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미트 구글 CEO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 경제 포럼에서 인터넷의 미래에 대해 묻는 질문에 "간단하게 말해, 인터넷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이를 다루며 그의 발언을 충격적인 사건으로 보도하고 있다. 인터넷이 사라진다고?

20세기 말미와 21세기는 인터넷의 시대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우리는 삶의 많은 부분을 인터넷에 의존하고 있으며 연결로 대표되는 시공간의 파괴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구글의 CEO가 인터넷이 사라진다고 말하다니.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에릭 슈미트 CEO은 정말 당연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특별할 것도 없다. 혁명적인 내용도 아니다. 우리는 이미 인터넷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에 살고있기 때문이다. 그저 우리가 알고있는 '인터넷이라는 존재가 사라진다'는 말에만 집중하니 그의 발언을 충격으로 느끼는 것이다. 달을 보지 못하고 손가락을 본다는 모 소셜커머스 업체의 역사적인 인용문구가 오버랩된다. 단언하건데, 그의 발언을 충격으로 여기는 사람은 둘 중 하나다. 시대의 대세인 사물인터넷의 흐름을 전혀 모르거나, 안다면 그저 자극적인 발언을 짚어내어 대서특필하기 좋아하는 사람. 개인적으로 후자가 아니길 바란다.

에릭 슈미트 CEO, 사물인터넷을 말하다
세계 경제 포럼에서 에릭 슈미트 CEO의 발언 중 '현재의 인터넷은 일상적인 물체가 됐으며, 또 서비스의 일부가 되면서 마치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라는 대목을 보자. 싱겁지만 그가 왜 인터넷이 사라진다고 말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 에릭 슈미트 구글 CEO. 박재성 기자

그가 보기에 앞으로 인터넷은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의 삶에 체화되어 그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수준'에 이른다. 즉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봐야 그 사람의 존재를 느낀다고 하지 않는가. 이는 역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우리는 그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다는 뜻이다. 에릭 슈미트 CEO가 말하는 인터넷의 개념도 비슷한 뜻이다. 너무 익숙한 나머지 주변에 있어도 티가 나지 않는 존재, 그것이 에릭 슈미트 CEO가 말하는 미래의 인터넷이다. 사라지는게 아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보자. 그는 '수많은 IP 주소와 기기 및 센서가 상호작용을 하지만 당신은 감지조차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인터넷 접속은 당신 존재의 일부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서두에서 밝힌 인터넷의 미래를 더욱 강렬히 자각하게 만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IP 주소와 센서, 상호작용이다. 여기서 눈치를 채야한다.

사물인터넷 이야기를 하자면, 사물인터넷은 말 그대로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된다는 뜻이지만 그 구성요소는 다소 복잡하다. 우선 사물로 표현된 디바이스가 있다. 여기서 디바이스로 표현했지만 사실 무생물의 디바이스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은 물론 사물과 사람을 총 망라하는 디바이스를 사물로 여겨야 한다. 그런 의미로 사물인터넷이 아니라 만물인터넷(Internet of Everything)이라는 표현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이는 차치하고, 사물인터넷에서 사물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하고 이제 인터넷에 집중해보자.

사물인터넷의 인터넷은 말 그대로 연결을 의미한다. 디바이스, 즉 사물을 연결하는 연결 플랫폼으로 이해하면 된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사활을 건 5G부터 KT의 기가인터넷까지 다양한 이름이 있으며, 이를 인터넷의 일환으로 해석하면 된다.

하지만 사물인터넷은 사물과 인터넷의 조합으로만 구현가능한 것이 아니다. 가끔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물이 단지 초연결로 이어져 있는 것이 사물인터넷의 정의는 아니다. 오지에 다리를 건설했으나 사람과 물자가 오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오지에 다리를 건설해 그 지역을 개발하려고 한다면, 물자와 사람이 오가는 동기를 유발시켜야 한다. 이러한 개념을 사물인터넷에서는 센서로 부른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이 CES 2015에서 사물인터넷의 비전을 말하며 "대박날 것"이라고 말했던, 국내 기술력이 외국에 비해 형편없이 낮다고 말했던 바로 그 센서다. 사실 이것도 당연한 말이다. 사물인터넷이 구축되면 이를 오가는 콘텐츠가 필요하고, 그 이동은 센서를 통해 단행된다. 명심해야 한다. '인지'해야 움직인다.

에릭 슈미트 CEO의 발언으로 돌아와 보자. IP주소와 센서, 상호작용은 결국 사물과 센서, 인터넷을 의미한다. 그런데 상호작용이 왜 인터넷일까? 에릭 슈미트 CEO는 미래의 인터넷이 말 그대로 인터넷이 아니라, 인터랙티브(Inter+Active의 합성어로) 넷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상호활동적 쌍방향 활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행위를 뜻한다.

사물인터넷의 인터넷이 일차적인 연결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제 인터넷이 강력한 자가 생명력을 가지고 사물인터넷 시대에 부합한다는 것을 예견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에릭 슈미트 CEO가 인터넷 연결을 두고 '사람이 방에 들어가면 방에 있는 물건들이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고 승인을 받아 작동하는 동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한 대목.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그냥 사물인터넷이다. 디바이스와 가시적인 망을 느끼지 못하는 초연결 인터랙티브 플랫폼이다.

당연한 말을 한 것이다
사물인터넷은 이제 시대의 대세다. 그리고 "인터넷이 사라진다"는 말은 CPND, 즉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를 모두 포함해 사물인터넷의 큰 그림을 그리려는 구글의 에릭 슈미트 CEO가 당연히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물론 강렬한 통찰력임은 분명하다. 그의 말은 선언적 의미로 여겨지며 사물인터넷 시대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이미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