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겨울이라 조금은 삭막하지만 봄이 오면 꽃망울이 지고 초록색 잎이 우거질 것으로 보이는 고양시 늘봄농원에서 겨울 코트를 입은 남성 한 명이 진지한 표정으로 농원을 살피고 있다. 바로 한식전문점인 ‘강강술래’를 주력으로 하고 있는 외식업체 ‘전한’의 최종만 대표이사다.

최종만 대표가 전한에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호반건설의 대표로서 주택시장 불황 속에 호반건설의 전성기를 주도했던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승승장구하며 잘 나가던 그는 어느 날 호반건설에서 나오더니 전한의 대표이사가 되어 우리 앞에 섰다.

 호반건설의 히어로

최종만 대표는 건축업계에서 유명한 인재다. 경영학을 전공해 관리팀의 역할이었지만 계속 건설회사에 몸담았다. 잠시 UN 국제연합개발 계획에서 활동했던 전적을 제외하면 1997년에는 동아건설에서 구조조정팀 팀장을 맡았으며 이후에는 호반건설에 들어가 4년 만에 대표이사가 되는 등 지대한 활약을 했다.

그는 특히 중소기업이었던 호반건설을 일으킨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2005년에만 해도 호반건설은 건설사 도급 순위 10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기획실 실장으로 들어오면서부터 호반건설은 급격히 성장하는 파도 위에 올라섰다. 호반건설을 지금 자리에 세우는 데 큰 공을 세운 브랜드 ‘호반 베르디움’도 최종만 대표의 기획이 컸다고 알려져 있다. 결국, 호반 베르디움은 주택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누적분양률 90%를 넘겼으며 호반건설도 현재 건설사 순위 15위까지 올라왔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이다. 건설회사에서 잔뼈가 굵다고 알려진 최종만 대표가 외식업체인 ‘전한’으로 옮긴 이유는 무엇일까? 항간에는 현재 강강술래가 짓고 있는 외식 테마파크 때문에 그가 이직했다는 뒷말이 들리고 있다며 실제 이유가 무엇이냐고 살며시 묻자, 최 대표는 웃으며 “그렇지는 않다”고 대답한다.

최 대표에 따르면 그는 전한에 오기 위해 호반건설을 그만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너무 일찍 시작해 안정기에 들어선 것에 대한 권태라고나 할까. “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나오게 됐다”고 말하는 최 대표에게 콜을 던진 것은 지인이었던 강강술래의 김상국 사장이었다.

식당으로 시작했으나 이제는 커버린 이 사업을 제대로 된 기업체로 만들고 싶다는 것.

이미 기업을 크게 성장시킨 경험이 있었던 최 대표에게는 나름대로 신선한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전한의 새로운 대표이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물론, 최 대표는 호반건설에 있을 당시, ‘판교 아브뉴프랑’ 등 몰 형태의 테마상가를 만든 바가 있는지라 이직에 관련된 루머처럼 강강술래의 몰 형 외식 단지를 만드는 데도 일조는 할 수 있을 거라고 언급했다.

강강술래, 이제는 기업으로

지금의 ‘전한’에 앞서, 원래 기업 이름은 주력 한식 레스토랑 이름인 ‘강강술래’였다. 지금의 전한으로 바꾼 까닭은 식당에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함이요, 또한 ‘중국’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최종만 대표가 강강술래로 온 이유와도 연관이 있다. 국내 외식산업은 시기별로 트렌드가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으나 항상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다른 트렌드가 생기면 지는 모습을 보여 왔다. 최 대표는 이런 이유를 “식당이 ‘기업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외식산업에 창업자 대신 전문경영진이 들어오기 시작한 트렌드도 바로 식당을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최 대표는 처음 강강술래에 왔을 때를 “규모도 크고 실적도 좋지만 회사로서의 체계화 부분에서는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라고 회상하며, 강강술래를 ‘전한’으로 바꾸고 3가지 전략을 펼치기로 계획했다.

첫 번째는 외식을 새로운 형태로 발전시키는 ‘외식 프로젝트’다. 전한은 2년 전부터 일산 고양시에 외식 테마파크인 ‘강강술래 늘봄농원점’을 만들고 있다. 1만2000평의 땅에 450억원이라는 비용이 투자됐다. 일부 식사관, 구이관 등은 운영되고 있으며 나머지 한식테마관과 한식뷔페, 한옥카페 등은 2017년에 완공된다. 최 대표에 따르면 늘봄농원점 완공 시 예상 1일 매출만 1억2000만원이다. 그는 “이 매장이 성공하면 전국의 각 주요 거점에 외식 테마파크를 만들 예정”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두 번째는 기존의 강강술래 점포를 확장하는 방법이다. 현재 강강술래에는 직영점이 9군데 있으며 그중 3곳은 연간 매출액이 100억원을 넘긴다. 최 대표는 이런 지점들을 수도권 남부까지 확장하고 시내 중심가의 오피스 타운 및 유통업체 안에 몰 형식으로 입점시키는 다변화 전략을 사용할 예정이다. 그 외에 한식뷔페, 카페, 스시전문점 등 전한을 외식 전문 기업으로 발전시킬 생각이다.

이런 국내 성장을 계획하며 최 대표가 강조하는 한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직원들에게 ‘비전’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현재는 식당의 급여체계, 복지 등이 잘 짜여있지 않고 식당의 미래 목표가 없는 만큼 좋은 인재가 한 곳에서 오래 일하지 못한다는 점이 그가 지적한 문제점이다. 그래서 그는 현재 직원들에게 전한에서 만들 수 있는 비전을 끊임없이 전하고 있다. 전한은 식당이 아닌 직원들의 ‘직장’이며, 향후 자신이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 터전’이라는 것. 또한, 실제로 젊은 친구들에게 해외 진출에 대한 터전의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시도 중이다.

전 세계 다 같이 “강강술래”

앞서 말한 ‘전한(全韓)’이라는 이름은 식당에서 기업으로의 변화를 상징할 뿐 아니라 ‘온전할 전, 한나라 한’자를 써 중국 진출을 대비한 이름이기도 하다. 바로 ‘해외 진출’이 최 대표가 말한 전한의 세 번째 전략이다.

“국내 외식산업이 어려운 이유는 국내에서의 경쟁이 너무 치열하기 때문”이라며 “해외시장으로 나가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말하는 최 대표는 우리 것인 한식이 해외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그들의 것으로는 이미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강강술래는 지난 1월 26일, 중국 톈진에 강강술래를 오픈했다. 약 1500㎡(약 450평)에 260석 규모, 해외 진출의 첫발을 뗀 것이다. 조리장과 조리파트, 서비스파트의 직원 3명을 파견했고 이 외에 나머지 직원은 현지에서 채용됐다. 내부 인테리어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색과 황금색을 활용했으며, 좌석은 룸과 파티션 구분으로 동행인과의 시간만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도 강강술래에 대한 해외의 콜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특히, 중국의 최대 호텔그룹 진장, 중경을 중심으로 특급호텔을 8개 갖고 있는 아치스 그룹 등 4, 5성급 호텔들이 강강술래를 입점시키고 싶다고 언급한 상태다.

최 대표는 해외 진출이 결국 답이라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아직 전한이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서는 데는 신중하다.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시스템과 인력, 재무적인 투자능력 등이 탄탄하게 뒷받침되어야 하는 만큼 아직 튼튼한 뼈대를 세우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제야 식당에서 기업으로 변화하며 재무적인 문제도 다듬고 성장 가능성도 계속 키우고 있다. 톈진의 강강술래 1호점은 어찌 보면 현재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는 셈이다.

본격적인 중국 진출은 국내에서 내공을 어느 정도 쌓은 후에 이루어질 예정이다. 타이밍이 지금이 아닐 뿐, 미래의 어느 한 시점에 반드시 그 날은 올 것이라고 최 대표는 생각하고 있다.

사업 종목을 바꾼다는 것은 사실상 새로운 도전이다. 과연 ‘호반건설에서의 방법이 전한에서도 통하겠느냐’며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최 대표 자신도 불안감을 가지고 있을 만하다.

그러나 오히려 최 대표는 자신감이 넘친다. 이미 답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종목에 상관없이 모든 사업의 답은 ‘시장’에 있으며 소비자의 니즈를 살피고 그 부분을 충족시키면 손님들이 찾아오는 것은 근본적인 원리이다. “호반건설도 초창기에 상황이 비슷했다”는 최 대표는 이제 호반건설에서의 평가가 전한의 새로운 기록으로 업데이트되기를 준비하는 중이다. 전한이 기업으로 성장하는 날이 국내 외식업의 성장 롤 모델이 탄생하는 날일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