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국민안전처

국민안전처가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36개 중앙행정기관 및 공공기관에 대해 민간전문가 등 15명을 참여시켜 ‘2014년도 재난관리 실적’에 대한 평가를 실시한다. 결과는 오는 3월경 발표될 예정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신설된 국민안전처가 진행하는 사실상 첫 업무다. 하지만 과거 세월호 사태가 일어나기 1개월 전 해양경찰청을 재난안전관리 우수기관으로 선정해 포상까지 한 이력이 있어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국민안전처는 재난관리평가가 중앙행정기관의 부기관장 이상 인터뷰 및 재난관리평가 기관의 대응능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개발된 평가지표를 통해 실시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지표가 세월호 참사 이전에 개발된, 세월호 참사 1개월 전 해양경찰을 우수기관으로 평가한 그 지표 그대로는 점이다.

평가항목은 기관장의 재난현장방문, 호우·태풍·대설 대비 상황판단회의 개최, 재난안전 예산지원, 재난관리부서 직원 인센티브, 재난관리역량 향상 실적 등 기관장 관심도 등이다.

재난대응 조직, 여름철·겨울철 재해 사전대비 및 훈련 실시, 기관별 특성지표, 수범사례 등 43개 지표를 평가하며 인명피해가 발생된 경우 감점된다.

재난관리평가 결과 우수기관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정부포상도 실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평가결과는 중앙안전관리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 보고 및 관보에 재난관리 실태 결과를 공시하고 중앙행정기관은 재난안전 사업예산의 사전협의 시 반영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은 기획재정부 경영실적 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다.

상기 지침 역시 세월호 참사 이전에 이뤄지던 지침 그대로다.

 

▲ 출처= 국민안전처

국가안전처 관계자는 “이번에 평가하는 지표가 이전에 만들어진 지표인건 맞다”며 “지표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개발해서 반영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에 기관들을 평가하는 지표에는 사회적, 인적재난에 대한 부문이 보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매년 해오던 연중행사를 답습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평가 지표는 소방방재청에서 주관하다보니 자연재난을 위주로 만들어진 것이 사실이다. 사실상 사회적·인적 재난에 대한 지표가 미비하다”라며 “지표라는 것이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다. 모든 것을 담으려면 수천가지가 넘는 지표를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고 그렇게 한다고 해도 갑작스런 모든 재난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해에 세월호 참사 한 달 전, 해양경찰청을 ‘총체적 국가재난관리체계 강화’ 최상위 기관으로 평가해 포상금을 지급했다. 평가회의 자체가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초 국무총리 소속 정부업무 평가위원회가 제대로 된 심의 없이 국가 재난관리체계 강화 우수기관으로 해경 등을 선정, 포상급까지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정부업무평가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은 평가위원회에서 국정운영의 능률성과 효과성, 책임성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수행한다. 평가위는 지난해 2월3일 ‘2013년도 정부업무평가’ 회의를 열고 정부기관 평가에 나섰지만 정부 위원 전원이 불참해 무산됐다.

평가위는 3월10일 서면회의로 재난 우수기관을 선정, 11일 해경 등을 재난우수기관으로 선정해 포상했다.

평가 지표는 물론 이 같은 선정 시스템과 포상까지 올해도 같은 지표, 같은 절차로 이뤄진다.

이상규 의원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국감 당시까지 위원회가 총 23회 개최됐으나 당연직 위원인 정부위원 4명은 단 1번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연직 정부위원은 국무총리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전행정부 장관, 국무조정실장이다.

 

▲ 구 해양경찰청 홈페이지. 출처= 국민안전처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석유관리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등 6개 기관은 이 같은(?)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추미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감에서 산자부에서 제출받은 '2013년 기관별 재난안전관리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이 같이 밝혔다.

산자부 산하 16개 재난관리 책임기관 중 한국석유공사는 79.5점으로 11위,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거래소는 각각 76.5점으로 공동 12위,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66.5점으로 14위, 한국산업단지공단은 66점으로 15위, 대한송유관공사는 64.5점으로 16위를 기록했다.

재난관리 협조기관으로 분류되는 한국광해관리공단, 한전KPS 등 6개 기관도 하위등급인 B와 C 등급을 받았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은 70.5점, 한전KPS는 69점, 한국가스기술공사는 63.5점, 대한석탄공사는 59점, 한국광물자원공사는 56.5점, 에너지관리공단은 54점을 기록했다.

해경이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것도 아이러니 하지만 같은 지표에도 불구하고 하위등급을 받은 이들 기관은 어느 정도나 부실한지 감도 안 잡힌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세월호 사태 이후 정부는 재난안전고나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해경을 해산하고 소방방재청을 산하로 둔 국가안전처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부기관을 평가하는 지표와 평가 시스템이 그대로라는 점이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이번 평가는 지난해에 대한 부처와 기관들의 평가이며 세월호 참사 이후에 반영한 새로운 지표는 내년에나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난관리평가 결과 드러난 미흡사항에 대해서는 개선 계획을 수립해 지속적으로 추진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