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승환 드론프레스 대표가 드론을 통해 촬영한 사진. 출처=드론프레스

우리는 드론(Drone, 무인기) 시대를 체감하고 있는가? 올해가 드론 원년이 될 거라지만 아직 국내 분위기는 덜 고조된 듯하다. 드론 기술력이 세계 7위 수준인데 주변에 보이는 드론은 거의 없다. 드론을 제작하는 것은 물론, 활용하는 일도 더디기만 하다. 드론의 어원은 ‘벌이 윙윙거린다’는 뜻의 영단어에서 나왔다. 그래서일까, 국내 드론산업도 주변에서 윙윙거릴 뿐 핵심 영역으로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

국내의 드론산업은 어디까지 왔을까? 걸음마는 시작한 걸까.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오는 2019년까지 드론산업에 25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전문기업 100개, 새로운 일자리 5000개를 창출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주변에서 윙윙거림이 계속된다는 것은 어쩌면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고 있다는 조짐이다. 정부의 청사진이 현실성을 얻는다면 ‘드론 코리아’는 그리 멀지 않은 이야기다. 현재 드론은 어디에 쓰이고 있으며 어느 분야까지 침투할 전망인가? ‘드론코리아’를 위한 밑그림이 여기에 있다.

 

드론, 어디까지 날려봤니?

삐라 드론 국내 탈북자단체와 미국인권재단(HRF)은 대북전단지 살포에 드론을 이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강한 바람 때문에 전단지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간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달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 경기도 파주시에서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10만장의 전단지를 풍선에 달아 날려 보냈다. 하지만 탈북자단체 관계자들은 강한 바람 탓에 북한에 도달하는 전단지가 절반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드론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

산림보호 드론 부산 해운대구도 드론을 도입했다. 산림자원 보존과 여름철 해수욕장 안전관리를 위해서다. 해운대구 직원은 드론을 조종해 영상을 촬영한다. 이 자료는 해운대구 CCTV 관제센터로 실시간 전송된다. 이들이 드론을 도입한 이유는 간단하다. 드론이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곳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양경찰 드론 소형 드론 리모아이006은 아프가니스탄 파병부대에서 활약했다. 해병대에서 해양 감시용으로 활용해 이름을 알렸고, 경기도 평택시의 해양경찰서는 이 드론을 실전에 배치했다. 밀입국과 밀수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경기도 남부권 해역을 감시하기 위해서다. 이 드론은 2km 높이에 올라가 최고 시속 75km로 2시간 동안 바다를 감시할 수 있다. 특히, 열 영상 감시 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야간에도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가스 감시 드론 지난해 3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가스누출 폭발로 건물 붕괴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드론이 현장에 등장해 사고 상황을 전파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드론을 도입하기 위해 시범운항에 나섰다. 가스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상황파악을 할 수 있도록 드론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가스안전공사는 앞으로 사고지역이 광범위하거나 높은 곳에 있어도 신속한 상황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사고현장 출입이 불가능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범운항은 지난해부터 시행됐으며 올해부터는 전국 거점지역별로 장비운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농업 드론 드론은 농가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드론을 농약살포, 작물파종, 질병방제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농업협동조합은 119개 조합에서 136대의 드론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중 17대를 추가로 구입할 예정이다. 이들은 드론이 생산력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드론으로 정밀농업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결혼식 촬영 드론 이동통신사 LG유플러스도 드론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이들은 강원도에서 열린 한 결혼식에서 드론 2대를 투입해 결혼식 장면을 생중계했다. 이 드론은 LTE망을 통해 조종되는 기체로, 2.6GHz 광대역을 지원하는 영상 전송보드가 들어 있다. 촬영한 영상과 사진은 50~150Mbps 속도로 스마트 기기에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일반 LTE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거리 제약도 없다. LG유플러스는 차후 드론 영상 솔루션을 자체 개발할 계획이다.

중계 드론 경마장에도 드론이 나타났다. 한국마사회가 현장감 넘치는 경마 중계를 위해 도입한 것이다. 지난해 퀸즈투어 시리즈 두 번째 대회에 이 장비를 활용했다. 경마 중계에 드론이 활용된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저널리즘 드론 지난해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이 무너져 11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한 매체에서는 사건 현장을 드론으로 촬영했다. 사고 현장 바로 위에서 아래를 보고 찍은 생생한 사진이었다. 사진기자 출신 오승환 드론프레스 대표의 사진이다.

“드론을 통해 항공촬영을 하면 헬기보다 낮은 고도에서 찍을 수 있으며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든다.” 오승환 대표의 설명이다. 경성대 사진학과 교수이기도 한 그는 현재 언론사에 드론으로 제작한 항공촬영콘텐츠를 제공하는 미디어 통신사 설립을 타진하고 있다. 아울러 그는 ‘드론 저널리즘’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드론을 통한 촬영 기법을 전파하고 있다.

 

드론, 우리도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제법 빨리 드론을 개발했다. 지난 1970년대 말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는 영국과 협력해 국내 최초의 드론인 ‘솔개’를 개발했다. 솔개는 1981년 초도비행에 성공했으나 실용화되진 못했다. 그다음 해에 국방과학연구소의 인력 감축에 따라 연구진이 뿔뿔이 흩어진 탓이다.

이후 걸프전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동개발한 드론 ‘파이오니어’의 활약을 계기로 1991년 정찰드론인 ‘송골매’가 개발됐다. 15년간의 암흑기를 깨고 차세대 드론이 개발된 것이다. 송골매는 2000년대 초반 실전에 배치돼 현재까지 활약 중이다.

국내 드론 시장은 크게 대한항공(KAL)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양분하고 있다. 두 회사가 제작한 드론은 대부분 정찰이나 군사 위주로 활용되고 있다. KAI는 1999년부터 송골매를 제작해 군에 최초로 납품했으며, 현재 자폭형 드론 ‘데블킬러’를 개발 중이다. KAL은 2004년 공군의 근접 감시용 드론 개발 사업을 시작으로 최근 민간용 무인 ‘틸트로터’ 개발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 주목받고 있는 드론은 엔터테인먼트, 항공촬영, 시설물 관리 등에 쓰일 수 있는 소형 드론이다. 이 분야는 국내에서 미개척지로 남아있다. 그나마 몇몇 신생업체들만 관련 시장에 진출해 있는 형편이다. 이중 대표적인 업체가 ‘드론파이터’를 출시한 ‘바이로봇’이다. 바이로봇은 5년 이상의 비행로봇 관련 연구경력을 보유한 개발자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이들은 국내 기술로는 처음으로 ‘쿼드콥터’를 상용화했으며 출원된 특허와 각종 기술만 수십건에 달한다. 이들은 지난 CES 2015에도 참여해 해외 바이어들을 만났다. 홍세화 바이로봇 전략이사는 “첫날부터 많은 바이어들이 방문했고, 특히 드론파이터만의 특징인 배틀게임에 열광했다. 배틀게임이 되는 비행로봇으로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며 “전시회 전날 저녁 라스베이거스 명소에서 드론파이터를 활용해 직접 찍은 영상으로 더 많은 바이어들의 관심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소형 드론에 대한 연구는 캠퍼스에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심현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지난해 4월 카이스트에서 무인자동차와 드론만을 활용해 딸기를 배달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그는 “국내에서 드론을 활용한 무인배달 시스템을 민간에 공개한 것은 이 당시가 처음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