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성장’서 ‘물가안정’으로 선회…압축형 펀드·주식 연계상품 노려볼 만

재작년 금융 위기 이후 한국경제호에는 한동안 ‘유령’이 떠돌아다녔다.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 미국의 더블 딥 위기 등은 정책당국자들을 가위눌리게 하던 불안 요소들이다. 이번 금리 인상은 한국경제호의 발목을 잡던 이 변수들이 더 이상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는 점을 가늠하게 하는 신호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금리 인상’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


'유명 패션쇼에 등장하는 여성 모델들의 치마 길이가 짧아지는 것은 경기 호전의 신호다.’ 매년 가을 열리는 뉴욕 하계 패션쇼에는 패션가는 물론, 이 분야의 문외한격인 경제 전문가들의 눈길이 쏠린다. 패션 전문가들은 무대에 오르는 모델들의 의상에서 다음해 유행할 색상이나, 스타일을 눈여겨보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치마 길이를 본다.

지난해 뉴욕 패션쇼에 등장한 모델들의 치마 길이는 전년에 비해 짧아져 화제를 모았다. 이런 속설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한국은행이 새해 벽두부터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2.5%에서 0.25% 높인 2.75%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번 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 억제의 성격이 강하다.

한은이 새해부터 금리를 전격 인상한 것은 물가 상승 압력이 빠른 속도로 커지는데 따른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거리는 등 물가 인상 압박이 커지면서,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

정부가 지하철. 버스, 전기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을 억제하는 등 전방위적인 공세를 펼치자,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으로 화답한 것.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 주체들에 무차별적인 영향을 주는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에는 악재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상은 투자자들에게 ‘증시 입성’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진단이다.

김중수호가 더블딥, 유로존의 재정 위기 등 불안 요인을 심중에서 씻어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경제 주체들이 독전의 북소리를 울려대는 1월, 금리 인상 카드는 자칫하다 소비, 투자 의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 이번 금리 인상을 신호탄으로 정부 정책의 기조가 바뀔 것이라는 분석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성장’에서 ‘물가 안정’으로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 기조가 이동하고 있다는 것.

재작년 금융 위기 이후 한국경제호에는 한동안 ‘유령’이 떠돌아다녔다.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 미국의 더블 딥 위기 등은 정책당국자들을 가위눌리게 하던 불안 요소들이다. 이번 금리 인상은 한국경제호의 발목을 잡던 이 변수들과의 결별 선언이다.

자동차·IT 등 대형주 여전히 매력

이번 금리 인상으로 금융주가 일제히 치솟는 등 업종별 표정도 교차하고 있다. 지난해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역주행을 하던 시중 금리가 이번 조치를 신호탄으로 추세적으로 상승하며, 은행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한 것. 한국은행이 올해 2~3차례 기준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주식 관련 상품들은 금리 상승에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자동차, IT를 비롯한 대형주들이 추천 종목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증시를 풍미한 자문형 랩 상품도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하지만 5~10여개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사모 형태가 주류를 이루면서, 일반 투자자들은 이 상품에서 소외되어 온 것도 사실. 자문형 랩과 일반 펀드의 중간 형태인 ‘압축형 펀드’도 추천 목록에 올랐다.

사모 형태로 모집하는 자문형 랩 상품의 운용 원리를 공모펀드에 적용한 상품이 바로 이들 펀드 상품이다. 압축형 펀드는 상품 이름에 ‘포커스’나, ‘코어 셀렉션’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

이관석 신한은행 재테크 팀장은 “작년 말부터 자문형 랩과 일반 펀드의 중간 형태인 압축형 펀드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올 2분기나 3분기부터 일반 성장형 펀드가 이러한 상승 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설계한 파생 금융 상품들도 투자를 고려할 볼만하다는 분석이다. ‘ELD(주가지수 연동상품)’, ‘ELS(주가지수 연계증권)’ 등이 관심을 끈다. 유로존 재정 위기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는데다, 환율 전쟁 방지를 위한 국제 공조의 틈이 점차 커지는 등 글로벌 시장의 불안 요인이 여전히 내연하고 있는데 따른 것. 투자 시기도 관심 대상.

국내 코스피가 작년 말부터 쉴 새 없이 달려온 만큼 , 올해 1분기는 시장을 관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관석 팀장은 국내 증시가 상반기 한차례 조정을 겪을 가능성이 있지만, 작년에 비해 안정적인 흐름을 탈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코스피 지수 2400선까지는 무난히 상승할 수 있다는 증권사들의 분석에 동의했다.

은행권의 예금 금리 상품도 투자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대, 은행권 금리가 4%선이다. 기준 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시중 금리가 같은 폭으로 상승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인플레로 손실을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유로존의 재정 위기 재발 가능성을 비롯한 돌발 변수에 좌불안석인 투자자들은 현금 보유를 늘리는 것도 한 방편이다.

금 적립식 투자는 위험을 분산하면서도, 시장이 출렁거릴 때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재테크 수단이다. 물가가 오를 때는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을 하는 점도 매력적.

이자 부담 큰 무리한 집 장만 피해야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은 작년 3분기부터 꾸준한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금리 인상은 부동산 투자자들에게는 악재다. 대출 이자가 상승하면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잠재적인 주택 투자 기반을 위축시킬 수 있는 점도 부담거리. 주택 실수요자라면 구입 시기를 늦출 필요는 없겠지만, 무리한 집 장만은 피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박영환 기자 yunghp@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