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우리는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 시대를 맞아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현재로는 낙제점이다. 문제가 많다. 하지만 더 심각한 대목은, 방향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물인터넷은 사물과 인터넷을 연결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사물’과 ‘인터넷’으로 나눠 접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대목에서 플랫폼의 구축여부가 핵심으로 부각되는데, 국내기업은 이 대목에서 장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플랫폼 구축의 핵심인 소프트웨어 부재가 단점으로 여겨지지만, 막강한 제조 인프라에 자유롭게 플랫폼을 탑재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은 사물에 집중하고, 통신사와 모바일 및 클라우드 플랫폼이 구축된 사업자는 인터넷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사물인터넷 플랫폼 전쟁은 다소 이견은 있으나 4가지 진영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퀄컴을 중심으로 LG전자를 비롯한 100여개 기업들이 참여한 올신얼라이언스(AllSeen Alliance)와 저항군의 이미지가 강한 인터커넥트 컨소시엄(OIC), 그리고 구글과 애플이다. 올신얼라이언스는 퀄컴이 주도하는 올조인(AllJoyn)을 주력으로 삼고 있으며 OIC는 인텔과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진영이다.

모바일에서 퀄컴에 밀린 인텔이 제조업의 대가인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사물인터넷 저항군 플랫폼을 구축한 면이 흥미롭다. 인텔과 함께 타이젠을 밀고 있는 삼성전자가 구글이 주도하는 스레드 그룹에도 가입하며 안드로이드 동맹군 뉘앙스를 진하게 풍기는 것도 재미있다. 현 상황에서 올신얼라이언스와 OIC는 자신들의 강점을 피력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사물인터넷 구축현황은 어떨까?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제조업을 바탕으로 사물인터넷이라는 큰 그림에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다만 양사의 방식에는 다소 온도차이가 느껴진다. 삼성전자는 풍부한 제조 인프라를 바탕으로 타이젠을 중심에 둔 자사 디바이스의 확산을, LG전자는 풍부한 동맹군 확보에 방점을 찍고 있다. 플랫폼에 대한 담론을 벗어나 순수하게 사물인터넷 구축의 측면에서 양사는 다소 다른 길을 걷는 셈이다.

물론 확실한 대목은 사물인터넷 플랫폼 전반에 대한 로드맵은 양사 모두 OIC와 올신얼라이언스를 통해 진행된다는 점이며 독단적인 구축은 아직 요원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지난 10월 구글의 사물인터넷 플랫폼인 오픈소스 프로젝트 피지컬웹을 따져보아야 한다.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칭송하는 완벽한 개방성을 가졌다는 평가다. 앱이 아닌 웹을 통해 사물인터넷을 구동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무궁무진한 외연적 확대가 가능하다. 벌써부터 피지컬웹에 대한 찬사와 더불어 그 개방성과 확장성을 이유로 국내 제조사를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피지컬웹은 사물인터넷 전략에 있어 구글의 다양한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다. 사물의 기능을 최소화시키고 인터넷, 즉 연결에 중심을 둔 배경은 소프트웨어 회사의 기본적인 줄기를 따라갔을 뿐이며, 심지어 모든 기능이 웹을 통해서 진행된다고 볼 수도 없다. 차라리 애플의 아이비콘과 비슷할 지경이다. 피지컬웹은 구글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모바일과 클라우드 시스템을 바탕으로 빠른 구동이 가능하도록 만든 사물인터넷 플랫폼으로 여겨진다.

웹의 개방성은 강력한 무기지만 이 자체가 위협적이라는 뉘앙스는 풍기지 않는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사물인터넷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센서에 집중해야 한다. 생각해보면 간단한 결론이다. 사물과 사물, 사물과 인간이 연결되어야 하는데 이를 감지하는 센서가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수작업으로 연결한다면 이는 사물인터넷이 아니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어차피 제조업 중심의 사물인터넷 로드맵을 구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구글의 개방성에 대응한 무리한 플랫폼 구축을 지양하고 강점을 가진 부분이 집중한 상황에서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대승적일 것이다. 게다가 센서는 하드웨어의 영역이다.

하지만 국내 센서사업 현황은 우울하다. 시장은 커지고 있으나 우리는 초라하다. 중소기업 중심으로 센서사업이 개척되고 있어 강력한 동력이 발생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세계 센서시장은 1417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지만 국내의 센서 기술력은 미국의 63%에 그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2013년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도 1.3%정도다. 허니웰, 보쉬,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기존 센서 업체와 더불어 구글,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들도 센서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벌이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일차적으로는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업계의 패착이며, 이차적으로는 업계의 특성에서 기인한 성장의 한계다. 센서사업은 소량으로 제품을 개발하지만 그 종류는 다양하다. 태생적으로 대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대목에서 정부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협업을 지원하는 형태로 나선다면 긍정적인 그림이 나올 수 있다. 다만, 정부가 전면에 나서지는 않는 것이 좋다. 쓸데없는 규제만 늘어놓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클라우드 발전법이 국회에서 낮잠만 자고있는 것을 보면 확신은 더욱 굳어진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미국에서 열린 CES 2015에서 “센서사업은 대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조업 중심의 국내 기업들이 반드시 유념해야 하는 말이다. 물론 여기에만 머물면 곤란하다. 이를 바탕으로 궁극적은 플랫폼 짜기도 포기하면 곤란하다. 단, 정부는 지원만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