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책실장
■ 한양대 산업대학원 산업공학 석사, 러시아중앙자동차과학연구소 음향학 박사를 거쳐 오랫동안 과학 분야 공직 생활을 한 김영식 실장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국립중앙과학관 관장을 지냈다. 2010년 3월부터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책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지난해 연말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2010년 10대 히트상품 중 하나로 ‘스마트폰’을 발표했다. 휴대폰 신규 판매 물량의 40%가 스마트폰일 정도로 빠르게 확산됐다. 소셜 미디어, 태블릿PC 등 10대 히트상품 속에 속해 있는 다른 상품들도 어느 정도 스마트 폰과 연관되어 있는 상품들이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올 연말에는 약 2000만 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 폰의 핵심은 모든 것을 하나의 기기에서 사용 가능하도록 만든 ‘융합’에 있다. 올해도 융합에 초점을 맞춘 여러 IT 관련 기기들이 대량으로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반면 MP3나 전자사전 등 융합의 정도가 떨어지는 ‘스마트’하지 않은 제품들은 살아가기 힘든 처지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의 바탕이 되는 ‘융합’은 최근 대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중앙대 융합공학부, 성신여대 융합문화예술대학, 상명대 융복합특성화대학 등이다. 이들 대학은 학문 간 융합의 중요성을 미리 알고 관련 학부를 신설해 올해부터 신입생들을 지도한다. 대학이 미래를 주도할 인재 양성의 흐름을 먼저 읽고 앞서나가려는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융합의 결과는 특히 이질적인 분야일수록 놀랍다. 건축가 믹 피어스가 생물학과 건축학을 융합시켜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에 만든 쇼핑센터는 흰개미들이 탑 짓는 방법을 건축학에 접목시켜 냉방시설 없이 자연통풍만으로도 최적의 온도가 유지되는 쇼핑센터를 건축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도 융합을 지향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은 2002년부터 ‘NBIC(나노 Nano,바이오Bio, 정보 Info, 인지 Cogno)’융합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으며, EU는 ‘NBIC’에 환경과학, 사회과학, 인문학까지 포함시켜 추진하고, 일본 역시 2006년부터 융합기술 분야를 과학기술기본계획에 포함시켜 투자를 확대해오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08년에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교육과 과학기술행정을 융합시켜 시너지를 추구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NBIC 융합기술지도를 수립했다. 올해는 첨단 융합기술개발사업을 작년보다 약 21% 확대(약 170억 원)하여 신기술 융합형 성장동력 원천기술 개발, 미래유망 융합기술 파이오니어, 뇌과학 원천기술 개발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특히 올해는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쉽고 재미있는 과학교육인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 Mathematics)교육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또한 우수 이공계 인재를 학부에서 국가과학자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직접 지원·관리하는 GPS 시스템(Global Ph.D Schol arship)을 시행한다. 우수 과학기술 인재의 경력단계별 추적 관리를 통해 단절 없이 학업·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장학금·연구비를 지원하여 학업에 집중하는 환경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21세기는 창의와 열정을 지닌 인재가 이끌어나가고 있다. 창의성을 높여나가기 위해서는 상상력과 관찰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상상력은 융합에서 싹트고 관찰력은 몰입으로 이어진다. 한 집안의 가문으로 따진다면 창조의 어머니는 몰입이고, 몰입의 어머니는 관찰이다. 여기에 창조의 아버지인 융합이 결합되어 창조는 한마디로 융씨 가문의 자식들에서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융합은 세계적인 트렌드다. 대한민국도 새로이 밀려오는 스마트시대에 융합강국으로 부상하도록 시야를 넓히고 여러 분야를 눈여겨보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