 무상보육 예산은 각각 2조6500억원과 1조6300억원이었다. MB정부의 해외자원에 대한 투자 규모에 비하면 그야말로 '코끼리 비스킷' 수준이다.

문제는 이처럼 중차대한 문제를 다루는 국조특위가 매우 혼란스럽게 비쳐진다는 점이다. 여당은 '미래를 위한 필요한 투자'였다며 MB정부의 투자실패에 대해 면죄부를 주려는 인상이 짙다. 야당은 ‘국가예산 낭비’라며 성급하게 해외 자원개발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듯 하다.

이 와중에 MB정부 인사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저서 출간을 계기로 실패가 확실해 보이는 자원개발 투자건에 대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국조특위가 국민을 상대로 또 한편의 ‘막장 드라마’를 찍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올 지경이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조특위가 해외 자원개발의 필요성부터 판단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야당 생각처럼 해외 자원개발이 전혀 필요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향후 모든 계획을 전면 취소시키고 관련 조직과 예산을 청산-정리해야 한다. 머뭇거리면서 예산을 낭비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또한과거의 실패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법적-정치적 책임규명도 뒤따라야 한다.

반면에 해외자원 개발이 국가 미래에 꼭 필요한 것으로 결론난다면, '빈대잡겠다고 초가삼간 불태우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향후 해외투자의 성공률을 높이려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동시에 실패에 대한 개념도 수정해야 한다. 해외 자원개발은 로또복권이 아니어서 투자하자마자 대박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수행 단계의 어느 시점에 성패여부를 판단할 것인지 전문가들을 통해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이 경우에도 명백한 실패에 대해서는 철저히 원인을 분석하고 책임을 규명하는게 필요하다.

해외 자원개발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은 시간을 다투는 사안이다.

최근 한국가스공사가 ‘해외 지사를 연내에 모두 철수시킨다’고 밝혀 에너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관계자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가스공사의 결정은 현 정부가 부채를 줄이고 무분별한 자원외교를 금지시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제 막 국조특조가 출범해 국회차원의 판단을 내리려는 상황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짧게는 2년 이상 자원 확보를 위해 마련했던 기반을 한순간에 허공으로 날려버린 정부의 행태가 놀랍다.

이제 더이상 해외 자원개발에 대한 투자를 놓고 국론 분열을 일으켜선 안된다. 정쟁의 소재로 삼아서도 안될 것이다.

해외자원 국조특위는 역사적 사명을 철저히 인식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정부도 이번 기회에 해외 자원개발 투자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