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 이후 통신사의 사활을 건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낮은 보조금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과 더불어 아이폰6 출시와 대란 과정에서 불거진 합종연횡, 여기에 보조금 상한제 이야기와 결합상품 판매 보조금 상한제, 각종 리베이트 논란까지 통신3사는 사실상 트러블 메이커를 자처하며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물론 700MHz 대역 주파수 확보전에 있어 통신사는 지상파 방송사에 공동으로 맞서며 연합전선을 구축하는가 하면 통신 외 영역, 위성방송과 IPTV 이슈에서는 유기적으로 편을 갈라 논쟁을 벌이고 있다. 적절하게 시장에 개입하지 못하고 미온적인 반응만 보이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안쓰러울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통신계의 화두는 ‘3밴드 LTE-A 세계 최초 상용화’를 둘러싼 법적 다툼과 20일 KT의 입장발표로 촉발된 ‘통신대란 주범’ 논란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둘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관계는 없으나 전체 통신사의 전술로 볼 때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이다.

3밴드 LTE-A 세계 최초 상용화는 SK텔레콤이 처음 포문을 열었다. 지난해 삼성전자로부터 3밴드 LTE-A를 지원하는 갤럭시노트4 100대를 받은 SK텔레콤은 이를 체험단의 형태로 시장에 런칭하며 ‘세계 최초’와 ‘상용화’라는 점을 크게 어필했다.

그러자 KT와 LG유플러스가 발끈하고 나섰다. 체험단의 형태로 지원하는 서비스에 3밴드 LTE-A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문구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논리다. 이 지점에서 KT와 LG유플러스는 법원에 SK텔레콤 광고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했으며 지난 19일 법원에서 심리가 열렸으나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다음날인 20일, KT는 SK텔레콤이 통신시장 교란의 주범이라는 입장자료를 전격적으로 배포했다. SK텔레콤이 과도한 리베이트를 책정하고 불법 사전판매에 돌입했으며, 이러한 SK텔레콤의 불법적인 영업에 KT가 엄청난 피해를 봤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런데 같은날 KT는 또 하나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드디어 ‘진짜’ 3밴드 LTE-A 세계 최초 상용화가 왔다!’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해당 보도자료는 누가 봐도 SK텔레콤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출처=KT

정리하자면 3밴드 LTE-A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문구를 두고 대립하던 SK텔레콤과 KT가(LG유플러스 포함) 19일 광고 가처분 신청 심리를 거치며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20일 KT는 SK텔레콤의 통신시장 과열행위를 지적한 입장자료를 발표되는 동시에 ‘진짜 3밴드 LTE-A 세계 최초 상용화’를 내세운 것이다. 치열한 전술의 충돌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분위기다. 단지 우연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시사하는 바가 많아 보인다. 업계에서는 오래된 격언인 ‘성동격서’가 떠오른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3밴드 LTE-A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문구를 둘러싼 다툼과 통신시장 과열을 내세운 ‘저격’이 적절하게 구사되고 있다는 뜻이다.

통신사들이 LTE를 내세우며 유독 속도를 강조하는 한편, 이를 빠르게 선점했다는 것을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포장해 시장에 상품을 런칭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 가장 중요한 서비스의 질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3밴드 LTE-A 세계 최초 상용화 문구를 두고 다투는 것보다 통신시장 가열의 주범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것이 다소 긍정적인 논쟁에 속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연결하면 재미있는 그림이 나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