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저유가의 바람이 석유화학업종의 변화를 ‘강제’하고 있다. 에너지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며 한동안 유지됐던 업계의 질서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한민국의 석유화학 사업을 대표하는 LG화학도 변화의 기로에 섰다. 지난해 제품가격 하락과 중대형 전지의 판매 부진이 겹치며 백척간두에 선 분위기다. LG화학은 지난해 매출 22조5578억원, 영업이익 1조3108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부문별 영업이익은 석유화학부문이 1조1173억원, 정보전자소재부문 1581억원, 전지사업부문 649억원으로 나타났다. 전체로 보면 2013년 대비 매출은 2.4% 줄어든 반면, 영업이익은 24.8% 급감했다. 석유화학부문은 매출액 2%, 영업이익은 16.1% 감소됐으며, 정보전자소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1.3%, 58.3% 줄었다.

다행인 것은 LG화학의 차세대 사업으로 육성 중인 전지사업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지부문의 매출액은 2조8526억원, 영업이익은 649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0.5%, 100.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LG화학의 새로운 비전을 발견했다.

▲ LG화학 오창공장. 출처=LG화학

LG화학의 ‘위기를 탈출하는 법’

LG화학은 지난 1월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조석제 사장의 주재로 기업설명회를 열고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는 한편, 추후 경영실적 전반에 대한 로드맵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LG화학은 2014년 경영실적에 대해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에 따른 수요 감소와 유가 하락으로 매출과 수익성이 둔화되었으나 경쟁우위의 성과 창출은 지속했다”고 전제했다.

2015년 사업계획도 윤곽을 드러냈다. LG화학은 올해 매출 목표를 전년대비 0.4% 감소한 22조4800억원으로 설정했으며, 시설투자(CAPEX)는 전년대비 13.3% 증가한 1조79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주요 투자내역은 석유화학부문의 고흡수성 수지(SAP) 8만톤 및 아크릴산(AA) 16만톤 증설, 정보전자소재부문의 유기발광 다이오드(OLED) 조명, 전지부문의 중국 자동차전지 공장 신설 및 폴리머전지 증설 등이다.

LG화학은 주력인 석유화학부문을 기술기반 사업 육성과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이를 위해 SAP,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컴파운드(EPC) 등 세계적 기술 경쟁력을 갖춘 차별화 제품을 확대하고 글로벌 고객 기반 강화도 노린다. 동시에 세계 최고수준의 나프타분해설비(NCC)의 원가경쟁력 확보 및 고부가 합성수지(ABS)의 1등 지위 강화 등 기존 사업의 입지도 다진다는 복안이다.

▲ LG화학 2014년 4분기 실적발표. 출처= LG화학

정보전자소재부문은 대형 TV 및 모바일용 편광판 개발 강화를 통한 고부가 제품 확대로 LCD소재 분야의 수익성을 강화하고, OLED 재료 조명 등의 신제품 라인업 확대 등을 통한 신사업 육성에도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전지부문은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수익 다각화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모바일(Mobile) 전지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및 중국고객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강화하고, 자동차 전지는 수주 프로젝트의 성공적 사업화 준비 및 시장선도 제품 개발을 통해 2016년부터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친환경차 시장 확대를 노린다. 전력저장전지는 전력망 및 주택용 시장에서의 수주확대로 경쟁 우위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조석제 사장은 “유가하락의 영향으로 석유화학부문에서 매출은 일부 감소할 수 있으나 제품 수급상황을 고려했을 때 제품가격 하락폭이 제한적이어서 수익성은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LG화학은 꼭 필요한 투자에 대해서는 적재적시에 과감히 투자하고, 어떠한 환경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올해 설정한 사업목표를 반드시 달성하는 것은 물론 중장기적인 성장세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현재 LG화학은 석유화학부문에서 여수 NCC 15만톤 증설을 비롯해 SAP, EP(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차별화된 제품 비중을 지속적으로 넓히고 있다. 주력사업인 만큼 다양성을 기치로 내걸어 강력한 시장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정보전자소재부문에서는 LCD용 편광판의 고부가 제품군을 확대하고, 중국 공장 증설과 가동률 상승 등을 통해 수익성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다. 신성장 동력인 전지산업부문은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및 중국 고객 확대 등을 통해 모바일 전지의 수익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정면돌파로 위기를 극복한다

“파도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속도를 높여 정면돌파해야 한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새해 첫 현장경영으로 여수공장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박 부회장은 “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주어진 환경은 누구에게나 똑같기에 환경 탓해서는 진정한 1등은 불가능하다”며, “외부 환경이 어려워도 LG화학만의 방식을 찾아 계속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면돌파를 강조한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박진수 부회장은 “파도가 무섭다고 뱃머리를 돌렸다가는 전복의 위험을 맞게 된다”며, “파도에 흔들리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속도를 높여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이고, 차별화된 경쟁력과 도전정신으로 남보다 먼저 파도를 넘었을 때 위기는 기회로 바뀌게 된다”고 역설했다.

▲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여수공장 방문. 출처=LG화학

LG화학의 이러한 의지는 강력한 인수합병 기조에서도 읽힌다. 지난해 미국 수처리 필터전문업체 ‘나노H20’를 2억달러에 인수한 LG화학은 필요하다면 다수의 인수합병을 통해 강력한 경쟁력 제고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물론, LG화학이 현재 특별한 인수합병 계획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기회만 닿는다면 성장의 발판을 만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LG화학 기술연구원.출처= LG화학

LG화학, 진짜 미래를 준비한다

최근 총수 취임 20주년을 맞은 구본무 회장과 LG화학은 남다른 인연이 있다. 구본무 회장의 트레이드 마크인 인내와 뚝심경영의 상징이 바로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이기 때문이다. 1992년 당시 부회장이던 구본무 회장은 영국 출장 중 2차전지의 가능성에 착안해 당시 럭키금속에 2차전지 연구 특명을 내렸다. 하지만 럭키금속에 이어 LG화학이 2차전지 분야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주변에서는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말을 하기에 이르렀다.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2차전지에 맹목적으로 매달릴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구본무 회장은 포기하지 않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2차전지의 가능성에 주목했고, 그 결과 현재 LG화학은 중대형 2차전지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비록 올해 들어 중대형 2차전지 성장 가능성이 흔들리고, 2차전지 시장 자체가 늦게 열리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으나 LG화학의 도전은 그 자체로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