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도 ‘드론(Drone)’이 익숙하다. TV, 인터넷할 거 없이 최근에는 드론 소식이 자주 들린다. 주로 군사용으로 사용되던 드론이 발전의 발전을 더 해 기체 가격이 떨어지며 상업용으로의 사용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가능성을 시작으로 산업에 혁신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드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움직임이 많이 포착되고 있다.

드론 활용에 가장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물류시장’이다. 쇼핑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인터넷, 모바일로 옮겨가며 거래량이 증가하고 그 많은 양을 오롯이 택배가 전담하고 있다. 경쟁도 치열해져 이제는 ‘누가 더 많이, 더 빨리 전달하느냐’의 싸움이 되었다.

이런 연유로 택배 시장이 더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을 찾다가 발견한 방법 중 하나가 드론이다. 그중에서도 작은 체구로 인구밀도가 낮거나 접근이 어려운 외곽 지역, 긴급 상황 등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소형 드론이 현재 드론 열풍의 주인공이다.

 

해외에서는 너도나도 드론 상용화 실험 중

드론으로 물류 배송 테스트를 했던 최초의 기업은 독일의 운수업체 ‘DHL’이다. DHL은 지난해 9월 27일 전용 드론인 ‘파셀콥터’를 이용해 독일 북부의 노르트다이호 항구에서 12km 떨어진 위스트 섬까지 물건을 배송하는 데 성공했다. 파셀콥터는 기체 중량 5kg, 비행시간 최대 88분, 비행속도 18m/s의 스펙으로 최대 1.2kg의 짐을 들 수 있다.

‘아마존’도 구글과 배송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드론을 이용한 배송 서비스 ‘프라임 에어’를 상용화하겠다고 선포했다. 프라임 에어는 드론을 통해 고객에게 제품을 30분 이내에 배송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옥토콥터’라는 드론을 활용, 물류창고를 기준으로 반경 16㎞ 내 배송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마존은 이미 드론 택배기사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내기도 했다. 아마존은 드론을 통해 기존 배송비용 2~8달러를 2달러까지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 중이다.

‘구글’도 이에 질세라 호주에서 드론 택배 서비스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구글은 현재 구글X의 차원에서 ‘프로젝트 윙’이라는 비밀 드론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여름 호주에서 물과 의약품 등을 드론으로 배송하는 장면을 유튜브에 공개하기도 했다.

드론의 열기는 국내까지 전달됐다. 많은 기업이 드론의 최신 소식에 집중하고 있고 국내 연구진들은 미래를 이끌어갈 기술 중 하나로 드론을 내세운다.

해외에서도 물류산업이 드론에 열광하듯 우리나라도 택배 업체들이 드론을 도입하기만 하면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 같다.

그러나 실상은 쉽지 않다는 것이 기업들의 입장이다. 앞서 국내 대표 물류기업인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의 경우에는 일부 언론을 통해 드론을 연구하고 있으며 도입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CJ대한통운의 관계자는 “택배사의 미래 라이벌은 IT 업체”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전한다.

기업들은 가능성을 열어놓는 저 선까지가 현재 물류시장에서 국내 드론의 한계라는 입장이다.

 

국내 드론 상용화 걸림돌은 ‘규제’ 탓?

CJ대한통운은 종합물류연구소에서 물류 신기술이나 물류 IT 등 선진 물류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진행하고 있다. 물론, 드론도 그중 하나다. 드론이 사용될 수 있는 자세한 용처나 상황을 연구하고 찾고 있다고 업체들은 말한다. 특히, 육상 운송에 한계가 있는 산간 지역, 낙도 등 오지 배송을 중심으로 드론 도입 여부를 평가하고 있다. 한진택배도 서비스의 다양화 측면에서 운송 모드 중 하나로 드론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연구는 하고 있으나 아직 어떠한 구체화된 계획이나 시행여부가 없으며 현실적으로 물류산업 내 드론 상용화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국내 물류업계의 전반적인 입장이다.

현재 일부 대학교나 공공기관을 제외하고서 본격적으로 소형 드론을 연구하고 상용화시킬 계획이 있는 기업은 물류업체는 고사하고 유통업체 쪽에서도 없는 상태다. 모든 업체가 입을 모아 말하는 주된 이유가 바로 ‘규제’다.

국내법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드론 운행을 전국 18개 장소로 제한했으며, 전파법과 항공법에 따라서도 드론 조정의 무선기기는 10MW 출력 이하로, 드론 통제가능 거리는 100~200m가량만 허락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는 비단 한국의 문제만은 아니다. 미국 내에서도 민간 항공에 대한 시험과 인증 등의 규제가 있으며, 최근 백악관에 드론이 부딪히는 사태가 벌어져 오바마 대통령은 드론 관련 법령을 다시 만들 필요가 있다는 등 규제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진 상태다.

아마존과 구글도 미국 내에서의 테스트가 쉽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규제가 없는 영국, 호주 등에서 본격적인 연구와 시범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드론의 상용화가 허가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존은 정부에 규제완화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향후 국내 규제는 완화될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발의된 ‘창조경제 시험사업 규제개혁 특별법안’으로 인해 드론과 빅데이터 활용 시스템 등의 규제를 풀자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은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외국의 기업들이 규제가 풀리면 언제든지 시행할 수 있도록 기술을 닦고 있는 모습과는 상반된다.

 

규제는 핑계, 이면에는 다른 문제들 있어

그렇다면 국내 물류산업에서 드론의 조기 정착이 어려운 실상은 무엇 때문인가.

첫 번째로 한국의 지형이 드론 상용화에 앞장서는 해외 기업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굳이 드론이 필요한 곳을 찾자면 도서 산간과 섬 지역, 오지 부분 등 인적이 드문 곳이 있겠으며 현재 택배의 70%가 수도권에서 만들어진다. 또한, 면적이 넓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택배만으로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익일배송이 가능하다. 기업들로서는 “드론보다 수도권에 물류센터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드론을 이용한 1시간 내 배송 서비스로 경쟁력을 높이려는 구글, 아마존과는 다른 이유다.

두 번째로 국내 물류, 유통산업을 통틀어 아마존, 구글과 같은 대기업이 없는 상태다. 유통학회 서용구 학회장은 “일반 국내 기업들이 드론을 운영해 얻는 수익과 드론까지 가는 비용을 비교하면 조기 정착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업계에서도 군사용 드론 등 기술은 일찍부터 있었으나 그것들을 하나도 뭉칠 수 있는 구심점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소형 드론을 제작, 유통하고 있는 유일한 기업은 중소기업인 ‘바이로봇’이다. 처음에 범용 드론을 고려했다고 알려진 바이로봇은 아예 완구용 드론으로 제작 방향을 틀었다. 바이로봇의 홍세화 이사는 “꾸준한 수요가 없기에 값싼 인건비, 시설비 등의 비용을 줄이려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경우가 많다”며 “아직 국내에서는 드론에 대한 적합한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 제조업계를 찾기 어렵고 많은 비용을 들여 직접 제조라인을 갖추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드론을 사용할 뚜렷한 목적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국내 한 물류업체는 “만일 드론이 상용화되더라도 아마 CSV(기업의 사회공익사업) 차원에서 산간이나 오지에 긴급 의약품을 전하거나 하는 차원에서 쓰일 뿐 실제로 쓰일 계획은 없다”고 이야기했으며 타 물류업체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결국, 드론이 이슈라는 이유만으로 과정만 있고 드론 사용의 명확한 목적이 없이 방향 없는 연구만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