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빈 건물 유리창이 하나 깨졌다. 밤늦게 누군가가 몰래 돌을 던졌다. 아무도 유리창을 갈지 않았다. 며칠 후 그 건물 전체의 유리창이 깨졌다. 수개월 후 인근의 빈집과 건물들의 유리창이 파손되고 그 지역의 모든 벽들은 페인트 낙서로 덮이기 시작했다. 파손행위는 대낮에도 저질러졌지만 시 당국은 으레 그러려니 하고 방치했다.

2002년 1월16일 미 우주왕복선 콜롬비아호가 이륙했다. 1981년이래 28번째 우주발사였다. 이륙직후 외부 연료탱크에서 떨어져나간 발포단열재 조각이 왕복선의 왼쪽 날개에 부딪혔다. 이미 오래 전에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단순한 현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사고여서 미항공우주국(NASA)의 관제본부는 그냥 넘어갔다.

1994년 인텔은 매출액 100억 달러를 넘기며 세계 최대의 컴퓨터칩 제작사로 부상했다. 주가는 연일 상승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텔이 만든 인터넷포럼 게시판에 `펜티엄 FPU에 오류있음'이라는 한 줄의 글이 올라왔다. 인텔 개발자들은 즉각 "90억 번만에 한번씩 나눗셈에서의 근사값이 잘못 나타나는 것으로 사용자가 2만7000년 만에 한번 마주칠까 말까할 정도의 칩 설계 오류"라고 일축했다.

모두가 경미한 사건과 사고, 그리고 사소한 오류였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부터 세계 최대도시 뉴욕은 급속도로 슬럼화되어 갔다. 10년이 지나자 뉴욕은 돌이키기 힘들 정도가 됐다. 다국적 기업들과 투자자들, 중산층이 떠나 도시의 경제적 기반 마저 크게 위축됐다. 콜롬비아호는 2002년 2월1일 착륙과정에서 갑자기 폭발해 승무원 전원이 사망했다. 발포단열재 조각이 부딪힌 부위의 과열이 주원인이었다. 인텔은 문제의 칩 교환을 위해 무려 4억7500만달러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대형사고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출발한다. 눈에 쉽게 띄는 거창하거나 명확한 잘못이라면 조기에 발견할 수 있으련만 대부분의 사고는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대형사고로 이어질 지 모를 경미한 사안들을 초기에 잡아낼 수 있는가.

1994년 뉴욕시장에 취임한 줄리아니는 사회학자 제임스 윌슨, 조지 켈링의 '깨진 유리창이론'에 주목했다. 줄리아니는 공공안전을 결정하는데 있어 주변의 사소한 생활환경이 중요하다는 그 이론을 통해 문제의 근원이 시 당국의 안이한 조직문화에 있음을 간파했다.

그는 취임직후 경찰의 엘리트들을 중심으로 '반(反)낙서대책팀'을 창설해 낙서와의 전쟁에 나서도록 지시했다. 공무원들과 여론은 비웃었지만, 줄리아니는 테러나 마약과의 전쟁이라도 하듯 낙서 방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는 뉴욕시 주요 거점에 CCTV를 설치하여 용의자들의 실명과 조직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낙서 발생시 끝까지 추적해 단속토록했다. 시당국이 단 한 개의 낙서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도시환경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기 시작했다. 수 년 후에는 뉴욕시로 인구 및 투자 유입이 재개됐다.

콜롬비아호 사고조사위원회는 7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안전을 소홀히 하는 NASA의 안이한 조직문화가 원인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NASA의 관리자들이 왕복선 구조상의 일부 결함이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NASA는 조직문화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개혁에 착수했다.

인텔의 앤드류 그로브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서전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에서 "부동 소수점 오류 사건이후 정신착란증에 걸린 것처럼 초긴장상태로 항상 경계하는 자만이 경쟁에 이긴다는 모토를 갖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인텔은 최고조의 긴장을 유지하는 조직으로 변모했다.

리더가 가장 중시해야 하는 것은 거창한 조직목표나 외형이 아니다. 바로 조직문화다. 모든 구성원이 강박증에 걸릴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며 작은 사안에도 경각심을 갖는 조직의 구축이다. 나아가 리더 뿐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아주 사소한 일에서 치명적인 위험요소를 발견할 줄 아는 안목을 갖도록 해야 한다. 조직의 말단세포까지 경각심의 피가 흐르지 않고 있다면 당신의 조직은 서서히 썩어 들어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본지 편집인.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