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규제완화를 외치는 주체는 자유를 얻는 만큼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해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유만 외칠 뿐 책임에 대한 진중한 얘기가 없다. 당국은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변수에 당황하지 않기 위해 모든 일에 시시콜콜 간섭한다.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경제자유주의를 옹호하는 ‘작은 정부’가 필요하지만 이 역시 현실과 다른 상황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큰 정부’와 ‘경제민주화’가 정면으로 대치 중이다.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책임에 대한 인식이 없다 보니 안일해지고 이러한 상황에 적응한다. 창조경제는 이미 ‘강 건너 불구경’이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부터 변하면 된다. 다만, 경제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는 ‘자유와 책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이는 우리 모두가 잘사는 상생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충돌하는 정부정책, 시장 활성화도 어려워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 ‘경제민주화’는 작은 정부의 근본인 ‘경제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작은 정부’란 정부의 영역과 기능을 축소하고 국가 전체의 부를 시장경제에 맡기는 것이다. 이를 통해 창조경제 활성화도 가능하다.

반면, 정부는 법령을 만들고 이를 통해 강제력을 지닌다. 여기서 충돌하는 부분이 ‘작은 정부’와 ‘강제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강제력이 시장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면 이는 절대 상충되는 문제가 아니다.

현 정부는 규제개혁을 추진 중이다.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 시장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시장 활성화를 위해 또 다른 규제가 생겨나는 것이 문제다.

예를 들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제도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전통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의 강제 휴무를 유도한 것이다. 이로 인해 전통시장이 활성화됐다면 정부의 정책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제도 도입 이후 재래시장의 상인들은 이에 대한 수혜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형마트들은 실적부진에 빠졌다.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불편하다고 아우성이다. 누구를 위한 규제인지 의문만 남는다. 작은 정부를 추구한다지만 또 하나의 규제, 즉 ‘큰 정부’가 존재하는 셈이다.

만약 대형마트가 재래시장의 이익을 흡수하고 있다면 대형마트에 재래시장과의 동반성장을 권하는 것이 현명하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의무휴일제도 도입이 아닌 재래시장과의 동반성장을 주문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며 “재래시장의 물건을 일주일에 한 번씩 대형마트에서 행사를 통해 판매했다면 두 시장이 동시에 활성화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다만, 그는 “단순 동반성장을 권하는 것이 아닌 ‘최소한의 강한 법령’은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소한의 강한 법령’이란 가이드 수준의 법령이지만 위반 시 강력한 제재가 뒤따르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재래시장을 망치는 원인이라면 대형마트에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주문해야 한다”며 “극단적인 경우지만 마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달성하지 못할 경우 당국은 마트에 대규모 과징금을 매기는 등 강력한 후제재를 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경제활동 주체들에게 자유를 주되 해당 주체들은 자유를 유지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면서도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완화만 외치는 주체는 자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뿐이다.

‘작은 정부, 큰 시장’이 경제 회생의 열쇠

지난해 5월,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경제연구원에 기고를 통해 “규제의 근본적인 원천은 정부권력에 있다”며 “규제에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나 기업 활동의 제약을 받는 사람들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로비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치인과 관료들은 규제를 강화하려는 강한 인센티브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역할은 경제활동의 기초가 되는 사유재산권과 자유경쟁을 보호하는 데 그쳐야 한다. 이 범주를 벗어나는 규제는 시장을 왜곡하고 자원이 가치 있게 활용되는 것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핀테크(Fin-Tech)도 그렇다. 당국은 금산분리법, 금융실명제, 보안 등 규제를 완화하려고 하면서도 또 다른 규제를 내놓는다. 금융사들은 규제완화를 외치면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대안책은 얘기하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큰 틀의 가이드라인만을 제시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강력한 처벌제도를 내놓아야 한다. 금융사들도 금산분리법과 금융실명제, 보안 등에서 자유로워지는 대신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책임 있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작은 정부와 큰 시장 그리고 이를 통한 상생만이 앞으로의 국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열쇠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