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린이집 폭력사건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몰상식한 수준을 넘어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가혹행위에 온 세상이 경악했다. ‘과연 특정 어린이집만 그런 것일까’ 라며 설마 했던 우리 사회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고, 곳곳의 어린이집에서 행해진 폭력 사건 CCTV 영상이 공개되었다. 우리에게 무엇이 문제 되어 이런 사회를 맞이하게 되었을까.

 

너무도 각박해진 우리의 현실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급속도로 성장해가는 디지털 문명으로 인해 아날로그적 감성이 줄어들고, 자연스레 사람 냄새를 맡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조금 더 편하고, 조금 더 빨라진 세상 속에서 우리는 가끔 사람이 그립고 감성에 목이 마르게 된 것이다. 스티븐 잡스가 펼친 아이폰의 감성 마케팅이 전 세계를 뒤흔든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너무나 편해진 세상에서 조금 더 불편함을 원하게 된 것임을 인정해야만 한다.

 

감성적인 무엇인가를 갈구하는 우리 사회의 욕구는 다방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단순한 제품 디자인, 스토리를 넘어 사소한 서비스까지 아우를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외식업계에서의 사소한 감성 서비스는 고객을 잡는 큰 무기가 되고 있다.

 

프리미엄 오븐구이 전문점 ‘돈치킨’(www.donchicken.co.kr)의 경우가 그렇다. 신도림점의 황학모(남,53세) 점주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고객을 감동시켰다. 고객들에게 받은 은혜는 반드시 돌려줘야 한다는 황 점주의 철칙 때문이었다. 황 점주는 매달 구청 사회복지관에 15마리의 치킨을 무료로 제공하며 기부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복지관을 애용하는 노인 분들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 모두가 황 점주의 봉사를 칭찬하고 나섰다. 지역 사회 전반에 황 점주의 긍정적 이미지가 퍼진 것. 주변에 20여개의 치킨 전문점이 있었음에도 고객들은 돈치킨의 맛에 황 점주의 따뜻한 인품까지 더해진 신도림점을 찾았다. 생각지 못한 홍보효과로 황 점주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이렇게 황 점주의 노력과 봉사로 만들어진 돈치킨 신도림점은 현재 월 평균 4천5백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 중이다. 여름철에는 월 평균 6천만 원까지 매출이 오른다.

 

 

치킨이 맛있는 맥주집 ‘바보스’(www.babos.co.kr) 망원역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영돈(남, 41) 점주도 감성 마케팅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한 점주는 매장에서 늘 추억의 노래를 튼다. 한 때 우리나라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김건모, 조성모, 임창정 등의 노래를 고객에게 들려준다. 비교적 다양한 연령층에게 공감대를 살 수 있는 90년대 노래로 고객을 향수에 젖게 하려는 것이 한 점주의 바람이다. 바람대로 고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향수에 젖은 고객들은 점주와 옛 이야기를 나누고, 자연스레 친분을 쌓게 된다. 이러한 고객들은 높은 재방문률을 보이고 있고, 별도의 신청곡을 준비할 정도로 친밀도가 높아진다고 점주는 귀띔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동네 주민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어 시장을 가더라도 주변 아주머니들에게 음료 한 병씩 드리며 그들과 교감을 한다. 이런 점주의 서비스에 따가운 눈총을 보낼 사람이 있을까. 실제로 바보스 망원역점의 주 고객층은 아주머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동네 시장에서 쌓은 좋은 이미지 덕에 시장 관련 회의가 있을 시 바보스에서 진행하기까지 한다. 밖에서 이뤄지는 사소한 감동 서비스가 매장 안에서 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의 이경희 소장은 “여기저기 치이며 지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외식업계의 감성적인 서비스는 상상 이상의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하며 “비단 매출을 올리기 위한 서비스가 아닌, 이 사회가 바른 길로 갈 수 있는 소중한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앞서 살펴본 사례들이 비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성공 반열에 올랐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 이 외에도 많은 요인들이 결합되어 나타낸 결과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하지만 매몰찬 사회 속에서 사소하지만 따뜻한 서비스 하나가 고객의 마음을 끌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람 냄새 나는 서비스를 펼치는 매장이 모두 성공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성공하는 매장은 모두 사람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