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욱 ㈜스토리엔 대표.

“산타 할아버지가 어떻게 굴뚝을 타고 들어가지?”

누구나 한 번쯤 궁금했던 질문이죠. 새하얀 수염의 뚱뚱한 산타 할아버지가 어떻게 좁은 굴뚝을 들어갈 수 있을까요. 하지만 원래 산타가 초록색 옷을 입은 작은 요정이었다고 누군가 귀띔을 해주면 이해는 쉽게 됩니다.

그런데 이 초록색 산타는 어느 음료회사에서 추운 겨울 음료시장이 비수기일 때 실시했던 ‘빨간 모자와 빨간 옷을 입은 배불뚝이 산타클로스 마케팅’으로 지금의 빨간 산타할아버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스토리는 사실인 듯, 사실 아닌 듯 탄생하고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시간을 타고 전설이 되어 내려옵니다.

바로 글로벌 브랜드 ‘코카콜라’의 이야기입니다. 생각해 보니 코카콜라만큼 스토리가 많은 브랜드도 없습니다. 산타 할아버지 스토리뿐만 아니라 주름치마를 입은 여자 친구의 잘록한 허리 라인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는 코카콜라 ‘컨투어 병(Contour Bottle)’ 개발자의 스토리, 세상에서 단 두 명만 알고 있다는 콜라 원액의 비밀 등 전설처럼 전해온 스토리가 있고, 현재에도 다양한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다 잘 될 거야(양), 또 웃는 거야(양), 좌절금지야(양)···.”

2015년에는 ‘양띠 해’를 맞아 코카콜라가 ‘소망 메시지가 담긴 코카콜라 패키지’ 이벤트를 실시했습니다. 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새해 소망을 “~~양”으로 끝나는 위트 넘치는 코카콜라 스토리텔링 패키지 이벤트로 서로 새해 인사를 나누고, 소망 메시지를 담은 코카콜라 한정판을 증정하는 이벤트였습니다. 코카콜라 브랜드가 2015년 ‘양띠 해와 썸’을 이룬 셈이죠.

“이루어지(쥐)리라, 고백하겠(소), (호랑이)기운 가득, (토끼)의 지혜, 부자되세(용), 내가 최고인가 봐(뱀), (말)하는 대로, 착해질 거야(양), 다재다능(원숭이), 니가 최고(닭), 행복하(개), 뭐든 잘(돼지).”

양띠와 썸 타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듯, 코카콜라는 모든 띠와 ‘썸 타기’를 시도했습니다. 12간지(干支)인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 열 두 동물과 소망 메시지를 재치 있게 연결했죠.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가지씩은 지니고 있는 12간지 띠를 코카콜라 패키지에 담았습니다. 이로써 한국의 모든 ‘소비자들과 썸’을 탄 셈이네요.

12간지와 썸은 코카콜라가 글로벌 브랜드이기에 지역화 스토리텔링에는 아주 좋은 마케팅입니다. 이와 비슷한 예로 ‘구글(Google)’도 있습니다.

구글은 그 나라의 특정일에 기념일 로고를 통해 그 나라의 스토리를 가져와 그 지역 네티즌들과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로고 스토리텔링 전략을 아주 재미있고 통쾌하고 ‘구글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브랜드의 중요 요소인 자신의 로고 디자인을 변경하면서까지 기념일을 허락합니다. 한글날 기념 로고, 이중섭 탄생기념 로고, 태권브이 탄생 38주년 기념 등이 그것입니다.

코카콜라 역시 구글처럼 브랜드의 중요 요소인 패키지 디자인의 변경을 승낙했습니다. 대부분의 기업 입장에서는 패키지 디자인은 마치 성역과도 같아 쉽게 변경하지 못하게 하는 불문율이 있는데, 정말 과감했습니다. 금쪽같은 패키지 7할을 소비자에게 내주어 소비자의 메시지를 담고, 함께 참여하는 스토리텔링은 브랜드와 소비자가 깊은 관계를 맺는 ‘함께할 거양’이 될 겁니다.

12간지 소망을 담은 코카콜라 제품. 사진=코카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