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던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회장이 예상하지 못한 사면초가에 몰렸다. 알리바바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며 하루만에 14억 달러의 재산이 증발하는가 하면, 중국정부의 노골적인 견제도 심해지고 있다.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만나 국내진출을 타진하며 적극적인 외연확대에 나서고 있는 마윈 회장과 알리바바의 미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현지시각) 알리바바의 주가는 미국 뉴욕 증시에서 8.8%나 하락했다. 예상보다 부진한 매출이 공개되며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파악된다. 알리바바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261억위안(약 4조5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으나 이는 시장 예상치인 276억 위안에 미치지 못했으며, 순이익은 같은 기간 28% 감소한 59억8000만위안 수준으로 밝혀졌다.

알리바바의 종가는 89.81달러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마윈 회장이 보유한 부의 절반이 알리바바 지분의 6.3%에서 나온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의 재산 규모는 지난해 11월 알리바바의 주가가 정점을 찍었을 때보다 무려 41억 달러나 줄어든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견제도 심해지고 있다. 당장 지난 21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리커창 총리가 연설할 때 마윈 회장이 맨 앞자리에 배석했으나, 연설이 끝나고 두 사람이 악수도 하지 않은체 헤어졌다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퍼지며 이러한 분석에 설득력을 더했다. 물론 마윈 회장은 "서로 인사를 나눴다"고 주장했으나 두 사람의 관계가 상당히 서먹서먹했다는 후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중국 국무원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공상총국)은 지난 28일 위조상품 유통 및 뇌물 수수 등 알리바바의 불법행위를 적시한 백서까지 공개하며 압박의 수위를 올리는 분위기다. 물론 이러한 백서는 자국의 기업을 다잡기 위한 중국 정부의 경고차원이나, 여기에는 글로벌 인물로 부각되고 있는 마윈 회장에 대한 경계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중국은 정치적으로 사회주의를 지향하면서도 경제에서는 자유시장에 가까운 강력한 성장동력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를 넘어서는 영향력을 개인이나 재계가 틀어쥐는 것에는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최근 마윈 회장의 글로벌 인지도가 상승하며 외국 고위 관료들이 앞다투어 마윈 회장을 만나고 싶어하고, 중국관련 사업의 협력요청이 마윈회장에 집중되는 현상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핀테크의 영역까지 자유롭게 파고드는 알리바바의 행보에 기존 산업계의 불만이 고조된 점도 견제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다소 주춤거리는 시장에서의 행보와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견제까지.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분명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이는 마윈 회장의 위기일 수 있고, 알리바바의 총체적인 위기일 수 있다는 분석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의 견제는 마윈 회장의 캐릭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의외로 마윈 회장이 적절한 유화 제스춰를 취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