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비자 단체인 컨슈머 워치독(Consumer Watchdog)은 22일(현지시각)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미국 의회 로비를 주도한 곳이 구글이라고 발표했다. 그 동안 의회 로비를 주도하던 통신사들을 따돌리고 구글은 로비에만 1683만 달러를 지출했다. 1680만 달러를 기록한 컴캐스트가 2위를 차지했으며 IT기업 중에서는 934만 달러를 쓴 페이스북, 474만 달러를 쓴 애플이 눈에 들어온다.

구글이 주요 통신사들을 누르고 지난해 가장 많은 로비를 펼쳤다는 것은 심상치 않은 소식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구글의 무서운 야심이 숨어있다.

▲ 출처=미 의회DB

구글은 왜 로비를 했나

미국의 로비문화는 국내와 달리 개방적이며, 공공연하며, 심지어 떳떳하게 이뤄진다. 다양한 이익단체가 공개적으로 로비를 벌이며 사회적인 분위기도 이를 어느정도 용인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의 로비가 시선을 잡아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구글의 로비가 크게 늘어난 이유에는 통신사업 진출에 대한 구글의 비원이 있다고 해석한다.

실제로 최근 구글은 통신사업 진출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구글의 로비규모가 알려지기 하루 전날인 21일(현지시각), 미국언론 더 인포메이션은 구글이 고객들에게 직접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미국 통신사인 스프린트 및 T모바일과 협력해 무선 통화 및 데이터 회선 이용계약을 맺고,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의 지위를 점할 것으로 본다. 고객에게 통신망부터 서비스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프로젝트 노바(Nova)의 일환이다. 현재 구글은 '구글 파이버(Google Fiber)'를 통해 미국 캔사스 주를 비롯한 다양한 지역에서 초고속 광 인터넷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MVNO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할 것이 확실시 된다.

정리하자면, 구글은 통신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를 위해 기존 로비의 대명사인 통신사를 누르고 미국 의회 로비액 1위를 기록한 셈이다.

 

플랫폼을 가진 구글, 모두를 원한다

통상적으로 IT업계에서는 CPND, 즉 콘텐츠와 플랫폼, 네트워크와 디바이스를 핵심영역의 기준으로 삼는다. 콘텐츠는 말 그대로 내용을 생산하는 사업자며 플랫폼은 이러한 콘텐츠를 담아내는 일종의 그릇이다. 네트워크는 콘텐츠와 플랫폼이 구동되도록 연결하는 신경망이며 디바이스는 제조 인프라로 인식된다.

지금까지 글로벌 IT기업들은 CPND의 틀 안에서 성장해 왔다. 콘텐츠는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성장했으며 플랫폼은 안드로이드의 구글, iOS의 애플이 대표적이다. 네트워크는 각 나라의 통신사들, 우리로 치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해당되며 디바이스는 제조 인프라를 보유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의미한다. 이러한 4가지 영역에서 모바일 및 IT기업은 각자의 경쟁력을 키워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두드러진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CPND의 프레임이 초연결 시대, 즉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아 각자의 영역이 흐려지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타이젠OS를 개발하거나 구글이 아라폰 및 모토로라 인수 등으로 끊임없이 제조의 영역을 노리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통신사는 스마트홈 서비스에 나서고 콘텐츠 사업자들이 플랫폼 구축에 나서기도 한다. 수직계열화를 넘어서 CPND 자체가 무너지고, 혼재되는 상황이다.

여기서 구글에 집중해야 한다. 구글은 전형적인 플랫폼 사업자다. 즉 CPND에서 P(플랫폼)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모토로라 인수 및 아라폰의 등장으로 D(디바이스)의 영역에도 손을 뻗었다. C(콘텐츠)는 약간 애매하지만, 구글은 플랫폼 사업자임과 동시에 콘텐츠를 보유한 회사로 봐야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콘텐츠와 플랫폼의 연결에 가장 관심이 많았다는 뜻이다. 결국 구글은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에서 CPD를 가져갔다.

여기만 해도 초유의 사태지만 이제 구글이 N, 네트워크의 영역까지 외연적 확대를 시도했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미국 의회에 천문학적인 금액의 로비를 펼치는 한편 무선 통화 및 데이터 회선 이용계약을 맺고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에 진출하는 것은 사실상 구글의 ‘네트워크 점유 의지’로 봐야 한다.

실제로 구글은 네트워크에 야심이 크다. 고고도 플랫폼(high-altitude platform)이라는 놀라운 소형 비행선 프로젝트로 기지국을 건설하는 한편 구글 파이버(Google Fiber),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 확대 등을 통해 구글은 네트워크 장악에 전사적으로 나서고 있다.

▲ 출처=구글

구글이 주파수 분배 등의 복잡한 문제에 직면하는 한편, 국가기간 인프라의 성격이 강해 시장에 진입하기도 어려운 네트워크 사업에 ‘출혈’을 무릅쓰고 진출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하겠지만 망 중립성 이슈가 숨어있다. 네트워크를 이용하며 통신사들과 기싸움에 돌입하는 일은 서비스의 안정성 측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네트워크를 가져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원만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서 현안을 확장하면 CPND의 통일을 통해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종합 생태계를 구축, 이를 바탕으로 사실상 모든 IT기술을 삼키겠다는 뜻도 엿보인다. 전 세계인의 개발자화를 꿈꾸는 구글의 열망이 CPND의 완전 장악으로 굳어지면 어떻게 될까? 지구 종말의 날, 최후의 기업은 구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