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journalism)의 명확한 뜻을 가리는 것은 어렵다. 두산백과는 저널리즘에 대해 ‘정기적인 출판물을 통하여 시사적인 정보와 의견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활동과 구체적으로는 신문과 잡지에 의한 활동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정의하는 한편, 넓게는 ‘모든 대중전달 활동을 말하는데 이 경우에는 비정기적인 것, 출판물 이외의 비인쇄물에 의한 것, 내용적으로는 단순히 오락·지식 등을 제공·전달하는 경우도 포함한다’고 규정하지만, 사실 그 누구도 저널리즘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내릴 수 없다.

다만 저널리즘이 라틴어의 ‘diurna(나날의 간행물)’라는 단어에서 비롯된 만큼 상술한 좁은 의미에서 넓은 의미로 그 외연의 확장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저널리즘은 17세기 산업혁명을 통해 발생된 신문 및 잡지의 태동을 원류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이러한 흐름이 이데올리기의 바람을 타고 다양한 해석과 분석을 추구하는 현재의 저널리즘으로 수렴되고 있다.

하지만 눈부시게 발전하는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현재의 저널리즘은 또 한 번 변화의 기로에 섰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주체인 기자와 만들어진 콘텐츠를 대중에 전달하는 플랫폼이 포털 사이트 및 개인 미디어의 등장으로 영역의 파괴를 거듭하더니 이제는 전혀 새로운 저널리즘이 탄생하고 있다.

기자가 중심이 아니다. 모든 것이 ‘콘텐츠’

출발부터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슬로건으로 탄생한 오마이뉴스는 거센 인터넷의 바람을 타고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보여준 언론사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사실 오마이뉴스의 실험이 의미있는 이유는 기자와 독자의 간극을 허물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전혀 새로운 미디어의 탄생을 견인했기 때문이다. 물론 오마이뉴스 모델은 과도기로 평가받는다.

다만 전통적인 기자 조직과 시민기자가 동시에 존재하며, 시민기자의 글이 특정한 평가를 받아 발탁되는 시스템은 아직 저널리즘의 경계를 완전히 파괴했다고 보기에 어렵다. 참고로 위키트리는 오마이뉴스보다 더욱 집단지성에 가까우나 여전히 과도기적이며, 인사이트 등을 위시한 매체도 뚜렷한 파격은 발견되지 않는다. 물론 이는 기자와 시민, 독자의 영역파괴적 측면에서만 말한 것이다.

하지만 IT기술의 발전과 SNS의 등장은 기자와 독자의 경계를 거의 완벽하게 허물고 있다. 블로거를 중심으로 태동한 1인 미디어는 카메라와 편집기술, 중계기술까지 탑재하고 종횡무진 사건현장을 누비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거의 완벽하게 저널리즘의 기준을 바꾸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기자가 중심이 아니다. 콘텐츠가 중심에 되는 세상이 왔다는 뜻이다.

 

드론 저널리즘, 센서 저널리즘

이런 상황에서 기술의 발전은 그 동안 독자들이, 기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사건의 실체에 더욱 빠르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드론 저널리즘이다. 소형 비행선을 의미하는 드론은 현재 구글 및 아마존을 위시한 다양한 ICT 기업의 성장동력으로 각광을 받으며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부상하는 한편, 저널리즘 지형도마저 바꾸고 있는 셈이다.

드론 저널리즘이 가장 위력을 발휘하는 곳은 재난현장이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 드론을 날려 정교한 촬영과 민감한 정보의 수집을 시도하는 일이 점점 빈번해지고 있다. 최근 폴란드에서는 시위장면을 촬영한 드론이 새로운 저널리즘의 한 축으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2011년 허리케인 참사가 벌어진 미국에서도 드론 저널리즘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이에 힘입어 미국의 CNN은 미국 연방항공청의 특별승인을 받아 드론으로 취재를 할 수 있는 활로를 열기도 했다. CNN은 2014년부터 조지아 공대와 공동으로 드론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르면 6월부터 보도시설에 드론을 도입하고 드론 저널리즘을 본격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국내도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해 2월 17일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참사 사건 당시 드론을 이용한 현장촬영으로 가능성을 확인한 업계는, 추후 이를 새로운 저널리즘의 디바이스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국내 드론 저널리즘의 선각자로 불리는 오승환 대표가 이끄는 ‘드론프레스’가 드론을 활용한 콘텐츠를 언론사에 제공하는 정식 통신사를 설립한다는 뜻을 밝혀 화제가 된 바 있다.

물론 드론 저널리즘이 안착하려면 과도한 사생활 침해 논란 및 항공법, 기타 규제 법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당장 드론 저널리즘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상당한 분위기다. 이러한 대목은 추후 드론 저널리즘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여겨진다.

사물인터넷의 3대 요소로 꼽히는 ‘센서’는 데이터를 갈망하는 저널리즘이 가장 원했던 기술이다. 온전한 콘텐츠 생산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센서는 그 동안 다양한 규제에 가로막혀 얻어내기 어려웠던 방대한 데이터를 쉽게 구축해 준다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언론사를 중심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사를 작성하려는 시도가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센서 저널리즘은 가장 뛰어난 디바이스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는 2013년 11월 특정 지역의 총소리를 센서기술로 잡아내 이를 지역의 치안과 연계시킨 기사를 작성한 바 있다. 경찰 당국과 협력해 각 지역에 센서를 장착하고 이를 바탕으로 얻어지는 데이터를 ‘인사이트 있는 기사’로 바꾼 대표적인 사례다.

센서 저널리즘은 정확한 데이터를 요구하는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탁월한 효과를 내고 있다. 데이터 기반의 기사 작성이 시대의 요구로 부상한 가운데 해당 데이터를 스스로 얻어내고자 하는 갈망이 센서 저널리즘의 태동을 알리는 셈이다. 심지어 센서를 탑재한 기기의 가격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간단한 센서장비로 기상관측을 하고, 특정 음향을 분석할 수 있는 시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예 AI가 기사를 쓴다

불과 몇 년 전부터 AI(인공지능)가 기사를 쓰는 일도 생겼다. AI가 데이터를 측정해 분석하는 일에서 벗어나 아예 논리정연한 기사까지 쓰는 시대가 온 셈이다. 실제로 29일(현지시각) AP통신의 애플 실적발표 기사는 사람이 아니라 AI가 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P는 기자의 바이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Apple tops Street 1Q forecasts'라는 기사를 송고했는데, 이는 AP통신의 기사작성 가이드라인을 알고리즘 형태로 인지한 AI가 작성한 기사로 밝혀졌다. 기사 하단에 ’로봇이 작성했다‘라는 글귀를 보지 못하면, 사람이 썼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뛰어난 기사다.

▲ 야후에 제공된 AP통신의 애플기사. 출처=야후

어떤 저널리즘이 올까

드론 및 센서 저널리즘, AI가 기사를 쓰는 기술 등은 앞으로 저널리즘의 변화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AP통신이 AI를 통해 기사를 쓰게 한 진짜 목적은 기자들이 생산적인 활동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드론 및 센서 저널리즘도 저널리즘 본연의 임무를 돕기 위한 디바이스의 측면에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부의 디바이스가 중심부의 콘트롤 타워를 위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기자와 독자의 영역이 무너지는 현재, 데이터 중심의 저널리즘이 각광을 받고 있는 현재 취재현장에서 아무렇지 않게 드론을 날려 자료를 확보하거나 센서를 통해 빅데이터를 잡아내는 일은 일상 다반사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다음 질문이다. 그렇다면 이후에는?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국내 언론사들이 곰곰이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