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에 대해 두산백과는 “정보화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유형·무형의 모든 기술과 수단을 아우르는 간접적 가치창출에 무게를 두는 기술을 뜻하는 정보통신 용어로 정보통신 산업의 발전과 함께 정보혁명을 주도하는 기술로 부각되었다”고 정의한다. 기존의 제조업이 직접적인 유형가치의 생산을 목표로 한다면 IT는 유무형의 복합적 가치를 지향한다고 해석된다. 이런 관점에서 IT는 전통적인 제조업인 섬유와 철강과 달리 소프트웨어적 가치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IT와 기타 산업이 급속도로 만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무형의 복합적 가치를 추구하는 IT가 전통적인 제조업은 물론, 산업전반에 거쳐 외연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창출하는 제조업에 기반을 둔 IT가 비제조업 분야의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은 CES를 비롯한 가전제품 전시회와 더불어 핀테크 등에서 광범위하게 찾을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모든 산업의 영역으로 파고들고 있는 IT에 어떤 지위를 규정하느냐다. 콘텐츠와 플랫폼으로 나누는 것은 다소 이분법적인 사고지만, 이 지점에서 IT의 역할을 분명하게 확정할 수 없을까? 더 나아가, 역할을 분명하게 확정했을 때 무엇이 더 나은지 계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면?

 

스마트카, IT는 주도권을 잡는다

CES 2015를 순식간에 모터쇼로 변신시킨 스마트카를 고려해 보자. 자동차 산업은 모든 제조업의 결정체라는 측면에서 자동차와 IT의 만남은 사촌간의 시너지 효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대전제를 가지고 스마트카 산업의 추이를 살피면 꽤 흥미로운 결론을 얻을 수 있다.

CES 2015에서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와 IT의 만남은 더욱 빨라지는 분위기다. 스마트카와 자동차가 연결되고, 아예 내부를 스마트 생태계로 꾸미는 흐름이 강력해지고 있다. 여기에 비록 ‘전기’이긴 하지만 테슬라와 같은 제조+IT 기술의 선두주자가 나타나며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도 수순을 밟아 스마트카를 준비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구글을 살펴보자. 스마트카의 대명사가 자율주행 자동차는 아니지만, 꽤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이런 관점에서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 흐름을 살피면 스마트카의 대략적인 줄기를 잡아낼 수 있다. 구글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참고로 무인자동차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여기에서는 무인자동차라는 표현은 쓰지 않겠다. 자동으로 자동차가 주행하면 자율주행 자동차가 맞다. 무인자동차는 육상용 드론과 다를바 없기 때문이다.

▲ 출처=구글

2020년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를 노리는 구글의 크리스 엄슨 구글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책임자는 “혁신적인 개발을 위해 대형 자동차 제조사들의 기술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발언이다. 구글의 조립식 스마트폰 아라폰이 강력한 인프라를 자랑하면서도 일말의 불안감을 남기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려해보자. 전통의 강자가 없다면 아무리 훌륭한 생태계도 힘을 받기 어렵다. 물론 아주 희박한 확률로 성공할 가능성도 있지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IT기업 구글이 자동주행 자동차 프로젝트에서 대형 제조사, 즉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들과의 연합을 꾀하는 대목을 살펴보자. 왜일까? 구글은 IT기업이며, 소프트웨어 전문가 집단이다. 그런데 자동주행 자동차는 유형의 제조기술이 집약되어야 하는 제조업 중심의 기술이 필요하다. 구글이 넥서스 시리즈를 런칭하며 제조사에 하드웨어를 맡기는 대목과 결을 함께한다.

이 대목에서 특허가 중요한데, 구글은 자동주행 자동차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이미 다수의 특허를 확보하거나, 혹은 인용하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의 막강한 제조력과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는 대목이다. 정리하자면, 구글은 자동주행 자동차 프로젝트를 실시하며 자동차 회사들의 제조력을 기반으로 삼는 한편, 다수의 특허도 확보해 소프트웨어 중심의 기술 인프라를 쌓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지금까지 소프트웨어 기술 기반의 회사, 즉 구글의 행보와 유사하다. 구글은 소프트웨어 회사며 이를 바탕으로 제조단계를 하청하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했기 때문이다. 물론 자동차 회사들의 제조력도 스마트를 넘어서는 상황이지만, 구글의 소프트웨어를 이기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구글이 직접적으로 자동차 제조에 뛰어들 확률도 있다. 구글의 아라폰 프로젝트를 보면, 구글은 아예 작정하고 하드웨어 기술을 지향하고 있다. 비록 재매각 수순에 들어갔으나 모토로라의 인수도 비슷한 배경으로 여겨진다. 결론적으로,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는 구글이 직접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책임지는 수순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까지 살피면,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는 IT가 주도권을 쥘 확률이 높다. 더 빠른 자동차, 더 안전한 자동차에 대한 열망이 스마트카의 비전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전제를 삼으면 더욱 명확해진다. IT는 제조와 만나 소프트웨어 파괴력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갑’의 위치에 오를 것이다. 물론 자동차 회사의 특허문제와 더불어 그들의 기술력이 자율주행 자동차를 가능하게 만들지만, 최소한 이 대목에서 IT의 소프트웨어 파괴력을 배제할 수 없다. 심지어 테슬라에도 안드로이드가 들어간다. 이는 구글이 제조를 맡지 않아도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핀테크, IT는 주도권을 놓친다

금융은 어떨까. 중국의 경우 IT기업으로 분류되는 텐센트가 인터넷 전문은행 위뱅크를 열었으며 조만간 알리페이를 보유한 알리바바도 인터넷 전문은행에 나설 전망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힘있게 현안을 추진하는 분위기다. 규제에 막혀 핀테크의 개념정립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우리 입장에서 상당히 부러운 대목이다.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벤처 연방제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옐로모바일의 생태계 실험이 부디 성공하길 바랄 뿐이다. 그 성공의 여지에 핀테크 확장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본론으로 돌아오면, 중국의 경우 핀테크가 IT기업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얼핏 금융과 IT의 만남이 벌어지며 IT를 중심으로 판이 짜여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회사의 속성이 산업의 주도권을 뜻하지 않는다. 엄연히 말해 중국의 핀테크는 금융을 중심에 두고 IT의 속성을 가진 기업이 자신들의 IT를 디바이스로 제공하는 측면이 강하다.

이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회사의 속성이 산업의 주도권을 뜻하지 않지만 기존 금융권 중심으로 핀테크 산업이 태동하고 있으며, O2O를 통해 재미를 보고 있는 IT기업과 기존 인터넷 뱅킹과의 차별성을 느끼지 못하는 일부은행도 핀테크에 회의적이다. 빅데이터와 비슷한데, 대량의 정보를 모으는 것과 빅데이터의 개념이 흐릿해지며 곳곳에서 이견이 충돌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핀테크를 살피면, IT는 절대 주인공이 될 수 없다. 단순히 디바이스의 측면에서 금융을 서포트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간편결제가 핀테크의 시작을 알렸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더욱 간편한 기술의 관점에서 IT는 핀테크에 편입되며, 이는 누가 주도권을 가지느냐를 뜻하게 된다.

 

IT는 제조업의 사촌, 주도권은 각각 다르게 가져간다

IT는 유무형의 복합적 가치를 가져간다는 것과, 기술이라는 기반을 가지고 제조업의 발전형으로 정리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전통적인 제조업과 IT의 만남에서 IT는 주도권을, 금융과 같은 비제조업 분야와 IT의 만남은 IT 외 분야가 주도권을 가져가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과연 무엇이 대승적일까? 자동차 회사들이 스마트카를 주도적으로 런칭하고 IT회사들의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이야기가 부정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나오는 것을 고려하면, 결국 2가지 사안에서 현실과 비현실, 4가지 시나리오가 모두 가능하다는 뜻이다. 여기서 옥석을 가리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진지한 문제의식이 필요한 이유는 콘텐츠가 플랫폼을 결정하고 플랫폼이 콘텐츠를 결정하는 시대에서 과도한 재원의 낭비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IT의 포지셔닝은 다변적으로 해석되며, 이를 바탕으로 각 산업의 성향에 맞는 색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IT와 다른산업의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면, 우리는 더 효과적으로 산업의 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