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쏟아지는 인스턴트 음식에 싫증을 느낀 사람들은 엄마가 소박하게 만들어주는 따뜻한 한 끼 식사가 사무치게 그립다고 한다. 이에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이지만 집에서 먹는 것과 같은 ‘건강한 집밥’을 선호하는 추세에 맞춰 한식 열풍이 거세다.”

오전 9시 40분이 되자 첫 손님이 대기좌석에 앉는다. 이후 사람들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하더니 매장 오픈 시간인 10시 30분, 줄을 선 사람들은 거의 50여 명으로 급격하게 숫자가 늘었다. 이들이 비슷한 시간, 같은 곳에 모인 공통적인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닌 ‘집 밖’에서 ‘집밥’을 먹기 위해서다.

CJ푸드빌에서 운영하는 한식뷔페 ‘계절밥상’ 용산 아이파크몰점의 풍경이다. 이곳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계절밥상은 2013년 7월 성남시 판교에 1호점을 개업한 이후, 현재 7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 외각에 있었던 계절밥상은 브랜드 론칭 1년 만에 서울 용산에 상륙, 초기에는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려 오픈과 동시에 만석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용산 아이파크몰점의 경우 평일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오픈 전부터 줄을 선다”며 “이후 서울 도심에도 매장 수가 늘어나면서 그나마 덜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집 밖에서 먹는 집밥 형태’의 한식뷔페가 호황인 이유는 무엇일까.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가족들의 외식 장소로 각광받던 패밀리레스토랑이 몇 년 사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외식 문화가 요구됐다. 적절한 시기에 건강과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20~40대 여성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한식뷔페 열풍이 불었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콘셉트의 외식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면서 ‘미래의 외식 먹거리’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특히, 계절밥상의 경우 젊은이들에게는 희귀토종 식재료를 건강하게 먹을 수 있어 신선함을 주고, 중장년층에게는 그동안 먹어왔던 웰빙 음식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해줘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대표 외식 아이템으로 자리 잡게 됐다. 아울러 기존 3만~4만원대의 메뉴로 구성된 외식 브랜드와 달리, 1만~2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 또한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이처럼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웰빙 사회의 트렌드와 합리적인 가격까지 갖춘 ‘한식 뷔페’의 전성시대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집 밖’에서 먹는 ‘집밥’ 통했다

지난달 28일, 계절밥상 용산 아이파크몰점에서는 오픈 전부터 대기 좌석에 앉아있던 약 50여 명의 인파가 10시 30분이 되자, 매장 입구에 줄을 서면서 입장하기 시작했다. 이른 시간 다른 먹거리 매장의 경우 1~2개의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계절밥상은 오픈 1시간 만에 거의 모든 테이블이 차 있었다. 주로 20~40대 여성이 많았지만, 남녀노소할 것 없이 다양한 연령대가 자리한 모습이었다.

이날 매장 오픈 전부터 줄을 서 기다렸다는 주부 김진경(38세) 씨는 “지난 주말에 점심을 먹으러 왔는데, 3시간을 넘게 기다려 결국 저녁을 먹게 된 적이 있다”며 “1만원대 초반의 합리적인 가격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토종 식재료로 만든 메뉴를 먹을 수 있다는 게 가장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계절밥상에서는 70~100여종의 한식을 선보이고 있으며, 평균 10개 이상의 메뉴는 그 계절에 가장 좋은 맛을 내는 제철 먹거리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토종 식재료를 발굴해서 메뉴화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계절밥상 관계자는 “지금은 시래기 솥밥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처럼 가마솥밥 중에서 꼭 한 가지 이상은 제철메뉴를 활용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며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던 박과의 식물 ‘동아’와 ‘하얀 민들레’, ‘앉은뱅이 밀’ 등 희귀 토종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도 있어 고객들의 호응이 높다”고 설명했다.

계절밥상은 수시로 바뀌는 제철메뉴 외에도 충남 서산, 경기도 여주 등지에서 자란 신선한 쌈채소, 때깔 고운 국내산 토마토로 만든 토마토 샐러드, 경기도 이천의 느타리버섯을 올린 비빔밥 등 푸짐한 시골 한상 같은 메뉴는 물론, 뻥 아이스크림과 씨앗 호떡 등 추억의 간식까지 전통과 퓨전이 공존하는 한식을 맛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 농가와의 다양한 연결고리를 통해 진행하는 농가 상생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계절밥상은 매장 입구에 농·특산물을 직거래할 수 있는 ‘계절장터’를 마련해 한국벤처농업대학 출신 농민들이 가꾼 식재료를 직접 홍보하고 고객과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농가 상생을 위해 계절밥상이 별도의 중간 마진 없이 운영 중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꼼꼼히 살펴봐야 할 부분이 있다. 계절장터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 중에서 ‘블루베리퓨레’가 눈에 띄어 살펴보니, 캐나다에서 수입한 블루베리로 만든 것이었다. 보통 직접 농부들이 재배한 식재료를 판매한다는 ‘계절장터’의 콘셉트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속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겠다.

패밀리레스토랑 시대 가고, 한식뷔페 시대 왔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식 열풍이 짧은 시간 내에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처음 한식뷔페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선발주자는 2013년 1월 중견업체 푸른마을이 운영하는 ‘풀잎채’다. 그해 7월에는 대기업 CJ푸드빌에서 ‘계절밥상’을 열면서 본격적으로 한식뷔페 열풍이 불었고, 이후 놀부NBG의 ‘N테이블’, 이랜드의 ‘자연별곡’, 신세계푸드의 ‘올반’까지 가세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롯데리아가 ‘별미가’라는 브랜드로 한식 열풍에 동참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대기업 한식뷔페 점포수가 200여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라며 “중·소형브랜드까지 합세하면 300여개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해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외식 소비 형태를 서비스 형태별로 살펴볼 경우 주 방문 음식점은 ‘한식’ 전문점이 71.2%로 가장 높았으며,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이는 ‘어머니가 해주신 집밥’과 같은 콘셉트로 한식의 새로운 매력과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브랜드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업계는 이와 같은 트렌드가 향후 몇 년 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한식 열풍이 불황기 외식산업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결국 패밀리레스토랑이 전성기를 누리다 많은 업체가 철수했듯이, 잘 된다는 한식 사업에 무분별하게 진출해 오히려 시장을 흩트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력 있고 체계적인 시스템이 뒷받침하는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